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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써보는 커플링이라 캐붕과 설정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차후 수정됩니다.
제목은 페이트 시리즈의 패러디 입니다.
"막군. 이거 봐."
"왜."
얼굴을 덮은 얇은 책 아래서 꿍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옆에 곱게 접어 놓인 안경이나, 낮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보건대 독서는 진작부터 뒷전이었으리라 조슈아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소파의 남은 구석에 털썩 주저앉은 조슈아가 책표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짜증스러운 어조가 좀 더 커졌다.
"왜."
"할 얘기 있어."
"휴식을 방해했으니 벌금 10엘소, 시시한 얘기면 플러스 30엘소."
"금액이 갑자기 두 배 이상으로 뛰지 않았어?"
"내기 싫으면 내가 웃을 수 있게 힘내보든가."
막시민이 그제야 책을 치웠다. 초점이 안 맞는 눈이 부루퉁하게 일그러져 있었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할 조슈아가 아니었다. 막시민에게로 좀 더 다가앉은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흔들었다. 안경을 더듬어 찾던 막시민이 금방 눈살을 찌푸리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뭐야?"
"아까 어떤 여학생이 줬어."
"하아?"
막시민의 미간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곱게 접은 분홍색 봉투하며,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만 봐도 그것이 단순한 친목의 도모나 친애의 표시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막시민이 불만스럽게 그의 손을 쳐냈다. 아무리 자기보다 사람 관계에 허술한 조슈아라곤 하나 그는 그것의 용도를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었다. 나랑 장난이라도 하자는 건가. 그 와중에 심각할 것도 장난스러운 기색도 없는 조슈아의 얼굴이 그의 화에 더 불을 붙였다. 가시가 돋친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갔다.
"지금 잘 자는 사람 깨워서 보여준다는 게 이거냐? 설마 이게 뭐냐고 물어보려고 오신 건 아닐 테지요, 똑똑하고 잘나고 인기도 많고 권력도 다 가진 데모닉 소공작님?"
"당연히 아니지. 이게 뭔지는 나도 알아."
"그럼 뭐냐? 내 혈압을 잔뜩 올려 살해해서 벌금을 안 내려는 수작이냐? 넌 내 장례식에 조의금 백만 엘소 들고 와, 괘씸한 놈아. 어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귀는 사람한테 그런 걸 들이밀어, 이 씹다 뱉은 단물 다 빠진 껌 같은 녀석아!!"
"나 아직 본론 안 들어갔는데, 막군."
"그럼 그 본론이 대체 뭔데!!"
막시민이 빽 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조슈아는 마냥 태연한 표정이었다. 열이 올라 씩씩대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조슈아가 대뜸 편지를 툭 떨어트렸다. 이어 고운 손을 쫙 펴서 내미는 모양새가 간식을 요구하는 고양이처럼 뻔뻔하고도 능청스러웠다.
"줘."
"하? 뭘? 그리고 지금 네가 나한테 뭐 달라고 요구할 입장이냐?"
"줘. 나 막군한테 러브 레터 받고 싶어."
이가 으득으득 갈리던 막시민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젠 어이가 없다 못해 혼이 나간 듯한 애인에게, 조슈아는 한 번 더 말했다. 줄곧 도자기 인형 같던 담담한 눈이 이상하게 미묘하게 반짝거렸다.
"생각해 보니까, 막시민한테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더라고. 그래서 저거 보는 순간 네가 써준 편지가 갖고 싶었어."
"……."
"편지 써주는 사람이랑 사귀면 되지 않냐는 말 할 거 아는데, 그래도 써줬으면 좋겠어. 아무나 써주는 편지가 받고 싶은 게 아닌 건 네가 더 잘 알잖아."
조슈아가 몸을 더 기울였다. 여전히 말을 잃은 막시민의 눈에 가까워진 조슈아가 가득 들이찼다. 정말, 이렇게까지 쓸데없이 진지하고 귀여운 얼굴이라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막시민은 손을 번쩍 들어 조슈아의 이마를 꾹 밀어냈다. 불시에 고개가 휙 젖혀진 조슈아가 팔을 버둥댔지만 잡아줄 마음은 손톱 만큼도 없었다. 야, 잠깐, 야, 막군! 다급함과 당황이 뒤죽박죽 섞인 부름이 마구 튀어나왔지만 막시민은 여전히 조슈아의 이마를 꾹 누르고 있었다.
"하여간 넌 사람 속 긁어놓는 데엔 타고난 놈이야."
"뭐가! 애인에게 러브 레터 받고 싶다는 게 뭐가 나빠서… 아파!"
"시끄러워. 어쨌건 사람 휴식 방해했으니 10엘소, 시시한 얘기했으니 거기에 30엘소 더, 그리고 이상한 걸 들고 와서 내 기분까지 잡쳐놨으니 추가로 60엘소 더해서 100엘소 준비해놔. 알겠냐?"
"도대체 누가 더 너무한 쪽이야?"
"당연히 너지, 너."
손을 뗀 막시민이 이번엔 그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꾹꾹 찔러 밀어냈다. 저만치 멀어진 조슈아가 벌개진 이마를 문지르며 불만스럽게 입을 비죽거렸다. 하얗게 빛바랜 머리칼 사이로 제 손이 눌려 발갛게 물든 살갗을 빤히 바라보던 막시민이 다시 손을 뻗었다. 토라진 아이를 달래주는 듯 짧은 머리칼을 마구 헝클었다가, 도로 정리해주는 손길이 거칠면서도 다정했다. 조슈아가 눈을 깜빡거렸다.
"막시민?"
"…난 너 같은 재능은 없으니까 예쁜 글은 못 써줘. 잔소리만 왕창 써놓을 거다."
손을 뗀 막시민이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애인에게 부탁하려면 좀 더 공손하게 해야 한다는 거랑, 적어도 남에게 받은 걸 자랑하면 안 된다는 거랑… 그리고 임마, 남이 정성들여 준 선물을 두고 다른 사람 떠올리지 말라고! 기껏 편지 써준 사람한테 실례잖아!"
"어, 그런가?"
"당연하지! 그리고 다음부턴 자랑이 아니더라도 그런 건 내 눈에 띄게 하지 마! 하여간 하나부터 열에 백까지 다 아는 놈이 왜 이런 데선 속을 뻑뻑 긁어놓냐!"
막시민이 그를 확 잡아당겼다. 무방비하게 끌려간 조슈아가 막시민의 품으로 쓰러졌다. 홀쭉하니 키는 컸어도 역시 막시민보다 작은 체구였다. 한 팔에 들어오는 몸을 꽉 끌어안은 막시민이 눈을 감고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
"…아무튼 편지, 써줄 거니까."
"…응."
"이제 다른 놈이 편지 주면 딴 거 있다고 확실하게 얘기도 하고. 알겠냐?"
잠시 말이 없던 조슈아가 얼굴을 파묻듯 품에 기대어왔다. 조그만 웃음 소리가 들려오는 듯도 했다. 뭘 웃어. 웃긴. 면박을 주듯 튀어나온 말에도 무안해하긴커녕, 그를 두 팔로 가득 끌어안은 조슈아가 아예 막시민의 위로 완전히 올라와 누웠다. 좋아서 그러지. 네가 좋아서. 여전히 웃음기가 어린 목소리가 어린아이의 것처럼 천진하게 감미로웠다. 이번에야말로 할 말이 없어진 막시민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까부터 드는 기묘한 패배감이 자존심을 쿡쿡 찔러대고 있었지만, 어쩌랴. 먼저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예고했던 잔소리나 빽빽하게 써줘야겠다고 진지하게 다짐하며, 막시민은 조슈아의 머리를 한 손으로 꾹 감쌌다. 품 안에서 여즉 들려오는 웃음이 질리지도 않고 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