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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오지크)무방비
Caption 멸자님의 그림을 보고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그림 바로가기 스킨십은 하지만 둘은 사귀지 않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지크하트는 꽤 오래도록 그의 가슴에 귀를 대고 있었다. 그와 달리 디오는 살갗이 거진 드러난 차림새였으므로, 자연히 말랑한 귓바퀴는 불꽃 같은 문양이 뒤덮인 가슴팍에 고스란히 닿았다. 지크하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어쩌면 그보다 좀 더 평범한 인간 같을 살갗은 부드럽고 조금 미지근했다. 얌전히 놓여 있던 손이 완만한 품에서 미끄러지며 옆구리를 쓸어내렸다. 그때까지도 디오는 지크하트를 제지하지도 않고 그저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그가 잠들었는지를 확인하는 대신, 지크하트는 좀 더 대담해지기로 했다. 귓바퀴가 꾹 눌리도록 무게를 싣자 둥근 뺨에 더운 감촉이 파문처럼 엷게 퍼졌다. 무슨 재질인지 모를 타이트한 옷을 어루만지다 보면 그 너머에 있는 근육이 옅게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밀어내지 않는다. 거절하지 않는다. 마족 주제에 너무 관대하군. 지크하트는 담담히 생각했다. 스킨십하고 입술 좀 부볐다고 그들 사이에 해묵은 앙금이 녹아내릴 리도 없고, 그도 자신도 서로를 사랑하게 될 일은 더더욱 없는데도. 심장의 박동보다 몸에 흐르는 피의 열기를 먼저 확인했던 그 날부터, 이미 사이 좋고 막역한 사이는 글렀던 것이 아닌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살짝 오므라든 손 끝이 옷에 제 모양을 내며 파고들었다. 그래도 디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슬쩍 움직인 다리 한짝이 그의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나란히 겹쳐진 모양새가 됐다. 귓가에 들려오던 박동이 조금 빨라졌다. 다만 그뿐이었다. 지크하트는 궁금해졌다. 디오는 어디까지 그를 내버려둘 작정인가. 방심하고 있는가, 혹은 뭘 하든 예상 범위라는 것일까. 디오는 자신이 그를 죽일 것이 걱정되지 않은가?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자신하고 있는 건가? 생각을 거듭하던 은안이 아주 느리게, 서서히 동그랗게 커져갔다. 디오에게서 시작된 의문이 지크하트의 모순을 집어삼킨다. 그가 왜 자신을 밀어내지 않는지 궁금해하면서도, 결국은 그에게서 먼저 멀어질 생각은 없는 역설. 서로의 체온보다 손을 적시는 피의 색채를 먼저 알았음에도, 증오가 머무는 곳에 깃드는 평온을 부정할 수 없는 현재. 문득 무언가가 지크하트의 머리를 감쌌다. 다듬은 광석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운 손가락들이 더할 나위없이 부드럽고 다정했다. 이끌린 듯이 위로 향한 시선이 자홍색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가 비치는 눈동자는 잡념 없이 깨끗하고 담담했다. 지크하트는 제 머릿속에 부유하던 의문들이 먼지처럼 스러지는 것을 느꼈다. 박동이 한층 더 빨라졌다. 어쩌면 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가까워지는 디오의 숨결에 녹아 지워졌다. 지크하트는 눈을 감았다. 변한 것은 입술의 온도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