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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선)맹세는 붉게 넘실거리고
Caption 페이트 기반 인세인 4인 팬시나리오 (페세인)의 지인분 자컾입니다. 유혈, 키스 묘사가 있습니다. 지인분의 의사에 따라 글은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제일 가까워졌을 때야 비로소 보이는 벽이 있다. 예를 들면 손을 잡고 이끄는 섬세한 배려심, 맹세의 무거움을 아는 자만이 내는 울림, 혹은 허리를 안은 손의 단단함, 능숙함 ㅡ 그리고 입술을 맞대어 호흡을 섞는 지금 이 순간. 신화 속의 그에겐 아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살아온 세월이 길고 수십 수백의 생과 만남과 이별이 있었을 것이므로, 선은 새삼 충격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리감지 않은 눈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는 신이다. 자신과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다. 독점하기 이전에 한때는 모두가 받들어 마음에 모신 자였고, 깊이 사랑받는 존재였을 터이다… 하지만. 선은 무심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딱딱한 반응을 알아챈 듯, 고개를 기울이며 깊이 파고드는 움직임이 다정하고 부드러웠다. 이미 독점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과 추악한 질투가 들끓는 것은 명백히 별개의 것이기에. “……!” 혀를 깨물린 루가 일순 당황하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가라앉았던 기분이 반전되었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키스 중에 연인에게 혀를 물리는 경험은, 흔하지 않겠지. 선이 한쪽 입 꼬리를 말아올렸다. 루가 입술을 떼지 않는 점이 또한 마음에 들었다. 그의 멱살을 움켜쥔 루가 입안을 적신 비릿한 내음을 집어삼켰다. 사내의 목이 선에게로 기울었다. 그제야 비로소 그가 자신의 것 같았다. 가늘고 긴 속눈썹이 맞닿은 채 움찔거렸다. 이번엔 단단한 치아가 말랑한 입술을 깨물어 찢었다. 떠나지 않겠다 맹세한 자는 물러서지 않고 진심의 맛은 달고도 짙었다. “……역시 처음이 아닌 건 유쾌하지 않아. 전부 믿고 안심할 만한 성격도 안 돼.” 아주 잠깐의 틈새에서 혼잣말처럼 낮게 가라앉은 어조가 흘러나왔다. 혈색 좋던 입술은 어울리지 않게도 피범벅이다. 자신 또한 그러할 것이다. 선은 제가 물었던 입술을 엄지로 꾹 눌러 그었다. 금세 축축해진 엄지를 타고 피가 흘러내린다. “그러니 계속 줘. 전부 줘.” 눈을 떼지 않은 채로 선이 천천히 그의 피로 물든 손 끝을 핥았다. 본디 네 안에 있던 것도. 밖으로 흘러넘친 것도. 이전을 가질 수 없다면 맹세한 대로, 너의 현재와 미래와 일부와 전부를 내 곁에 두어. 내가 불안할 때 언제고 들여다보고 움켜쥘 수 있도록.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사내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러고는 이번엔 제 엄지에 피를 묻혀, 선이 그랬듯 그녀의 입술에 대어주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그가 약조했던 것처럼. 그는 이제 오롯이 남궁선만의 것이라고. “그래. 영원히.” 하얀 빛이 검은 눈동자 안에 갇히어 미소한다. 그것만으로도 불안은 가라앉고 다시금 욕망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선은 비로소 눈을 감았다. 도로 당겨 맞닿은 입술에선 아직도 선명한 피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