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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프리)IF
Caption 개인 날조 설정이 다소 섞여 있습니다. 검은 마법사와 싸우기 전의 일상입니다. 쓴 날짜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된 재업물입니다. "모든 것이 끝나면." 제 품에 안겨 있던 프리드의 머리칼을 가지고 장난을 놀던 팬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꽤 오랜 기간 말이 없었던 터라 그대로 잠이 든 줄 알았기에 더 뜻밖이었다. 자신이 머리칼을 너무 당기는 바람에 깨어난 건가, 하고 고민하던 팬텀은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 잠깐이라도 잠이 들었다고 생각하기에는 프리드의 목소리가 너무 또렷했다. 얌전히 옆에 내려져 있던 프리드의 손이 움직여 제 허리를 감고 있는 팬텀의 손을 덮었다. 둘 다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상대방의 온기를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애정이 다분히 묻어나는 움직임에 팬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깃털처럼 내려앉았다. "날 훔쳐주지 않을래? 팬텀." 미소의 깃털이, 올 때와 마찬가지로 너무나 가볍게 흩날리며 그의 얼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프리드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맑은 웃음을 지어냈다. 팬텀이 좋아하는 예의 그 표정이었다. "해줄 수 있지? 넌 세기의 괴도니까." "물론 그건 사실이지만, 슬프게도 난 이미 내 손에 들어온 걸 훔치는 재주는 없어." 팬텀이 정말로 슬픈 일이라는 듯 짐짓 한숨까지 푹 쉬어보였다. 그 모습에 킥 하고 웃음을 터트린 프리드가 손을 올려 그의 코를 꽉 잡았다 놓았다. 하여간 조금만 칭찬해줘도 기세등등해진다니깐. 핀잔처럼 톡 쏘는 말이었지만, 그 말과 달리 팬텀의 볼에 소년마냥 장난스레 입을 맞추는 프리드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그래도 한 번만 더 훔쳐줘. 그래서,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는 어딘가로 날 옮겨다 보관해줘." 팬텀이 과장된 행동을 멈추고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프리드의 입가에 걸린 미소에, 아주 미약한 슬픔이 한 방울 향수처럼 스미어 있었다. 그 슬픔의 원인을 생각하던 팬텀은, 그제야 어제 들었던 소식을 상기해냈다. 리프레에 머물던 오닉스 드래곤들이 검은 마법사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몰살당했다는 불길한 소식이었다. 그걸 떠올린 순간, 팬텀은 자신의 무능함에 혀를 차며 프리드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그는 팬텀의 애인이기 전에 앞서 오닉스 드래곤들의 친구였고, 그들의 왕의 계약자였다. 드래곤과 인간의 화합을 꿈꾸었던 젊고 능력 많은 청년이, 오닉스 드래곤의 말살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팬텀으로서는 짐작조차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프리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추리할 수 있었다. "보석함 같은 곳에서 네 손을 잡고 꽁꽁 숨어 있으면, 더 이상 아무 것도 잃지 않아도 되겠지?" 여전히 소년처럼 짖궂은 음성이었으나, 이제 그것은 마냥 밝게만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그를 바라보던 팬텀이 문득 그를 꼭 끌어안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비볐다. 평소 모자로 가려져 있던 선명한 금발이 볼과 목덜미에 문질러지자, 프리드가 가벼운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틀었다. "간지러워. 그만해." "하, 천하의 드래곤마스터도 나 괴도 팬텀의 공격에는 맥을 못추는구만?" "이게 뭐가 공격이야!" "최고의 고문이라는 간지럽히기 공격이지. 맛 좀 봐라!" 이젠 팬텀의 손까지 프리드의 몸을 간지럽히며 달려들었다. 조용하기 짝이 없던 벌판에 프리드의 명랑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메이플 월드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영웅들의 위엄은 간데 없이, 영락 없는 철없는 십대 소년들로 변모한 그들은 들판에서 뒹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그의 손에서 도망가려다 실패한 프리드가 웃음 소리가 섞인 가쁜 숨을 들썩이며 그만을 외쳤다. 어느새 프리드는 풀이 잔뜩 붙은 몸으로 바닥에 깔려 있었다. 그를 위에서 내려다보던 팬텀이 씩 웃었다. "아, 진짜 지쳤다. 항복, 항복. 이젠 더 웃을 기운도 없어." 정말로 너무 웃느라 지쳐버린 얼굴이 된 프리드가 두 손을 들어보였다. 킥 하고 소리내어 웃은 팬텀이 그를 꼭 끌어안았다. 가깝게 포개진 가슴 건너에서 조금 빠른 박동이 전해져왔다. 그가 웃을 기운과 더불어 슬퍼할 기운도 전부 날려버렸다는 걸 확인한 팬텀이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살짝 닿았다 떨어지는 입술의 온기가 달달하게 따뜻했다. "들어줄게." "응?" "네 부탁. 들어준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프리드는 이내 그것이 아까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한 대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프리드를 한가득 담은 보랏빛의 눈동자가 다정스레 그를 내려다보다가 부드럽게 휘었다. "이 세상으로부터 널 훔쳐서, 어떤 것도 프리드 널 해치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줄게." "어떤 것도?" "응. 그 어떤 것도." 프리드의 얼굴에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환한 미소가 퍼졌다. 그 안에서 흘러넘친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프리드가 와락 팬텀을 끌어 안았다. 상상 이상의 반응에 팬텀이 일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도 미소지으며 프리드를 마주안았다. 약속에 대한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훔치기로 마음 먹은 물건 중에서 그의 손에 들어오지 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 그는 반드시 프리드를 훔쳐낼 작정이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그들이 영웅의 짐을 내려놓는 날. 모든 슬픔과 불행으로부터 프리드를 훔쳐 보관할 것이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 "반드시 널 지켜줄게." 더없이 따뜻한 말이 영원처럼 긴 여운을 남기며 서로의 가슴에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