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밀어냈던 팔이 도로 허리에 감겼다. 어리광 부리듯 등에 문질대는 말랑한 뺨은 덤이었다. 한숨을 내뱉은 팬텀이 뒤를 돌아보았다. 귀마냥 쫑긋하게 솟은 투톤의 머리칼이 살랑거렸다.
“언제 놓을 건가요?”
“따뜻해질 때까지요.”
센츄리온이 웅얼거렸다. 늘 핑계는 좋지. 팬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의 열은 한계가 있고 팬텀은 기계가 아니었으니, 마냥 끌어안는 것으로 따뜻해질 리는 만무했다. 게다가 팬텀은 평균보다 체온이 더 낮은 편이었으니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좋은 난로는 못되었다. 그래도 센츄리온은 여전히 그에게서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팬텀도 지금 할 일 없잖아요. 조금만 어울려줘요.”
“할 일의 유무를 떠나서 당신이 붙어 있는 게 방해됩니다만.”
“아아~ 팬텀 목소리에서 찬바람이 쌩쌩 불어서 더 추워졌잖아요~~”
팬텀에게 꼭 감긴 팔에 힘이 들어갔다. 오늘도 몇 시간은 거뜬히 안고 있을 모양이었다. 재차 한숨을 뱉은 팬텀이 느리게 몸에서 힘을 뺐다. 무력으로 밀어내자면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그렇게까지 해결하고 싶을 만큼 싫지도 않았다.
‘…핑계가 좋은 쪽은 나일까.’
팬텀의 시선이 아래로 기울었다. 팬텀이 포기한 걸 알았는지 센츄리온도 한결 편하게 그를 안고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서 춥다는 이유로 멋대로 끌어안기 시작한지도 몇 달째였다. 정말로 싫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을 터였다. 처음부터 손가락 하나 닿지 못하도록 할 수도, 적당히 받아주다가 떨어트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러지 않았던 까닭은 뭐였을까. 팬텀은 느리게 눈을 감았다.
“팬텀.”
“또 뭔가요.”
“말이 없어서 자는 줄 알았어요. 역시 팬텀도 저랑 있는 게 좋죠?”
“대체 사고가 어디로 튀는 건가요, 당신.”
면박을 주듯 중얼거렸으나 내심 부정하지 못했다. 우습게도, 추운 게 싫다던 그가 팬텀보다 체온이 높아서. 저보다 훨씬 따뜻하고 아늑한 품이 처음부터 좋아서라고. 이제 와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설령 센츄리온이 진작부터 눈치챘었을 지라도. 센츄리온이 조용히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팬텀이 모른 체할 차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