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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소설은 「구다구다 료마 위기일발! ~사라진 놋부 헤드의 수수께끼~」이후의 상황을 가정하여 창작되었습니다. 「너와 나의 BtoB」이벤트와는 이어지지 않는 별개의 전개임을 유념 부탁드립니다.
아마노사카가미와 타카스기 커플링을 다루고 있으나, 둘이 사귀지 않으며 타카스기는 아마노사카가미를 싫어합니다.
사카모토 료마를 짝사랑하는 타카스기의 설정입니다만, 료마는 알지 못하고 오료 씨와 연애중입니다.
제목은 위기일발 공식 테마곡의 제목을 차용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 혹은 읽은 후에 영상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라하바키는 비록 구동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이 도시를 이루는 마력로와 연결되어 있다. 그의 핵심으로 쓰였던 아마노사카가미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마노사카가미와 마력로의 연결은 성배와 오다 노부나가의 목의 소실로 중도에 끊겨버렸고, 서로에게 간섭할 수 없게 되었다. 자체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기동이 가능한 마력로와 달리 아라하바키는 작동자가 없이 버려졌고, 마력로도 아라하바키를 타카스기를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로만 사용했을 뿐 그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도시를 유지하는 데에 전력을 쏟는 것이 고작이었으니까.
그렇다면 그걸 역으로 삼켜버린다면?
아라하바키에게 연결된 여섯 개의 회로를, 타카스기가 가로채 아라하바키를 가동시킨다면?
육체가 없는 아마노사카가미에겐 불가능한 작전이다. 하지만 타카스기 신사쿠라면 가능했다. 그나마도 무리한 작전이었지만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기본 내구도가 낮으니 성공할 거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어. 그건 네가 감당할 몫이지.’
‘말 한 번 기가 막히게 하네. 어떻게든 버텨낼 거니 그쪽이나 잘하라고, 아마노 군.’
하지만 쉽지 않았다. 늘어나지 않는 주머니에 억지로 물건을 쑤셔넣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였다. 마력로를 제 몸에 맞게 개량해 쑤셔넣는다는 계획부터 ‘적당히, 무리가 가지 않는 한에서 갈무리해 넣는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마노사카가미의 (원치 않는) 도움이 있어도 단 시간 내에 소화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두 번째의 쿠마가야 블록에서는 각혈하던 끝에 결국 기절했다.
세 번째의 카와고에 블록에서는 기어이 혈관이 터져나가 사흘 간 팔을 쓰지 못했다.
네 번째의 토코로자와 블록에서는 더 흡수하지 못한 마력을 몸에 두르는 형태로 묶어두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타카스기는 멈추지 않았다. 아마노사카가미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비단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만은 아니었다. 물러서고 싶지 않다는 억지와 아집도 아니었다. 침묵으로 진의를 숨긴 채로, 아슬아슬한 동맹을 유지하는 둘이 슬슬 마지막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제법 근사한 차림이 됐네.”
머리를 묶던 타카스기가 뒤를 돌아보았다. 새하얗던 옷은 그가 그간 토해낸 피로 물들인 것처럼 온통 검고 붉은 빛깔로 바뀌어 있었다. 넘쳐 흐른 마력을 증명하듯, 늘어진 옷자락은 누더기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너덜너덜하고 처참한 모양이었다. 그런 차림새와 달리, 유일하게 색이 바래가는 머리칼을 눈으로 쫓으며 아마노사카가미가 미소 지었다.
“음, 머리카락은 확실히 아쉬운걸. 붉은색이 더 잘 어울렸는데 말이야.”
“칭찬 고맙네.”
태연히 넘기며 타카스기는 대충 늘어져 있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상태는 어때?”
“점점 좋아지고 있어.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마노 군의 도움 덕택이라곤 제대로 말해둘게.”
“그거 다행이군. 도중에 영핵이 터져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타카스기가 빙긋 웃었다.
“내가 아마노 군의 입을 꼬매버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야. 한 배를 탄 이상 선은 잘 지켜줘야지. 그치?”
“하하하.”
“하하하하.”
가식이 듬뿍 담긴 웃음을 주고받으며 타카스기는 능숙하게 약병들을 집어들었다. 처음엔 반동에 못 이겨 튕겨나갔던 것도 이젠 과거의 이야기였다. 타카스기는 네 번째의 마력로 공략부터 더는 폭탄이나 샤미센 등의 보조 무기를 쓰지 않았다. 그가 흡수한 마력을 제법 능숙하게 다루게 되었다는 증거였다.
“……그러고 보니, 네게 묻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응?”
타카스기가 고개를 돌렸다. 불이 꺼진 공방 안, 아마노사카가미는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그늘 아래 표정을 숨기고 서 있었다. 타카스기가 눈썹을 까닥거렸다.
“뭐길래 뜸을 들여?”
“…흐음. 급한 건 아냐. 모든 게 끝난 뒤에 천천히 물어보지.”
“어이, 그거 위험한 복선이라구? 이제 두 개 남겨두고서 그럴 거야?”
이래서 신이란 녀석들은… 영 세심하질 못하다니까. 들으라는 듯 투덜거린 타카스기가 마저 걸음을 옮겼다.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짓고 있던 아마노사카가미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림자처럼 가볍고 소리없는 걸음이었다.
귀신 같은 붉은 시선이 그에게 붙어 있음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자의.
“착각이 아니에요. 관측 오류도 아니고요.”
시온이 심각하게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특이점의 범위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속도도 빠르고요. 이건 마치… 누군가에게 빨려들어가는 것 같네요.”
“천재인 나라도 그렇게밖에 표현 못하겠는걸. 하지만 특이점을 이룬 마력을 흡수하다니, 대체 누가 이런 무지막지한 짓을 벌이는 거람?”
다 빈치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특이점이라고 해도, 역사에 간섭할 정도의 거대한 일그러짐이라고? 저런 거, 몇 번이고 조각내도 파이나 타르트처럼 꿀꺽 삼키는 건 불가능해. 그랜드급의 서번트가 아니고서야, 당연히 과부하나 부작용이 따를 거야. 애초에 그 정도의 서번트라 해도 도전한다면 말려야 해. 반드시!”
나가요시가 기세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저 안에 있는 게 그 사장이라면, 딱히 말린대도 완전 재밌어 보인다고 해버릴 거 같지만 말이야!”
“그런 무식한 짓을 설마 벌이겠냐 싶지만, 사장은 이미 전적이 있으니까 반박도 못할지도.”
차차가 고개를 저었다. 칼데아의 서번트들과 오쿠니의 힘으로 마력로가 탈취되었어도, 보란 듯이 마력을 강제로 끌어올려 아라하바키를 기동시켰던 타카스기였다. 그 광경을 직접 보았던 둘이 저런 평가를 내리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계속 안절부절 못하던 후지마루가 입을 열었다.
“정말로 방법이 없는 거야? 저 안에 정말로 사장이 있다면 뭐라도 해보고 싶어.”
“으음… 사실은 마스터 군이 그렇게 말할 가능성을 고려해서 생각해둔 방안이 있긴 한데……”
다 빈치가 곤란하다는 듯 목을 울렸다. 후지마루가 양손을 딱 마주치며 고개를 숙였다.
“뭐라도 할 테니까!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빈치가 이럴 줄 알았지, 라는 눈빛으로 시온을 흘긋 보았다. 시온 역시 그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 고개를 짧게 흔든 그녀가 안경을 밀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으음… 이미 말해버렸으니 숨길 수도 없겠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카스기 신사쿠를 이쪽에서 강제 소환하는 거예요. 레이시프트할 수 없으니, 저 특이점에서 억지로 꺼내오는 거죠.”
내내 진중한 태도로 경청하던 료마가 어깨를 움찔거렸다. 한편 시온의 설명에 이어 다 빈치의 진지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마스터 군은 이미 알고 있지? ‘타카스기 신사쿠’라는 영령을 소환하는 거라면 이렇게 어려워할 것도 없어. 하지만 저 특이점 안에 존재하는 서번트를 정확히 노려서 소환해야 하는 거야. …소환에 실패할 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고, 저쪽의 서번트에게도 악영향을 끼칠지도 몰라.”
“그렇다면… 저쪽의 사장만이 기억하고 있는 무언가를 성유물로 쓴다든가. 끙, 확실히 어려운 준비물이네.”
“유신 만주, 다 먹지 말고 하나쯤 챙겨둘 걸 그랬지 말입니다…”
란마루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타카스기 신사쿠와 연관이 있는 서번트야 충분히 있었지만, ‘특정한 영령’을 불러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 대안을 내놓았던 시온과 다 빈치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우울한 침묵이 점차 무게를 더해갔다.
“―도움이 될 만한 걸 알고 있어.”
후지마루와 시온, 다 빈치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료마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오료가 머리카락으로 료마를 감싸듯 그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신성한 뱀의 가호 아래, 그는 하얀 해군 제복을 걸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저 특이점의 타카스기 씨를 소환할 수 있는 열쇠.”
탕, 탕, 탕, 탕, 탕, 탕
여섯 발의 총알이 마지막 마력로를 관통했다. 첫 습격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빠르고 신속한 처리였다. 총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던 금안이 뱀처럼 옆으로 굴렀다. 이리저리 토막나고 우그러진 고물 사이에 서 있는 타카스기의 빛바랜 머리카락이 실낱처럼 가닥가닥 흩날렸다. 어중간하게 남아 있는 옅은 붉은 빛깔이 되레 금방이라도 지워져버릴 그의 생을 보여주는 듯했다. 생사의 경계에서 악착스럽게, 표독스럽게. 어떻게든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아득바득 들러붙은 흔적. 타카스기가 고개를 돌렸다. 단시간에 두 개의 마력로를 공략한 탓인지, 창백하게 질린 하얀 안색엔 눈만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마노사카가미가 빈 총을 집어넣으며 입을 열었다.
“괜찮겠나? 체력이 꽤 소모됐을 텐데.”
“이제 와서 쓸데없는 걱정이야. …그리고 쉴 만한 여유도 없어.”
타카스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미미한 진동음이 아마노사카가미에게도 느껴졌다. 붕괴하고 있었다. 마력로로 간신히 유지되고 있었던 특이점이니 놀라울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마력로를 흡수하지 못해도 둘은 특이점과 함께 소멸한다. 고지를 코앞에 두고서 그런 허무한 결말을 맞을까 보냐. 주저없이 걸어간 타카스기가 아마노사카가미를 지나치며 손을 뻗었다. 눈이 불꽃처럼 붉고 진하게 번뜩거렸다.
“이노베이트.”
────.
특이점의 마지막 핵, 그 지반을 맡고 있던 거대한 마술 회로가 타카스기에게 흘러들어갔다. 용량을 버티지 못한 마력이 그를 불사르는 불꽃처럼 전신을 감싸며 넘실거렸다. 내뻗은 손은 거두지 않았으나 이를 악문 입가는 이미 흘러넘친 피로 엉망이었다. 턱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핏방울이 발치에 비처럼 하염없이 떨어져내렸다. 이번에야말로 죽을지 모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뻐근했고 폐는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요동쳤다. 생전에 기어이 그를 넘어뜨리고 좌절시켰던 죽음이 발목을 쥐고 더듬어 올라온다. 떨리는 손을 애써 노려보던 시야마저 검게 일렁거렸다.
“…….”
신음 하나 없이 고통을 이겨내는 등이 잘게 떨렸다. 그것을 무심히 응시하던 아마노사카가미가 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이내 천천히, 기척을 숨기지도 않은 사내가 그에게 걸음을 옮겼다. 검은 마력에 가린 무언가가 소리없이 웃고 있었다. 이제 한 걸음, 단숨에 먹어치울 수 있는 거리. 갈퀴를 닮은 손이 타카스기의 어깨로 향했다. 무너지기 직전의 형상을 낚아채려는 움직임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탕
“─!”
뱀을 닮은 눈이 튀어나올 듯 커다랗게 뜨였다. 저멀리 날아간 오른팔에선 피 대신 검은 유리 조각 같은 것들이 산산히 퍼져 흩날렸다. 처음 보는 목검이 그의 이마 정중앙을 겨누었다. 철사로 단단히 묶어 고정한 총신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스미스 & 웨슨 모델 2, 33구경의 리볼버. 어떻게 모를 수 있으랴.
“내가 이전에도 말했지만,”
타카스기가 삐뚜름하게 웃었다. 채 삼키지 못한 검은 아우라 속에서 붉은 눈만이 악귀처럼 소름끼치게 빛났다.
“너, 나한테 그렇게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
“네놈… 설마…!”
“넌 정말 배신당하는 거엔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야.”
피에 젖은 입 꼬리가 양 귀에 걸릴 듯이 위로 올라간다. 땅의 진동이 점점 심해졌다. 그럼에도 어느 때보다 즐겁다는 듯이, 만면 가득 미소를 띠운 그는 그야말로 죽음을 두른 사신이었다.
“준비됐어?”
“물론이다. 오료 씨 컨디션도 최고이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구.”
기세 좋게 날아오른 오료가 하늘을 헤엄치듯 유연하게 몸을 틀어 료마에게로 돌아왔다. 제복 차림의 료마가 차고 있던 권총을 꺼내 내려놓았다.
‘이게 단서라고? 사카모토와 관련된 서번트라면 누구나 알지 않겠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사실 내게는 생전, 이것 말고도 권총이 하나 더 있었어. 테라다야 사건 때 분실하고서 하나 더 장만했었거든. 그때 잃어버린 것이 바로 이 모델 - 타카스기 씨에게서 선물로 받은 거야.’
후지마루와 오료가 손가락에 상처를 내어 마법진에 피를 떨어트렸다. 신의 마력으로 순식간에 활성화된 소환진에서 희고 푸른 빛이 아름답게 번져나갔다. 권총에서 손을 떼지 않은 료마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른 단서는 오료 씨야.’
‘오료 씨가요? 이거야말로 갈피를 못 잡겠는데요.’
‘그 새카만 녀석에게 붙들려 있던 걸 이 오료 씨가 떼어줬단 말씀이지. 뭐,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녀석의 영기는 정말 엉망진창이었으니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
사이타마에서 타카스기와 접촉했던 때의 오료의 기억과, 타카스기 신사쿠가 그에게 주었던 물건. 그것을 촉매로 하여 ‘유신도시 사이타마(SAITAMA)’에 갇혀 있는 타카스기 신사쿠를 이곳으로 이동 소환한다.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다는 현실은 료마는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잘 풀리기를 바라며 마음을 보탤 수밖에 없었다.
“니도 참 지극정성이구마이.”
“음?”
료마가 눈을 떴다. 이조가 심드렁하게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놈과 연이 아주 없진 않지만서두, 그렇게까지 돕고 싶으냐 허면 그것도 아니란 말이제. 아니, 엔간허면 피하고 싶은 쪽이여. 그놈의 돈, 돈, 내 죽은 담에 다 청산되었다고 들었는디.”
“하하… 이조 씨를 놀리려고 그러는 것 같지만 말이야.”
“그런 점이 맘에 안 든단 말여! 거서 있었던 일은, 내 잘못도 있긴 혔지만…! 어쨌든 다 그녀석이 원인이었잖여! 마지막에 구해줬음 그걸로 됐지, 뭐가 이쁘다구 글케 도와줄라 카는지 내는 도저히 모르겄다야.”
이조가 심퉁하게 투덜거렸다. 너머에선 시온과 다 빈치가 좌표를 가능한 가깝게 조정하는 소리, 마스터가 천천히 소환 영창을 읊는 소리가 멀게 들려왔다. 료마가 권총으로 눈을 돌렸다.
“……타카스기 씨는, 말이야.”
생전, 그의 부고를 전해받았던 편지를 떠올린다. 전쟁터도 아닌, 하물며 누군가의 암살이나 사고도 아닌, 병마에 휩쓸려 운명을 달리했다던 이야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수십의 젊은 목숨들이 들고 일어났다 스러지고, 그 대상이 친구거나 사제였던 일이 흔했던 세상이었다. 그런데도 료마는 오래도록 편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재미 하나 없는 세상을 흔들어보겠다며 야심차게 장담하던 얼굴이 차마 잊히질 않아서.
“목숨 걸고 따랐던 스승도 일찍이 잃고, 죽마고우였던 친우도 뜻이 갈려 먼저 세상을 떠났지. 그 뒤로는 누구도 곁에 두지 않고 혼자서 싸웠어. 그가 창설했던 기병대조차도 처음엔 오합지졸이었으니,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이었을 거야.”
푸른 빛이 점점 강해진다. 신력이 더해진 소환진이 단 하나의 영기를 찾아 부르고 있었다.
“지금도 분명, 저 안에서 싸우고 있겠지. 그의 방식으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그러니까 더더욱, 그를 홀로 두고 싶지 않아. 고독하지 않다, 혼자서도 충분하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자진해서 외로운 싸움을 택할 리 없잖아.”
그러니 꺼내주고 싶다.
언젠가 함께 술잔을 나누고 다시 만날 날을 약조했던 그때처럼, 같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싶다.
뜻이 다르더라도 그는 여전히 료마의 생명의 은인이자, 소중한 벗이었으므로.
“그러니 이젠, 내가 먼저 부르겠어.”
오료와 같은 료마의 마력이 소환진으로 흘러들어간다. 하얀 제복 자락이 머리카락과 함께 펄럭거렸다. 더 반박할 거리를 찾지 못한 이조가 수염이 드문드문 자란 턱을 긁적거렸다.
“…하여간, 니두 참 어지간히 물러터졌으야…”
“비상 상황 발생!!”
이조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시온의 다급한 외침이 칼데아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아마노사카가미가 느리게 잘려나간 어깨를 움켜쥐었다.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잔뜩 일그러진 눈매를 숨길 수는 없었다.
“알면서도… 협력했다고? 모든 걸?”
“아라하바키가 필요했거든. 그래, 네가 알려준 것 말이야.”
땅의 진동음이 돌연 거세졌다. 벽돌이 깔린 도로를 종잇장처럼 찢고, 도시 가장 안쪽에 박혀 있던 거구의 기체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살벌하게 빛나는 적안에 광기가 어렸다.
“하하하! 계획대로야. 전부, 완벽하게!! 아라하바키는 이제 내 거다, 아마노사카가미. 뺏을 수 없을걸! 이미 개조까지 끝냈으니까!”
말 끝에 시뻘건 선혈을 토해내면서도 타카스기는 웃고 있었다. 아직 마력로의 마력을 흡수하는 와중일 텐데도, 그가 눈치 못채는 새에 아라하바키까지 손을 댔을 줄이야. 영핵이 깨져버릴지도 모르는 나약한 몸으로,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그런 무모한 짓을! 사카모토 료마의 거죽을 쓴 얼굴에 새로운 균열이 일었다. 타카스기를 감싼 것과 다른 사악한 요력이 진흙처럼 걸죽하게 흘러나왔다.
“언제부터냐, 도대체 언제부터…!”
“당연히 처음부터지. 아아, 네가 쏜 탄환이 마력과 함께 내 안에 박히는 것도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 그런 용도로 쓴 거였지? 우습지만, 네가 넣어준 그 마력 덕분에 눈이 엄청나게 좋아져서 말이야. 너와 나의 연결이 강해지는 게 갈수록 보이더라구?”
타카스기에게 마력로를 흡수하게끔 유도한 뒤, 미리 심어둔 주박을 이용하여 몸의 제어권을 가로채고 아라하바키를 재가동시킨다. 특이점의 마력을 이용하여 타카스기 신사쿠를 소환하는 데엔 성공했어도, ‘신체’도 힘도 대부분 잃은 자신으로는 타카스기 신사쿠의 자아를 짓누를 수 없으니까. 아마노사카가미의 계획은 완벽했다. 무진 성배 전쟁 때도 그랬다.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또, 이 사내에게 배신당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뺀다면. 붉게 번들거리는 눈으로 핏물을 흘리며 타카스기는 웃었다. 부서지기 직전의 몸이 무색하도록, 즐겁고 즐거워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이제 너만 죽이면 모든 게 끝나, 아마노사카가미! 특이점이 붕괴하더라도 난 살아갈 수 있다. 몇 번이고, 어디에서라도! 다시 싸울 수 있다 이 말이야!!”
검이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며 그에게 쇄도했다. 비록 한 팔이긴 해도 ‘사카모토 료마’의 실력은 그대로였다. 타카스기가 예상했다는 듯 팔을 휘둘렀다. 목검과 진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무너져가는 공간에 울려퍼졌다.
“너는, 네놈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가까이에서 본 아마노사카가미의 얼굴엔 지금도 무수한 금이 가고 있었다. 뺨의 조각이 떨어져나가고, 이마의 한쪽이 으깨져 부서지면 남은 건 이제 사카모토 료마도 아닌 샛노란 눈동자뿐이었다. 벙긋거리는 입안에서 처절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이 세계를 전부 너에게 주었다. 이대로 나의 권속이 되었다면, 그 병약한 몸뚱이에서 벗어나 원하는 바를 이루면서 살 수도 있었다. 왜 거부하는 거지? 신의 힘을 가질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거냐, 왜! 어째서!!”
“결국 네놈의 바람이 그거잖아? 날 꼭두각시로 부리고 싶다고! 그런 점이 싫다는 거야!”
카강!! 캉!!
마력을 머금은 검날이 사납게 부딪히다가 뒤로 물러났다. 타카스기가 방아쇠를 당겼다. 오른쪽 어깨를 맞고서도 다시 덤벼든 아마노사카가미의 검이 그의 가슴을 노렸다. 가까스로 공격을 막아낸 타카스기가 치밀어오르는 피를 뱉어냈다. 마력의 흡수가 얼추 끝났어도 갈무리하는 데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네가 원한다면 자아도 그대로 남겨줄 의향이 있었다. 아니,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지. 온전한 너를 갖고 싶었으니까.”
눈 아래로 생긴 균열을 따라 검은 요력이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죽지 않는 이상 그는 타카스기 신사쿠의 소환자이자 매개체이다. 그 연결을 이용해, 타카스기의 마력을 흔들어 도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타카스기가 이를 악물었다. 목검을 쥔 손등에 핏줄이 두드러졌다.
“너만의 신이 되어주겠다는 말엔 거짓이 없었다. 네 바람을 위해 기꺼이 힘을 빌려줄 수도 있었다. 너도 그런 신과 같은 존재를 원했던 게 아닌가?”
인간은 인간을 다스리지 못하니까. 위에 나앉은 자들이 내쫓기고 밑바닥에 있던 자들이 그 위를 차지해도, 같은 역사가 챗바퀴처럼 돌 뿐이다. 그것을 보며 재미없는 이상을 비웃고, 허무맹랑한 꿈을 꾸었더랬다. 그렇게라도 발악하며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지루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타카스기 역시 인간이었다.
고작 병마 따위에 쓰러져, 원하던 전장에 발을 들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보잘것없는 존재.
“그래, 인간은 인간을 다룰 수 없어… 스스로를 건재하는 것도 힘에 부쳐서 금세 죽어버리지… 그래서 인간이 아닌 존재를 세우려고 싶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아마노사카가미가 말을 삼켰다. 쿵, 쿵, 아라하바키가 걸음을 내딛는 굉음이 가까워졌다. 사내의 제복에 매인 푸른 끈이 끊어지며 떨어진 코트가 땅에 닿기도 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형체 없이 일렁거리던 타카스기의 옷자락이 그 형상을 따라 빚어지며 선명해졌다. 마력을 흡수하는 주체가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너는 아니야. 나도 아니야…! 나의 유신에 내가 군림하는 그림은 존재하지 않아!! 더욱이 지배하는 자의 전리품으로 남는 건 더더욱 사양이다!!”
노을진 하늘에 검고 붉은 재가 마구 휘날렸다. 생전에 맞지 못한 단풍을 닮은 붉은 빛으로, 땅이 뒤덮이고 하늘이 물들어간다. 그리고 피를 토하듯, 혼을 다해 내지르는 외침이 천지를 울렸다.
“다다르지 못한대도 몇 번이고 다시 꿈꾸겠다! 애초에 남을 위한 세계 따위가 아니야! 나의 재미를, 삶을 ─ 내 모든 것을 건 이상의 유신이다!!”
“멍청한 녀석!!”
아마노사카가미와 타카스기가 동시에 손을 뻗었다. 아라하바키가 거대한 팔을 들어올렸다. 그것이 누구를 향하는지, 서로를 노려보는 시선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둘 중의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필연적 결말.
“그렇다면 죽어라, 타카스기 신사쿠! 네가 틀린 이 세계에서!”
대포가 장렬하게 불을 뿜었다. 도로를 장식했던 나무의 단풍잎들이 불꽃에 뒤덮여 나비 떼처럼 퍼득거렸다.
“특이점의 이상 반응 증폭, 심각 단계에 돌입합니다!! 이대로 붕괴하면 전부 끝장이에요!!”
“좌표가 너무 흔들려…! 이게 고정할 수 있는 최대 범위야! 마스터 군, 서둘러!!”
후지마루가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손등의 영주가 마법진에 공명하며 눈부시게 빛났다. 오료의 마력, 사카모토 료마의 기억과 교차하는 무수한 잔상을 거듭하던 머릿속에 일순 붉고 선명한 무언가가 너울거렸다. 후지마루도 잊지 못하는, 밤하늘 아래에서도 색이 또렷하던 이가 너머에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켠 후지마루가 눈을 뜨며 커다랗게 외쳤다.
“영주로 명한다―”
“……정말, 지독한 녀석이야.”
새로이 가동된 아라하바키의 위력은 대단했다. 딛고 있던 땅을 완전히 으깨버리고, 그 일대까지 날려버릴 만큼.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아마노사카가미는 중얼거렸다. 타카스기 신사쿠가 서 있던 곳을 훑던 금색의 눈이 느리게 정면을 향했다.
“스스로를 미끼로 삼아… 나를 방심하게 만들 줄이야……”
줄곧 그를 상대하던 목검이 아닌, 타카스기가 애용하던 진검이 그의 가슴을 꿰뚫고 박혀 있었다. 사카모토 료마의 모습을 덮어쓰고 있던 몸이 점차 무너져가기 시작했다. 옷이 재처럼 부스러져 흩날리고, 깨진 금을 타고 흐르던 검은 액체는 땅에 닿기도 전에 연기가 되어 이지러졌다. 타카스기가 평온하게 대꾸했다.
“네가 아라하바키의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려면 이만큼 쉬운 게 없지. 내가 아라하바키로 너를 조준할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
“이게 나의 답이다, 아마노사카가미.”
아마노사카가미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빛을 잃고 벗겨지는 눈 너머로, 그는 자신이 전투가 끝나면 뭔가 물어보려 했다는 걸 떠올렸다. 정말이지 방심할 수 없는 사내였다. 끝내는 분함보다 허탈함에 웃음이 나올 정도로.
“그런가… 난… 너의 신이 될 수는 없었단 건가….”
타카스기가 덤덤히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는 타카스기가 아는 검은 형체뿐인 악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네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의 얼굴을 빼앗아도 되지 못할 일이라니… 정말 어려운 사내야. 분하구나… 정말로, 분해.”
“그런 것 때문에 사카모토 군의 얼굴로 나타난 거라면 한참 잘못 짚었어.”
타카스기가 한심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사카모토 료마를 좋아했어. 하지만 그 남자와 평생을 함께할 수 없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으니까. 정말 사랑했고, 그의 이상도 재미있었지만…”
“…….”
“그와 함께하는 미래 같은 건 재미없어 보였거든. 나, 내가 제일 돋보이지 않으면 금세 흥미가 식어버리니까.”
아라하바키가 사라졌다. 정확하게는, 타카스기의 보구로서 회수되었다. 이제 남아 있는 땅과 허무의 경계가 확연히 보일 정도였다. 그 안에서도 태연하게 검을 거둔 타카스기가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그 껍질을 뒤집어쓴 너랑 함께하는 미래? 하. 역겨울 정도로 재미가 없을 게 당연하잖냐.”
“…하.”
“꼬시고 싶으면 다음엔 좀 더 매력적인 방법을 쓰도록 해, 아마노 군. 아, 그 잘난 신으로서의 눈높이도 좀 버리고 말이야. 난 천황한테도 돌을 던졌으면 던졌지, 굽히는 타입은 아니라고. 알겠어?”
“그래… 그렇군….”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답지 않은 말을 중얼거리는 그가, 타카스기는 어쩐지 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아… 그럼에도… 그 남자에게 당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아프군…… 이것은 미련인가…? 후회인가…? 내가 모르는 것이 아직…… 아니, 이제 영원히…… 너의 모습으로 남겠구나…….”
“…….”
“타카스기 신사쿠… 너는… 나의 마지막…………─”
새카만 손이 그를 향해 느리게 뻗었다. 타카스기는 물러서거나 피하지 않았다. 완전히 연결이 끊어진, 그리고 소멸해가는 그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런 그의 머리카락에 스칠 듯, 닿을 듯, 손가락의 형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던 연기가 기어이 흩어져 사라졌다.
“…쓰레기 신 주제에 누구더러 순정파라 한 거야. 바─보.”
타카스기가 얼굴을 뒤덮은 핏자국을 문질러 닦아냈다. 엉망으로 흘러나왔던 피들은 이제 어느 정도 멎어 있었다. 체내의 마력도 안정적으로 흐르고 있어, 이대로라면 특이점이 붕괴하더라도 최소한 영령의 좌로는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타카스기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신도시 사이타마와도 헤어질 시간이었다. 타카스기 신사쿠가 소멸하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는 세계가, 타카스기 신사쿠에게 패배하여 사라져가고 있었다. 타카스기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 아마노사카가미가 서 있던 곳에 던졌다. 33구경 리볼버에 끼우는 탄환이었다.
“이걸로 영원히 작별이다, 아마노사카가미.”
“나는 다시 이 세상을 재미있게 살러 가겠어.”
불쑥 무언가가 그를 부르는 기분이 들었다. 타카스기가 고개를 돌렸다. 새카만 어둠만 남은 저편에서 푸르고 노랗게 빛나는 빛줄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딘지 익숙하고 그리운, 평생 가슴에 묻었던 이의 기운이었다.
타카스기가 이끌리듯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허공을 내딛어도 떨어지지 않는 몸이 점점 커지는 빛무리에 완전히 휩싸였다.
“─천칭의 수호자여!”
강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몇 명은 뒷걸음질 쳤고 누군가는 새하얀 빛에 못 이겨 눈을 감았다. 오료의 도움으로 밀려나는 꼴을 면한 료마가 눈을 깜빡였다. 안개처럼 뿌연 빛이 서서히 걷혔다. 제일 먼저 보인 건 넝마처럼 새카맣게 물들고 해진 옷자락, 그리고 색이 조금 바랜 듯한 옅은 붉은색의 머리카락이었다.
“─….”
료마가 입을 벌렸다 닫았다. 천천히 눈을 뜬, 피처럼 붉은 광채가 일다가 가라앉은 눈은 료마가 익히 아는 자만의 것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양 고요한 칼데아를 둘러보며 그가 성큼 걸어나왔다. 가장 앞에 서 있던 후지마루를 응시하는 시선엔 세상사에 흥미라고는 없어 보이는 시큰둥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금세, 폭발적인 웃음과 함께 한껏 즐거운 기색으로 바뀌어버렸지만.
“여어~!! 이것 참, 이렇게 소환될 줄은 몰랐는데! 칼데아의 마술사 군은 늘 날 놀라게 한다니까!”
“…….”
“어쨌거나 모두가 칭송하는 초슈의 영웅, 타카스기 신사쿠 님의 등장이다!! 재미있는 건 잔뜩 준비해뒀겠지? 뭐, 없더라도 지금부터 완전 재밌어질 테니 기대하라구!”
경박한 인사, 소란한 몸짓. 칼데아의 침묵을 깨고도 충분한 소란이었다. 그를 아는 서번트들이 앞다투어 밀려들었다.
“피에 쩔은 고깃덩이 꼴을 하구선 말이 많어! 시체가 걸어온 줄 알았으야!”
“와, 말 한 번 심하네, 오카다 군. 걱정 마, 시체가 되더라도 대금은 반드시 받아낼 테니까. 대충 접어둔 거잖아? 그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겠다, 이자까지 계산해서 정리하자구?”
“오자마자 한 말이 그거라니, 정말 정 떨어지지 말입니다!”
“란마루 군도 있었잖아? 나 빼고 다 모여 있었던 거냐? 재미있는 건 날 빼놓지 말라고 얘기했었을 텐데, 마술사 군! 진작 소환해줬어야 하는 거 아냐!?”
겨우 숨을 돌리던 후지마루의 등을 타카스기가 퍽퍽 두들겼다. 초긴장 상태였던 시온과 다 빈치도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서로의 손바닥을 부딪혔다. 단숨에 왁자지껄해진 분위기가 금방 술판이라도 벌일 듯 흥겨워졌다. 팔랑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온 오료가 료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용케 안 죽었다고 해야 할까. 저 녀석, 마력이 제멋대로 놀고 있는데. 팔팔하니 상관없나.”
“뭐, 적어도 본인은 상관없을 거야. 무엇보다, 즐거워보이니까 마음이 놓이네.”
“흥, 이조도 말했지만 료마는 저 녀석에겐 무른 구석이 있다니까.”
오료 씨는 그런 점이 좋지만 말이야. 그렇게 덧붙이며 오료는 료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아준 료마가 천천히 타카스기에게 다가갔다. 지척에 가까워졌을 즈음엔 그는 이전과 같은 편안한 하카마 차림의 영의로 바뀌어 있었다.
“어서 와, 타카스기 씨.”
후지마루의 볼을 꼬집던 타카스기가 돌아보았다. 요 며칠 간 지겹도록 보았던, 그러나 확연히 다른 얼굴의 그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또 보자고 했었지. 언젠가 올 거라고 믿고 있었어. 덧붙이는 말들에 타카스기의 웃음이 점차 지워지는 듯하다가, 이내 삐뚜름한 미소로 덧칠되었다. 정말이지, 짜증이 나고 진절머리가 나서 심장이 다 아플 정도로, 그럼에도 죽음을 넘어 도달한 곳이 여기라는 데에 안도감마저 들 정도로.
“정말, 지독한 악연이다, 그치?”
지나치게 즐거운, 보고 싶었던 사람과의 재회였다.
“사카모토 군.”
후기를 써봅니다
지금 생각나는 건 아... 마지막에 좀 더 불쌍하고 치졸하게 죽게 뒀어야 하는데... 아마노군... 이란 생각뿐이네요 너무 멋지게 죽였어... 그치만 아무래도 타카스기 대사를 쓰다보니 아마노군 강제로 멋있어졌네요 짝남 보정을 받으니 행복하지?
비투비편이 싫었다기보단... 뭔가 타카스기의 3차 최종재림하고 이어지지 않는 게 너무 아쉬워서, 저 나름대로 정신승리회로를 돌려서 끝까지 완성했습니다. 비투비는 그래도 쓰레기노심을 언급해줬으니까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귀여워... 후후... 타카스기의 보구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남자... 귀여워...
말이 아마타카지 둘이 안 사귀고 있어서 대체 뭐지 싶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늘 안 사귀는 아마타카를 파고 있으니까요 아니 타카스기를 사랑하는 아마노군은 찐이지만 타카스기가 아마노군 사랑한다고 하면 아마노군도 놀라서 캐붕이라고 타카스기 죽일걸요!? 아무튼 그런 세계관이라니까요? 다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리가또 쎄쎄
추가로 페이트 최고 설정인 마력공급도 써보고 싶었는데 키스밖에 못 시켰네요 너무 아깝다... 하지만 씬을 넣기엔 뭔가... 안 어울렸어요 아쉽게도... 유혈 씬도 못 쓰고... 아니 피 토하는 건 여러번 냈고 엄청 데굴데굴 굴렸지만 역시 배를 한 번 찔러주든가 피투성이로 만들어줬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또 책을 낼 일이 있다면? 그때 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오겠지 아마도... (안오면 쩔수없
늘 놀아주시고 함께 해주시는 투명님 튠님 그리고 타카스기왼이지만 저와 함께 타카스기료나고어 외쳐주시는 죽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얘 님이 좋아하는 빨간 머리죠 하고 탐라에 타카스기를 물어와주시는 트친분들도 다들 감사합니다 최애컾책을 하나는 냈으니 여한이 없
진 않고 언젠가 료나고어타카스기북을 낼 수 있게 늘 정진하겠습니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