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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타카)오월동주 .03
Caption 해당 소설은 「구다구다 료마 위기일발! ~사라진 놋부 헤드의 수수께끼~」이후의 상황을 가정하여 창작되었습니다. 「너와 나의 BtoB」이벤트와는 이어지지 않는 별개의 전개임을 유념 부탁드립니다. 아마노사카가미와 타카스기 커플링을 다루고 있으나, 둘이 사귀지 않으며 타카스기는 아마노사카가미를 싫어합니다. 사카모토 료마를 짝사랑하는 타카스기의 설정입니다만, 료마는 알지 못하고 오료 씨와 연애중입니다. 제목은 위기일발 공식 테마곡의 제목을 차용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 혹은 읽은 후에 영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데아스를 관측하던 시온이 진지하게 안경테를 매만지다가 이내 노트에 슥슥 무언가를 적어내려갔다. 관측 중인 것은 며칠 전부터 나타난 수수께끼의 특이점, 유신도시 사이타마였다. 시온이 허공에 손가락을 까닥이자 그녀와 교대하기 전 다 빈치가 기록해두었던 리포트가 스크린에 빠르게 출력되었다. “흐음… 역시 이 특이점은… 아니, 특이점이라고 불러야 할까… 오히려 생명 유지 장치에 가까워 보인단 말이지.” “어떤 점이 그렇게 보이는지 물어봐도 될까?” 시온이 고개를 돌렸다. 하카마 차림의 료마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 갑자기 말을 걸어서 미안해. 조사가 신경 쓰여서 잠깐 들렀다 갈까 했는데, 마침 시온 씨의 목소리가 들렸거든. 일부러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어.” “흐응, 그렇게 말하니 더 신경 쓰이는걸요? 과연 수상쩍기로는 따라갈 수가 없는 분이라니까요, 사카모토 씨는.” 놀리듯 말을 받았지만 시온도 기분 나쁜 기색은 아니었다. “응? 그런데 오료 씨는요? 같이 안 오셨나요?” 료마가 머쓱하게 어깨를 으쓱이곤 웃었다. “내가 생각이 많아 보이면 실컷 고민하고 오라고 떠밀어주거든. 우울한 걱정이라면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타박해주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날 다루는 법을 잘 아니까, 오료 씨는.” “우와~ 솔로가 들었다면 질투로 피눈물 흘렸을 대사네요.” “하하. 칭찬으로 들을게.” 한결 가벼워진 말투를 흘리며 료마가 칼데아스를 올려다보았다. 지구를 본뜬 구체 위에 특이점의 좌표가 검붉은 얼룩처럼 이지러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시온이 그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아마노사카가미의 존재가 신경 쓰이는 거죠? 저 특이점에 소환되었던 사카모토 료마 씨에게 빙의하여, 타카스기 신사쿠와 손을 잡고 특이점을 고정하려 했다 들었어요.” “아아. 아마노사카호코의 힘으로 육신을 부숴놓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쳤으니까. 타케치 씨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좀 더 힘들었을지 몰라.” “정신력이 강하기보다는… 집착이 심해서 상대하기 껄끄러운 쪽으로 들리네요.” “하하. 가차없네, 시온 씨는. 하지만 그 말이 맞아. 굉장히 어려운 상대였지. 내 모습이었으니 묘하게 거북한 기분도 들었고… 그런 존재가 얽혀 있다고 생각하니 손 놓고 있기가 불안해.” 너는 그러니까 재미가 없는 거야. 타박을 주는 타카스기의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어쩌면 정말로 지나친 오지랖일지도 모른다. 뭔가의 꿍꿍이가 있어서 먼저 선수를 쳐서 빚을 지워두는 거겠지, 라고 의심받아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그에겐 타카스기 신사쿠는 그냥 사라지도록 내버려두기엔 아까운 거물이자, 시대를 함께 바꿔갈 벗이었기에. “…타카스기 씨가 다시 살아난 건, 이해할 수 있어. 그는 죽어서 서번트가 된 뒤에도, 세상을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신념을, 자신이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이야. 자신이 원한 소원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겠지. 하지만…” 료마가 턱을 매만졌다. 얘기를 듣고 있던 시온도 드물게 심각하게 안경을 밀어올렸다. “문제는 그와 대립했던 아마노사카가미 또한 되살아났다는 거죠. 마력의 반응이 희미한 만큼, 직접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요.” “그럴 거야. 그는 타카스기 씨에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신체를 요구했다 들었어. 지금 그곳엔 타카스기 씨 말고는 생명체가 남아 있지 않으니, 그의 마력 반응이 희미해도 이상할 건 없지. 그는 타인에게 빙의하지 않고선 존재할 수 없는 무력한 신이었거든.” 듣던 것보다 훨씬 무능한 걸요. 시온은 신랄하게 덧붙이곤 스크린에 차트를 하나 더 띄웠다. 후지마루와 그 서번트들이 사이타마에 갔던 사건을 기록한 보고서였다. “다시 나타난 아마노사카가미가 그때 해치웠던 악신과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그가 다시 아라하바키를 가지고 싶어서 이 일을 저지른 거라면… 방향을 잘못 잡긴 했어요. 아라하바키를 건조한 건 타카스기 신사쿠지만, 그 기체를 움직인 건 유신도시 전체에서 끌어 모은 막대한 마력량과 성배, 오다 노부나가의 목이었으니까요.” “맞아. 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거야. 그것들이 없는 이상 타카스기 씨가 있다고 해도 그가 원하는 목적 달성은 불가능해. 그런데 어째서 그는 되살아난 걸까. 그리고 왜… 타카스기 씨를 소환한 걸까.” 시온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까요. 그는 악신이어도 기본적인 카테고리로는 신에 속해요.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고 믿어주거나, 신앙을 갖고 기도해주지 않으면 그 힘은 약해지거나 소멸하기 마련이죠. 그는 인간을 지배하고 싶어한다고 했죠? 신으로서는 당연한 욕망이에요. 지배한다는 것은 곧 숭배받는다는 것. 혹은 누군가에게 강하게 각인되어, 거역할 수 없는 경외심의 대상이 되는 것. 그거야말로 신이 존재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그건 이해했어. 하지만 역시 이해가 가지 않는단 말이야. 타카스기 씨는, 음, 신앙과는 한참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 그런 사람을 소환해봤자……” 곤란하다는 듯 말끝을 흐리던 료마의 표정이 문득 굳어졌다. “……잠깐… 이 특이점에 레이시프트할 수 있는 조건이 타카스기 신사쿠뿐이라고 했었지?” “네. 그 외에는 누구도 부합하지 않네요. 계속 다른 방안을 찾아보고 있는 중이지만요. 혹시 짐작가는 게 있으신가요?” “…단언할 수는 없지만… 설마…” 료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찡그렸다. “설마 그는… 정말로 타카스기 신사쿠만의…”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시온과 료마의 시선이 동시에 칼데아스를 향했다. 이상 반응이 감지된 곳은 추리할 필요도 없이 딱 한 군데뿐이었다. 여섯 개의 블록에 설치된 각 마력로의 위치는 이전과 같았다. 칼데아의 서번트들이 싸워야 했던 호위 서번트들도 부재, 심지어 여러 번 파괴와 복구를 반복했던 탓에 그 외형은 영락없는 버려진 공장 같은 꼴이었다. 그러나 개발 당시부터 탑재되어 있던 자체 복구 프로그램으로 유지되고 있던 마력로들은, 타카스기 A.I.가 추가한 ‘호위용 서번트’라는 개념을 기병대원에 이식시켰다. 오로지 마력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도록 생산된 기체. 타카스기 중공 타워에서 만들어진 기병대원과 달리, 그들은 마력로를 둘러싸고 벽처럼 굳건하게 서 있었다. “자, 경비만 서고 있으니 심심하지!?”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에 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다. 그는 누구도 원하지 않은 소란을 터트리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설픈 무장병기에 탑승한 채로 그들의 위에 뛰어내린 타카스기가 악당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그대들의 따분함을 달래주기 위해 등장한 타카스기 사장님이시다!! 아, 이젠 ‘전’ 사장이지만! 아무튼 박수로 반기게나, 제군!” 기병대원들은 만들어진 인공 기체답게 타카스기의 등장에 답했다. 즉, 빠르게 포획망용 포탄이 든 총을 그를 향해 조준했다. “우왓, 사장한테 이런 대우라니 너희 전부 모가지 당해도 상관없냐? 전 사장에게는 베풀 아량도 없다는 거야?” 서러워 죽겠다는 듯 말을 떠들었지만 그는 당장 그들의 위로 뛰어내려 기병대원들을 다섯 개나 부숴버린 장본인이었다. 곧장 방아쇠를 당기려던 기병대원들이 끼긱거리며 움직임을 멈췄다. 눈 대신 달린 렌즈에 에러와 경고 메시지가 요란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그럼 악덕 사장답게 어울리는 벌을 줘야겠지!” 타카스기가 탑승한 기체의 버튼을 힘차게 내리쳤다. “가라! 아라하바키 프로토타입!” 아라하바키의 양팔이 대포처럼 발사되어, 앞의 기병대원들을 꿰뚫고 날아갔다. 기세에 밀리거나 박살난 기체들이 이리저리 넘어지며 사방이 난장판이 되었다. 가장 뒤에 서 있던 기병대원이 마력 혼란 파장 속에서 필사적으로 타카스기를 조준했다. 그러나 타카스기가 만든 병기의 위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것도 이미 읽혔단 말씀!” 아라하바키의 팔에서 마저 유도탄이 쏟아져나왔다. 간신히 몰골을 유지하고 있던 기병대원들이 탄환에 맞으며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마저도 눈속임이었다. 연기로 덮인 시야 속에서 어지럽게 돌아가던 렌즈가 열 반응을 찾아 위로 움직였다. 아주 짧은 찰나, 둥글고 붉은 원에 비친 건 악마처럼 웃으며 칼을 뽑는 타카스기의 잔상이었다. 카강- 속삭임처럼 고요히,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스쳐갔다. 바닥에 착지한 타카스기가 횡자로 그었던 검을 깔끔하게 집어넣었다. 뒤늦게 반으로 갈려나간 기체가 서서히 기울며 분리된 하반신과 함께 넘어졌다. 카와구치 블록을 지키던 기병대원의 마지막이었다. “살아 있는 걸 베는 느낌이 아니라 별로긴 해도, 역시 움직이는 편이 훨씬 낫네. 그동안 도망만 다녔더니 삭신이 쑤셔서 원.” 타카스기가 요란하게 기지개를 켰다. “수고했어, 아라하바키… 응? 아아, 역시 망가져버렸나. 제일 강하라고 프로토타입으로 명명한 건데. 수리하는 게 빠르려나, 아니면 새로 하나 만들까……” 연기가 피어오르는 기체를 보며 궁리하던 타카스기의 뒤로 조용한 그림자가 소리없이 다가왔다. 아마노사카가미였다. “그 짧은 기간에 이 정도 수준의 병기를 만들어낸 건가. 캐스터나 마술사라 해도 믿겠는걸.” 타카스기가 곧장 정색하며 미간을 잔뜩 구겼다. “칭찬해줘도 아무것도 안 떨어지거든. 그리고 아라하바키를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기본적인 설계와 구조는 머릿속에 들어 있으니까, 모조 더미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구. 마력의 문제로 시도하지 못했을 뿐이지.” “어련하시겠어. 초슈의 영웅님.” 비꼬듯 덧붙인 아마노사카가미가 그를 지나쳐 걸어갔다. 기병대원들이 전부 쓰러진 여파인지 마력로도 작동을 멈추고 고장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고장난 아라하바키를 슬쩍 두들겨보던 타카스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좀 더 부숴놓을까?”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 대체 어떤 방법이길래 싸움을 못하는 네가 할 수 있다는 건지 참 기대가 되는―” 타카스기의 말이 뚝 끊겼다. 탕, 탕, 탕, 탕 “…….” 탕!! 정확히 여섯 발. 타카스기는 땅에 못박힌 듯 서 있었다. 아마노사카호코가 없어졌어도 그가, 사카모토 료마가 쓸 수 있는 무기가 있다는 걸 그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적어도 아마노사카가미가 쓰는 모습을 상상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 했다. “이걸로 이 마력로는 특이점과 완전히 분리되었다. 네 개조 능력도 통하겠지.” 말하며 돌아서던 아마노사카가미가 그를 보고 멈춰 섰다. 타카스기는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아무렇지 않은 체하기엔 늦어 있었다. 아마노사카가미가 눈을 휘어 웃으며 손에 쥔 것을 들어보였다. 스미스 & 웨슨 모델 2, 33구경의 리볼버. 타카스기는 저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사카모토 료마가 새로 장만했다는 무기와는 형태부터 다르다. 무엇보다, 신사쿠 본인이 직접 골라서 선물했던 권총이었으니까. “못 볼 거라도 본 얼굴이군. 이것 역시 ‘사카모토 료마’의 것인데, 내가 못 쓸 거라고 생각했나?” “……닥쳐.” “제법 순정파라니까. 우습게도 말이야. 그런 주제에 사카모토 료마를 죽여도 상관없다고 했던 건가? 눈앞에서 죽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정말 이해하기 어렵군, 타카스기.” “닥치라고 했어.” 성큼성큼 걸어간 타카스기가 그의 어깨를 거칠게 밀치고 지나갔다. 아마노사카가미는 더 말을 붙이지 않았다. 다만 웃음기가 지워진 눈으로 벽을 세우듯 뻣뻣하게 선 등을 응시할 뿐이었다. 타카스기가 마력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노베이트.” 마력로에 묶여 있던 마력이 서서히 그의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혈관에 맞지 않는 약물을 강제로 쑤셔넣는 듯한 거부감에 구토기가 절로 올라왔다. 그러나 타카스기는 멈추지 않았다. 마력로와 연결된 손이 기괴하게 뒤틀렸다. 살과 손톱 사이에서는 피가 몽글거리며 솟는가 싶더니 이내 손가락을 타고 손바닥을 적시며 흥건히 흘렀다. 근육과 신경이 꼬이고, 뒤집히고,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고, 몸을 구성하는 것들과 부딪히고 죽이며 재생을 반복한다. 타카스기가 이를 악물었다. 낮게 한숨을 내쉰 아마노사카가미가 곁으로 다가왔다. “타카스기.” “큭… 윽…….” “…타카스기 군.” 타카스기의 입에서 기어이 피가 흘렀다. 아마노사카가미가 그를 잡아당겨 입을 맞췄다. 놀란 타카스기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마력을 받아내는 것도 힘겨웠던 몸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손을 움켜쥔 아마노사카가미가 제 타액을 입안에 흥건한 피와 함께 타카스기의 목구멍으로 밀어넣었다. 로맨틱한 키스보단 흡사 인공 호흡에 가까운 행위였다. 토해낼 새도 없이 삼킨 아마노사카가미의 마력이 몸에서 뒤섞였다. 마력로와 같은 ‘사이타마’에서 끌어올린 마력이라 이건가. 타카스기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체내에서 요동치던 거부 반응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새하얀 군복을 구겨지도록 쥐고 있던 손이 느리게 풀렸다. 싸움 속에서도 먼지 한 톨 묻지 않았던 하얀 소매에 미세한 검은빛이 그림자처럼 스멀스멀 올라왔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타카스기가 뚱하게 그를 밀어냈다. 아마노사카가미도 더 붙잡지 않았다. “진짜 짜증나.” “너무 자주 말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만.” “시끄러워.” 타카스기가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채 흡수되지 않은 마력의 흔적이 검은 안개처럼 그의 뒤에 일렁거리며 따라붙었다. 소리없이 웃던 아마노사카가미가 걸음을 옮기려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그 소란 속에서도 유지되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마력로는 어느덧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가 박아넣었던 여섯 발의 탄환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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