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ion
해당 글은 그랜드체이스 코믹북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율리아. 들어간다.”
가벼운 노크가 끝나고 문을 연 뒤에도 그의 약혼녀는 대꾸 한 번이 없었다.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쉰 지크하트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등을 돌리고 앉은 율리아는 여전히 석상처럼 미동이 없었다. 문이 닫혔다. 짧은 침묵이 두 사람의 거리를 메우며 몸을 부풀렸다.
“……율리아,”
“결정을 안 바꿨구나.”
말을 끊는 목소리는 지크하트가 휘두르는 검보다 무겁고 살벌하여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그녀가 제 가슴을 베어내도록 둔 채로 지크하트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래.”
“…….”
“너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마, 율리아. 이기고 돌아오면 될 일이야. 내 실력은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
율리아가 돌연 벌떡 일어섰다. 지크하트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천천히 그를 향해 돌아선 율리아의 눈과 뺨이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빛을 잃은 붉은 눈동자에 담긴 불안과 슬픔, 두려움이 폭풍우를 만난 파도처럼 쉼없이 일렁거렸다.
“……단 한 사람의 무용과 의지로 끝낼 수 있다면 왜 그것을 전쟁이라 하겠어.”
낮고 갈라진 어조가, 삭아서 지워진 책의 문구처럼 비정한 현실을 읊었다.
“그리도 금방 끝날 것이었다면 왜 구태여 네가 날 설득하러 왔겠어? 거대 마수를 잡으러 갔을 때도 넌 내게 한 마디도 없이 훌쩍 나갔다가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와선 멋쩍게 웃고 말았지. 몬스터 수백 마리가 마을을 노리는 걸 미리 알면서도 서신 한 장 없이 싸웠잖아. 어차피 이겨서 돌아올 거니까. 내가 화를 내든 울든 직접 달래주면 그만이니까.”
“율리아.”
“그런데 지금은 출발도 전부터 나를 달래러 와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지! 너를 모를 것 같아? 나는 너보다 널 더 잘 알아!! 내가 에르크나드 널 얼마나……”
울컥 터져나온 눈물이 입에서 거칠게 쏟아지던 슬픔을 적셨다. 지크하트는 더 견디지 못하고 그녀의 어깨를 잡아 끌어당겼다. 율리아는 강한 여자였다. 지크하트가 가문과 저를 둘러싼 무수한 언쟁에 넌더리를 낼 때,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지친 어깨를 안아서 버티게 해준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울고 있었다. 지크하트가 죽을까 봐. 사랑하는 약혼자가 먼 길을 떠나 다시는 곁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봐. 지크하트는 우습게도, 제게 가까이 닥친 전쟁과 죽음보다 그녀의 눈물이 더 무서웠다. 천재 검투사가 유일하게 베어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게.”
“…….”
“내가 있을 곳은 네 곁이야. 그러니까 날 믿고 기다려줘, 율리아.”
율리아의 훌쩍임이 점차 가라앉았다.
“네가 없으면… 아무 남자하고나 결혼해버릴 거야.”
“……그래.”
“오래 기다리지도 않을 거야.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남자랑 손 잡고 있는 모습이나 보게 될 걸.”
“그건 정말 무섭네.”
지크하트는 그녀가 따라 죽겠다고 하지 않아 무척 안심했단 사실은 숨기기로 했다. 옷자락을 쥐고 있던 가녀린 손이 그의 등을 감싸안았다. 이별이 예고된 포옹은 그만큼 쓸쓸하면서도 애틋했다.
“약속 꼭 지켜…”
“그럼. 걱정하지 마.”
말로 나눈 약속이 포개어지는 입술 사이에서 얽히며 단단해졌다.
에르크나드 지크하트, 카나반 왕국의 왕실 기사단 소속으로서 전쟁에 참전하여 용감하게 싸웠으나 전쟁 중 실종되다.
1년 뒤 결국 시체를 찾지 못한 카나반 왕국은 그의 죽음을 공표하고 애도하다. 율리아, 그의 남동생과 결혼하여 율리아 지크하트가 되다.
그로부터 육백 년 후,
하이랜더가 된 지크하트가 이후 대륙을 떠돌아다니다가 율리아와 닮은 후손 엘리시스를 발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