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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토니)역천逆天의 안타레스 .10
Caption 원고 마감을 위해 연재를 강행합니다. 페이트 기반 지크프리트(단테님 자캐) x 파에톤(눙님 자캐)의 2차 창작입니다. 창공의 폴라리스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창공의 폴라리스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천逆天의 폴라리스 지크프리트 x 파에톤? 파에톤의 마차가 하늘을 가로질러 달리고, 온몸에 불이 붙은 별자리들의 포효가 사방을 울렸다. 하늘에서 들리는 괴로운 비명에 인간들도 겁에 질렸고 세상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파에톤은 필사적으로 천마의 방향이라도 돌리려 애썼다. 그의 처절한 몸부림을 자신에 대한 거역으로 해석한 태양신이 화살을 쏘았다. 신의 불꽃으로 벼려진 화살이 마차에 적중하고, 부서진 마차 파편들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파에톤은 비명을 질렀다. 태양신의 뜨거운 화살에 살갗이 타들어가고 놓지 못한 고삐가 그의 팔에 엉겨붙었다. 천마는 비명을 질렀고 결국 파에톤과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죽어가던 파에톤을 받아낸 것은 그의 누이들이었다. 그녀들은 파에톤을 자신들의 눈물로 닦아 열기를 식히고 머리카락을 잘라 덮어 상처를 감싸주었다. 몇 날 며칠을 울며 간호한 끝에 파에톤은 겨우 눈을 떴다. 그러나 그를 목숨을 다해 돌보았던 그녀들은 자신들이 흘린 눈물로 녹아버린 뒤였다. 뱀은 그 다음날도 파에톤의 거처에 나타났다. 파에톤은 뱀이 땅을 미끄러지듯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거의 완성된 마차는 여전히 금이 가고 여기저기 손상되어 있었지만, 이제 성인 남성은 셋이나 태우고도 남을 만큼 튼튼하게 복구된 상태였다. 쉿쉿 소리를 내며 한참 입구 근처를 서성거리던 뱀이 느리게 파에톤에게 기어왔다. “……그를 돌려낼 방법을 찾아낸 게 아니라면 형님과 얘기하고 싶지 않아.” 파에톤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형님이 몰랐을 리 없어. 내가 그에게 밝히고 싶지 않아한다는 걸. 그런데 왜……” 가라앉은 푸른 눈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뱀이 동그란 눈동자로 그를 주시하며 긴 혀를 날름거렸다. —영원히 모르게 할 수는 없어. “알아. 그렇지만……” 마차를 어루만지던 손이 느려졌다. 괴로운 듯 일그러진 눈이 힘겹게 내리감겼다. “…되도록 모르게 하고 싶었어.” —어째서? “그 사람이라면 분명 힘들어할 테니까.” 파에톤에게 그는 영원히 이방인이었고, 여전히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를 돕겠다고 한 것도 지크프리트의 독단이었을 뿐, 파에톤이 거래를 요청하거나 보상을 약속한 것도 아니었다. 도리어 처음엔 자신을 ‘토니’와 겹쳐 보는 것이 무척 불쾌하고 혐오스럽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하고… 그러지 못하는 것에 슬퍼할 테니까.” 날선 말을 쏟아붓고 경계하던 것도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파에톤은 지크프리트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에게 ‘토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고 말았다. 한 번 저지른 일은 전능한 신조차 돌이킬 수 없고, 한 번 시든 꽃을 되돌릴 수 없듯 기억을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의 다정함을 마주한 순간부터 줄곧 눈을 뗄 수 없었던 것처럼. “바보 같네. 나.”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며 파에톤이 눈을 떴다. 어느샌가 뱀은 그를 두고 사라진 뒤였지만, 그가 머물렀던 자리엔 길쭉한 몸으로 땅을 그어 새겨놓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의아해진 파에톤이 조심스레 근처로 다가갔다. 내용은 간단했다. 곱씹어볼 시간도 없이 파에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뭐라고…?” 그 무렵 지크프리트는 아스클레피오스의 거처에 있었다. 한숨도 자지 못한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훨씬 초췌했고 눈 밑엔 거뭇하게 그늘이 져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를 흘끔 보곤 태연하게 땅에 뭔가를 써내렸다. 지크프리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문자와 그림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용건은?” “내가 뭘 할 수 있지?” 지크프리트가 그를 향해 한 걸음 내딛었다. 피곤하고 지친 얼굴이어도 어조만은 확고했다. “파에톤을 살리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알려다오.” 흘끔 그를 본 아스클레피오스가 다시금 자신이 그려놓은 것들로 시선을 내렸다. “대신 죽어줄 수 있지.” “그건 안 돼.” 파에톤에게 같은 말을 들었을 때와는 달랐다. 밤을 새우며 고민을 거듭한 뒤에 내린 결론이었다. “난 살아서 돌아가야 해.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그 아이에게도 네가 필요하다.” “알고 있다. 그러니 대신 죽는 것 외의 다른 방법을 찾고 싶다는 거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덤덤한 눈이 도로 그를 향했다. 지크프리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얼굴로 곧게 서 있었다. 뱀을 부리는 예언자의 표정이 처음으로 미묘하게 변했다. 그는 낯선 이방인에 대해 아는 것이 적었다. 그럼에도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눈동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결연한 의지를 보았다. 설령 질투에 시야가 어두워져도, 간절한 욕망에 외면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굳은 심지가 그 안에 있었다. “……그래서, ‘영웅’인가.” 혼잣말 같은 중얼거림에 지크프리트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뜻이지?” 아스클레피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그린 정체 모를 것들 위에 선을 두 세 개 겹쳐 그은 청년이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지크프리트는 문득 그것이 점괘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미래와 운명을 점치며, 희뿌연 장막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가능성을 건져내려는 듯한 모양이었다. “태양이 쪼개져 떨어지는 때, 별을 삼키는 용은 결국 돌아오리라. 혹은 영영 길을 잃으리라.” 이해못할 말을 읊는 그의 목소리는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낮고 스산했다. 지크프리트는 초조하게 다음 말을 기다렸다. “파에톤과 함께 마차에 오르도록 해.” “…….” “돌아갈 기회는 한 번뿐이야. 그 아이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 네가 바라던 기회는 결국 이 땅이 아닌 하늘에 걸려 있으니.” 지크프리트가 아연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것은 자신이 무엇보다 찾아 헤매던 것이었지만, 동시에 지금 알고 싶은 해답이 아니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고개를 느리게 저었다.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선 알려줄 수 없어. 내가 줄 수 있는 답은 이것뿐이야.” “지금은 그것보다 파에톤이 더 중요해! 그 아이가 죽는 게 내가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런 답은 원하지 않았—” 지크프리트는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한 번도 그에게 자신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스클레피오스는 자신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걸, 파에톤의 옆에 머물고 있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예언자라 해도 그의 속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이 가능할 리 없다. 그리고 지크프리트의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오직 단 한 명뿐이다. “......설마.” “그래. 파에톤이 부탁했다. 도와줄 방법을 찾아달라고. 만일 자신이 죽더라도 그를 자신처럼 불쌍히 여겨 돌려보내달라고 했었지.” 가슴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에게도 말해두었으니 너를 두고 떠나버리진 않을 거다.” “말해두었다고?” “너와 함께 예언을 들었지. 방금 전에.” 지크프리트는 아스클레피오스의 곁에 있던 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명할 시간을 줄여준 예언자의 잔혹한 처사에 그는 감사를 표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죽기 위해 오르는 마차에, 그가 죽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을 태우고 함께 날아올라야 한다니. 이 세계의 운명이란 것은, 어린 소년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세계라는 것은 얼마나 끔찍하고도 잔인한가. 긴 침묵 후에 지크프리트가 몸을 돌렸다.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아스클레피오스가 느리게 눈을 감았다. “차라리 잘됐어. 좋든 싫든 그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한단 거군. 방법은 내가 알아서 찾겠다.” 번개에 맞은 것처럼 아스클레피오스가 고개를 급히 돌렸다. 황야로 저벅저벅 걸어나가는 그는 결코 포기한 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운명에 끝까지 저항할 셈인가?” “파에톤을 위해서라면.” 지크프리트가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평온하고, 올곧은 눈이었다. “못 베어넘길 것도 없지.” 할 말을 잃은 아스클레피오스를 두고, 지크프리트는 마저 걸어나갔다. 팔찌에 박힌 용의 눈이 그를 푸른 색채로 쫓고 있었다. 지크프리트가 동굴로 돌아왔을 때 파에톤은 불이 꺼진 모닥불 앞에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그를 만난 이래 처음으로 보는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파에톤의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마브로스와 아스프로스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어린아이를 달래느라 쩔쩔매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였다. “파에톤.” 파에톤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크프리트가 다가가자 두 마리의 천마는 기다렸다는 듯 말머리를 돌려 동굴 밖으로 향했다.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던 마브로스가 힘없이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고, 지크프리트가 파에톤의 옆에 앉았다. 무릎을 세워 얼굴을 파묻은 파에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지크프리트가 한 번 더 그를 불렀다. “파에톤.” “욕할 거면 지금 해.” 대뜸 터져나온 대답은 비명을 잔뜩 지른 사람처럼 쉬고 갈라져 있었다. 지크프리트가 의아한 듯 눈썹을 삐뚜름하게 떴다. “왜 내가 너를 욕해야 하지?” “다 들었잖아. 돌아가려면 저 빌어먹을 마차에 올라야 한다며. 이번엔 정말 피하지 못할 거야. 당신의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마차가 맞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죽고 말 거라고.” 지크프리트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작 그런 것 때문에 널 미워하진 않는다.” “고작?” 파에톤이 고개를 들었다. 지크프리트는 흠칫 놀랐다. 고작 반나절 못 본 사이에 파에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입술은 어찌나 물어댔는지 온통 피딱지가 앉아 있었고 창백한 뺨엔 식은땀마저 옅게 배어났다. “당신은 죽음이 두렵지 않아? 나한테 그렇게 물었으면서, 당신은? 저 하늘 위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 하늘로 올라갈수록 아버지의 분노가 마차를 태우고 화살이라도 스치면 머리부터 떨어져 으깨지고 말 거야!! 그런데 왜 그렇게 태연해?! 난 상상만으로도 죽을 것 같은데!” 지크프리트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역시 죽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군.” “…….” 파에톤의 얼굴에서 남은 핏기가 사라졌다. 허공에 어설프게 떠 있는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이내 울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린 파에톤이 오열하듯 설움을 쏟아냈다. “맞아. 두려워. 괜찮다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면 잠들지도 못할 만큼 무서워. 그런데 이젠 차라리 일찍 죽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 돼. 그랬다면, 그랬다면 당신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 말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 “당신은 몰라!! 내가 아니었다면, 내가 없었다면 당신이 이런 곳에 휘말릴 일도…!” 지크프리트가 그를 당겨 안았다.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파에톤의 금빛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가 행여나 자신을 밀어내지 않도록, 그를 두 팔로 가두듯 단단히 끌어안은 지크프리트가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나는 너와 함께 하늘로 갈 거다.” “…….”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도 포기할 생각은 마라. 네가 설령 혼자서 저승의 문턱을 넘는대도 내가 도로 끄집어낼 거다.” 힘없이 늘어져 있던 파에톤의 손 끝이 가늘게 떨리며 움츠러들었다. 여전히 동요를 멈추지 못하는 눈이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질끈 감겼다. “왜... 그런 선택을 해...?” “너를 구하기로 했으니까.” 기억 속의 토니가 그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자신을 구해줄 거냐고 묻던 천진난만한 목소리와, 자신을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말하던 사랑스러운 눈빛. 이 세계로 온 순간에도 단 한 번도 잊지 않았던 얼굴이었다. 그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을진대, 너를 두고갈 수 있을 리 없다. “내 이름과 영혼에 걸고 맹세했다. 네가 '파에톤'인 이상, 내 마음은 뭐라 해도 변치 않아.” “…….” “너를 혼자 두지 않을 거다.” 아프도록 깨문 입술에서 다시금 피가 흘러 지크프리트의 어깨에 붉은 얼룩을 남겼다. 눈물보다 짙고 쓰라린 흔적이었다. 힘겹게 눈을 내리감은 파에톤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툭 기대왔다. 어설프게 들어올렸던 팔은 기어이 그를 안지 못하고 힘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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