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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토니)역천逆天의 안타레스. 11
Caption 원고 마감을 위해 연재를 강행합니다. 페이트 기반 지크프리트(단테님 자캐) x 파에톤(눙님 자캐)의 2차 창작입니다. 창공의 폴라리스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창공의 폴라리스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천逆天의 폴라리스 지크프리트 x 파에톤? 파에톤은 상처 입은 몸을 끌고 어머니 클리메네를 찾았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가 분노와 절망에 차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당신의 아이를 아끼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아이야말로 당신의 광휘를 이을 자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고귀하신 신의 맹세가 장작보다 쉬이 불타 사그라지는 것이었단 말입니까!" "당신이 먼저 나의 아이를 버렸으니 나는 다시는 당신을 섬기지 않겠습니다. 티탄들이 내쫓긴 타르타로스로 추방되는 한이 있어도, 당신이 있는 한 다시는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이 끝난 순간, 그녀는 파에톤이 보는 앞에서 거대한 나무로 변해갔다. 파에톤은 절뚝이며 달려가 그녀를 뒤덮는 나무껍질을 막으려 애쓰며 울부짖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나의 아버지, 고귀한 태양신이시여!! 제게 남은 마지막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파에톤의 기도는 닿지 않았고, 클리메네는 결국 땅을 뒤덮은 거대한 나무가 되었다. 파에톤은 오래도록 흐느끼며 용서를 빌었지만 태양신은 그를 돌보지 않았다. 준비는 금방 끝났다. 지크프리트는 물론이고 파에톤도 챙길 짐이라는 것이 없었던 탓이었다. 마차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점검한 파에톤이 지크프리트에게 다가왔다. 마브로스에게 마른 풀을 모아주고, 아스프로스의 갈기를 쓸어주던 지크프리트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지?" "팔 내밀어 봐." 지크프리트가 멀뚱히 서 있다가 팔찌가 채워진 손목을 내밀었다. 파에톤이 주머니에서 꺼내든 것을 끼워넣었다.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노란 호박석이 비어 있던 홈에 딱 맞아들어갔다. 그와 똑같은 색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이건..." "나 때문에 깨졌으니까. 돌려주고 싶었어." 팔찌를 한 번 더 만지작거린 파에톤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우울한 기색도, 슬프거나 괴로운 내색도 비치지 않고 그는 그저 담담했다. "고맙다." 말하며 지크프리트는 파에톤의 눈을 들여다보듯 빤히 응시했다. 그의 평온함이 좋은 신호인지 영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의 눈을 피하지도 않고, 한참이나 마주보던 파에톤이 몸을 돌렸다. 검게 그을리고 빛바랜 머리칼이 바람에 다소 산만하게 나부꼈다. 저도 모르게 그것을 눈으로 쫓던 지크프리트가 문득 그의 팔을 다급히 움켜잡았다. "파에톤." "왜?" "그... 머리, 묶을 생각 없나." 파에톤이 황당하다는 듯 눈썹을 밀어올렸다. "귀찮은데." "마차를 끌 때 불편하지 않겠나." 파에톤의 눈빛이 한심하다는 듯 더 뾰족해졌다. 마차보다 더 난폭한 천마의 등에 타고도 전혀 방해받지 않는 것처럼 움직이던 그를 생각하면 무리도 아니었다. 머쓱해진 지크프리트가 팔의 힘을 풀었다. "그럼 당신이 묶어봐." "음?" "토니는 묶어줬을 거 아냐." 지크프리트가 얼빠진 듯 서 있는 동안 파에톤은 그의 손에 적당한 끈까지 찾아 들려주고 뒤돌아섰다.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지크프리트가 조심스럽게 그의 머리를 모아쥐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볏짚처럼 뻣뻣하고 조금만 세게 쥐어도 부서져내렸으나, 아예 손을 못댈 정도는 아니었다. 토니의 머리를 묶어주던 기억을 되살리며 지크프리트는 신중하게 색이 다른 머리카락을 땋아내렸다. 토니의 머리카락보다 훨씬 길고 숱이 많은 머리카락은 한참을 땋아도 허리 언저리까지 내려올 만큼 길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그냥 묶는 게 아니었어?" "토니는 이렇게 하고 다닌다." "걔는 당신에게 얼마나 어리광을 부리는 거야? 어린애도 아니고." 파에톤이 신경질적으로 툴툴거렸다. 다소 긴장한 손길로 머리를 땋던 지크프리트가 픽 웃었다. 잔뜩 날이 서 있던 그의 예민한 말투도 이제는 가벼운 투정처럼만 들렸다. 자신이 그에게 익숙해졌거나, 혹은 그가 마음의 벽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았거나. 어느 쪽이든 나쁘지 않았다. 집중해서 남은 머리카락을 다듬은 지크프리트가 부스러질 듯한 얇은 가닥을 조심스럽게 묶었다. "다 됐다. 어떤가?" 파에톤이 묶인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머리카락이 마치 불이 붙었다 남은 밧줄 같았다. "무거워." "음?" "덩어리가 져서 달라붙어 있는 기분이야. 팔의 고삐처럼." 지크프리트가 머쓱하게 뺨을 긁적이다 손을 내렸다. "미안하게 됐군. 풀어줄까." "...아니. 됐어." 땋인 머리카락을 한 번 만지작거린 파에톤이 성큼 발을 내디뎠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파에톤." "응?" 그가 고개를 돌리자 머리채에 붙어 있던 검고 흰 부스러기들이 바람에 흩날렸다. 지크프리트는 심장이 덜컹거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묘하게 그의 뇌리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허튼 생각하지 마라." "뭐래." 황당하다는 듯 눈을 흘긴 파에톤이 그에게 뭔가를 던졌다. 반사적으로 얼굴에 닿기 전에 잡아챈 지크프리트가 제 손에 잡힌 것을 살폈다. 가죽을 얇게 잘라 꿰어 만든 밧줄 같은 긴 끈이었다. "이게 뭐지?" "고삐." "말이든 마차든 타는 건 익숙하니 필요없다." "하늘을 나는 마차도 타봤어?" 지크프리트는 말문이 막혔다. 파에톤이 먼저 마차에 오르며 지크프리트에게 던져준 고삐의 끝을 마브로스에 단단히 매었다. "그냥 높이 뛰는 말을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마차의 상태가 엄청 튼튼한 것도 아니니까, 떨어져서 으깨진 호박처럼 되기 싫으면 내 말 듣는 게 좋을걸." "......그런데 왜 말에다 묶지." "마차는 불안정하다고 두 번씩이나 말해야 해?" 역시 이상했다. 톡 쏘는 듯한 말투도, 바보 취급하는 듯한 시선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럼에도 지크프리트는 그의 옆에 올라서서 고삐를 쥐는 그 순간까지도 위화감의 정체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하얗고 검은 말이 발을 구르다가 느리게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마른 재와 퍼석한 모래에 여덟 쌍의 발굽이 차례로 찍히며 이어지다가 점차 흐려졌다. 경계의 눈초리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지크프리트가, 곧 제 팔을 꽉 쥐는 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꽉 잡아." "!!" 하늘을 나는 태양 마차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천마의 발굽이 허공을 계단처럼 내밟으며 솟구치고, 마차가 그 뒤를 따랐다. 빠진 차륜 대신 어설프게 끼운 나무 바퀴가 삐걱거리다 결국 부서져나갔다. 위태롭게 기우뚱거리던 마차가 어설픈 각도를 유지하며 천마를 따라 하늘로 올랐다. 지크프리트는 떨어지지 않도록 고삐를 더욱 단단히 부여잡아야 했다. 동행한 파에톤이 무엇을 하는지는 살펴볼 새도 없었다. 가볍게 머리를 흔든 지크프리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행히 당장 공격할 생각은 아닌가 보군." "여긴 아버지의 권역이야. 괜한 피를 흘려 더럽히고 싶지 않겠지." 아들을 쏜다고 했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상대가 파에톤의 아버지만 아니었다면 지크프리트는 그 말을 속으로 삼키지 않았을 것이다. 부글부글 끓는 화를 삼키며 지크프리트가 파에톤을 돌아보았다. "그럼 언제부터 공격이 시작될지 예상되는 바가 있나?" "아마도 제일 높은 하늘." 지크프리트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눈을 찌푸렸다. 그들이 날아오른 거리만큼 가까워진 황금 차륜은 마치 태양 하나와 한 쌍인 것처럼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신의 화살을 어디까지 막아낼 수 있을까. 마차에 숨을 곳도 없는 것 같은데, 엄폐물이라도 실어놓을 걸 그랬나. 지크프리트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주변을 연신 살피며 한 손으로 검을 뽑아들었다. "당신이 구했다던 토니 말이야." 지크프리트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파에톤이 그에게 등을 돌린 채로 말을 이었다. "많이 행복했겠지?" "......갑자기 그런 건 왜," "나도 파에톤이니까, 알 수 있어. 당신은 옆에 있으면 편안하고 든든한 사람이거든.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고 당신은 말했지만, 성격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토니에겐 늘 상냥했을 거야." 파에톤이 돌연 뛰어올랐다. 마차의 난간에 올라선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 보였다. 놀라서 그를 잡으려 했던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팔이 더 뻗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눈이 커다래졌다. "당신과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쩌면 운명이 달라졌을까? 당신을 몰랐으면 좋았을 거라는 말은 거짓말로도 못 하겠어. 정말 좋았으니까." "파에톤, 위험하니까 내려와! 젠장, 어째서...!!" "차라리 태양 같은 거, 이 세계 같은 거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내팽개치고... 당신과 단 둘이 살아갈 수 있다면 모를까." 지크프리트는 뒤늦게 자신의 고삐 끝이 마차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부터 파에톤은 이럴 작정이었던 것이다. 피가 차갑게 식은 손이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파에톤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게는 못하겠어." "파에톤!!" "이미... 너무 많이 희생했어. 이제 와서 또 누군가를 슬프게 하고 싶진 않아. 무엇보다... 당신을 잃으면, 파에톤은 정말정말 슬플 테니까." 파에톤이 고삐를 당겼다. 마차에 느슨하게 매여 있던 아스프로스가 풀려나며 하늘을 내딛어 껑충 뛰어올랐다. 제게 묶인 가죽끈을 풀어내려 애쓰며 지크프리트가 그를 불렀다. "그만둬, 파에톤!! 이러지 않아도 방법이 있을 거다. 그러니까...!!" "아니. 이게 최선이야. 몇 번을 고민했어. 이거라면 나와 함께 죽지 않아도 돼. 이건 온전히 나의 죄야. 그러니 당신은 돌아가서 토니 옆에 있어줘." "파에톤!!!"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었어." 아스프로스에 올라탄 파에톤이 곧장 하늘로 날아갔다. 마브로스가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히히힝!! 돌연 쏘아진 화살이 하늘을 갈랐다. 눈을 멀게 만드는 섬광이었다. 붉은 핏줄기가 경악한 지크프리트의 시야를 물들였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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