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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이 삼켜진 밤에'의 추가 페이지입니다.
선택지에 관계 없이, 아처의 생존을 바라는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있을 수도 있는 가능성의 한 가지’이므로, 읽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원하는 행복이 주어지기를!
영월의식 후, 모두가 각자의 길을 떠났다. 도로테아는 네덜란드로, 이오리는 일상으로. 도로테아와 함께 떠날 예정이었던 쇼세츠는, 마지막의 공적을 생각하여 에도의 영맥을 관리해준다는 조건으로 에도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정성공은 에도를 떠나 나가사키로, 이후 부하와 남은 자원을 재정비하여 명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옆엔─
“바람이 세지 않나?”
“아니. 적당히 시원해서 좋다고 생각하던 참이다.”
갑판 위에 서 있던 옅은 금발의 소년 - 아처가, 대답하며 돌아보았다. 다가온 정성공이 그의 곁에 섰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전쟁에 휘말리게 하는군. 미안하다.”
“뭘. 내가 선택한 길이다. 원래 평화롭고 조용한 삶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니 말이지.”
아처가 팔짱을 끼며 작게 웃었다.
“그리고 나의 주군은 꽤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니까. 옆에 끼고 있어야 안심이 되더군.”
“윽... 어린애 취급인가?”
“귀여워하고 있는 것이다만.”
“그게 그거지 않은가! 나참...”
투덜거리는 정성공에게 아처가 모른 척 등을 툭 기대왔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둘을 스쳐갔다.
영월의식이 끝나고, 모든 서번트는 사라졌다. 아처도 그랬어야 할 터였다. 그러나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 아처와 정성공은 ‘정성공’이 사라진 자리에서 영월의 파편으로 보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둘이 그것에 손을 올린 순간, 정성공의 마지막 영주와 결합한 그것은 막을 새도 없이 아처에게 흡수되었다. 모두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처는 서번트가 아닌 ‘인간’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들이 남긴 마지막 선물 같은 것 아닐까. 아니면 ‘기적’일 수도 있지. 어느 쪽이든 좋은 일이잖아? 마음 편히 받아들이는 게 어때?’
도로테아는 그리 말했다. 승자에게 주어진 보상이라면 자신이 관여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정성공과 아처는 주어진 기회를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맹세했다. 그 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로 한 마음을 절대로 잊지 말자고.
“어디 불편한 곳은 없나?”
“그래. 정말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흠, 역시 그거려나.”
“고민?”
정성공이 눈을 깜빡였다. 아처가 짐짓 진지한 얼굴로 턱을 쓸었다.
“계속 아처라 불리기엔 더는 ‘아처’가 아니고, 그렇다고 주유나 주공근이라고 부르기엔 내 이름은 너무 유명하니 말이다. 본인이라고 말하기도 곤란하니, 어떻게 할까 생각중이었다.”
“아아. 확실히...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같이 고민하던 정성공이 장난스레 말했다.
“아니면 미주랑은 어떤가? 주랑, 이라든가. 그 정도는 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나름 진지하다만, 마스터...”
헛웃음을 흘리며 아처가 고개를 저었다. 슬쩍 그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당겨안은 정성공이 웃었다.
“그러고보니 이제 마스터란 호칭도 고쳐야겠군. 새로 시작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두근거리는걸!”
“그도 그런가. 뭐, 그거야 주군으로 부르면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너무 딱딱하지 않은가! 차라리 이 참에 명엄으로 통일해버리는 게 낫지 않나?”
“본격적으로 너의 책사로 소개될 내 입장도 생각해주지 않겠나?”
“엣, 반려로 먼저 소개하지 않는 건가?”
이쯤되면 장난인지 진담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아처 - 주유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마냥 당하고 있을 성격은 아니었다.
“난 모두의 앞에서 네 이름을 부른 것보단, 너와 나의 특별한 순간에 부르는 게 더 좋은데 말이다.”
“...엣.”
“이렇게 단둘만 있을 때라든가... 술을 마실 때라든가. 그때 마음껏 불러주는 걸로는 부족한가?”
얼굴이 새빨개진 정성공이 작게 헛기침했다.
“흠... 뭐, 그런 거라면...... ‘주군’으로도 충분할 것 같군...”
“그렇지? 후후.”
“흠, 크흠! 그럼 이제... 그래, 제일 중요한 걸 빠트렸군! 네 호칭 말이다. 역시 미주랑은 좀 그런가? 난 그게 너한테 제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화제를 돌리려 열심인 정성공이 귀여워, 소리내어 웃고 만 아처는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
“네가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해라. 난 일본식으로 좀 고쳐서 불러도 좋아.”
“응? 어떻게 말인가?”
“정주랑, 이라든가.”
“정? 성씨로 붙이고 싶다고? 그건......”
아무 생각 없이 말하던 정성공의 얼굴이 또 새빨개졌다. 이번엔 귀끝까지 올라온 열기에 금방이라도 연기가 솟아오를 것 같았다.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린 아처가 걸음을 옮긴다. 도망치듯, 나는 듯이 가벼운 걸음으로.
“이, 이익...!! 거기 서라, 주유...... 주랑!!”
“아하하! 정주랑이라고 불러보면 잡혀주지!”
“그....... 그......!! 다, 단둘의 비밀로 하자는 건 어디로 간 거냐!!”
어린애처럼 갑판을 뛰어다니는 두 사람과, 둘을 보며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 평소보다 조금 더 즐거운 일상이 오늘도 시작되고 있었다.
인생은 매번이 전쟁터이지만, 그렇기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함께하겠노라 결정한 두 사람에게.
영원히 붉은 달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