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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힐다)Apple Drop .11
Caption 모바일게임 킹스레이드 캐릭터 (반역자) 클라우스x힐다 2차 창작 연재물입니다. 썰체로 연재하며 분량은 매화 동일하지 않습니다. 트리거 주의 : 인체 실험, 변형, 약물, 그 외 폭력적이고 잔인한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루세른의 천재 과학자. 뮤턴트들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을지 모르는 자. 하지만 그 희망을 끝까지 지켜 후대에 넘겨준 자. 이것은 지크프리트 리스넬의 행복의 기록입니다. 그는 명문가의 독자로 태어났습니다. 가문은 그리 엄격하지도 않았지만, 사랑이 넘치는 곳도 아니었습니다. 지크프리트는 부모님의 제안대로 과학자가 되었고, 의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박사 학위를 땄지만 늘 공허한 삶이었습니다. 목적이 없었으니까요. 누군가에겐 기만일지 모르지만, 그는 계속 고민했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 ‘하지만 뚜렷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야. ’ ‘나에게 오는 환자들은 굉장히 절실한 사람들인데. 이런 마음으로 의료를 계속하는 건 기만이 아닐까? ’ 그러던 중 지크프리트는 뮤턴트들의 억제제를 만드는 것을 도와주지 않겠느냐는 연락을 받습니다. 뮤턴트들의 약엔 부작용이 많고, 불법적인 실험도 많아 뮤턴트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져가던 시기였습니다. 루세른은 정부 관할 하에 안전하게 보급 가능한 신약 개발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이미 인류는 뮤턴트를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그들이 살아가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도와야하지 않겠나. -뮤턴트는 반드시 고쳐야 하거나 없애야 하는 질병이 아니다. ‘발작기’가 아닌 뮤턴트는 평범한 인간과 다름없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 억제제가 더 안전해지고 보급화되면, 그들의 불편함도 줄어들 것이다. -발작기가 줄어들어 뮤턴트들의 사고가 줄어들면 사람들의 인식도 자연히 고쳐질 것이다. 이미 루세른에서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뮤턴트와 인간을 나누어 분류하는 것을 차별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다. 사회가 바뀌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춰 발전해나가야 한다. 어쩌면 틀에 박힌 말이었을지 모르지만, 지크프리트는 마음이 동했습니다. 실험에 매달리고 뚜렷한 목표가 생기면 이 공허함도 해소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제일 먼저 주어진 일은, 이전 정부 주도하에 벌어지고 있던 암묵적인 인체 실험을 중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거기서 한 소녀를 만났습니다. 삶의 의지를 잃은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생각지 않고, 그저 숨만 쉬는 인형 같은 눈동자였습니다. 지크프리트는 순간 그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어린 아이가. ’ ‘아직 잃어서는 안 된다. ’ ‘너에겐 아직 기회가 있을 거야. ’ 문득 지크프리트는 생각했습니다. 자신은 오래 방황했지만, 이 소녀에겐 그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실험을 중단한 지크프리트는 갈곳 없는 소녀의 이름을 힐다로 개명해주고 자신의 양녀로 들였습니다. 소녀는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지크프리트가 일지를 적고 있노라면 찾아와서 ‘오늘은 실험 안 하나요’하고 물었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으면 다들 자신을 괴물이라 불렀다고 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맨날 들었습니다. ” 지크프리트는 학교로 쫓아가 교무실을 물리적으로 뒤집어놓았습니다. 그는 제법 괴팍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던 것입니다. 지크프리트는 힐다의 몸을 자주 진찰했고, 채혈을 하거나 다른 검사를 할 때는 반드시 목적을 알리며 싫으면 거부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힐다는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지만, 지크프리트는 단 한 번도 그녀의 의사를 묻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이미 실험으로 고통받은 힐다를 다시 실험체로 대하는 고통에 그는 괴로워했습니다. 힐다를 만나기 이전보다 더. 하지만 이번엔 뚜렷한 목적이 있었어요. 딸에게 미래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이 아이가 아프지 않고, 마음껏 원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힐다의 몸을 처음 검진한 날 지크프리트는 그녀의 세포 중 일부가 기존에 투여받은 약물의 성분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녀가 발작기를 경험할 때에 변화된 세포에게서 미약하게나마 호르몬을 낮춰주는 항체를 형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너무 약하고, 일시적이어서 힐다 본인은 눈치채지도 못하는 힘이었지만. 지크프리트는 확신했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모든 뮤턴트들의 ‘희망’이 될지 모른다고. 지크프리트는 이에 관련한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추후에 이것으로 겔릭타에 대한 끔찍한 연구가 진행될 거라고는 알지 못한 채. 그리고 또한, 자신의 연구를 토대로 억제제 ‘이노센트’를 만들었습니다. 실험은 신중해야했습니다. 지크프리트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온갖 불법적인 연구의 회유와 협박, 그들의 실태, 실험당하는 뮤턴트들을 보아왔습니다. 이 연구의 바탕에 힐다가 있다는 걸 알면 그녀를 노리는 자들이 한둘이 아니겠지요. 지크프리트는 이노센트에 대한 것도 비밀에 부쳤습니다. 그가 만든 신약의 효과는 오로지 힐다만 알고 있었습니다. 지크프리트는 자신이 언제고 떠날 것을 고려해, 힐다에게 이노센트의 제조법을 가르쳤습니다. 그녀를 위한 휴대가 간편한 온갖 제조 도구와 시설 등도 고액을 들여 구매했습니다. 힐다가 언제든지 이노센트를 제조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녀의 삶에 불편이 없고 행복하도록. 무엇의 시작일지 알 수 없는 메일 한 통. 지크프리트는 뮤턴트를 위한 신규 억제제 ‘겔릭타’를 만드는 연구에 참여해줬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 안에는 지크프리트의 연구를 감명 깊게 보았다는 이야기도 적혀 있었죠. 이노센트는 안정적이지만 힐다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연구라 범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연구를 확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단 기대를 품고 지크프리트는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04.22.추가) (앞에선 지크프리트가 겔릭타를 알면서도 버리지 않았다고 명시해놓아서 설정 충돌이 있습니다. 뒤에 풀리는 설정을 오리지널로 하고 앞의 내용을 맞춰서 다듬을 예정입니다) 그들은 지크프리트를 환영했습니다. 겔릭타에 대해서도 많은 설명을 들었고, 지크프리트도 즉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죠. 약물의 효과는 꽤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레스 인과 에리스 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 약물. 뒤의 부작용만 해결된다면 정말로 획기적인 발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지크프리트가 이 연구에 관심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어리석은 일이었죠. 그들은 겔릭타를 위한 실험 준비도 되어 있다며 실험실로 안내했습니다. 지크프리트는 그순간부터 불안한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이런 장소를 이미 많이 봤으니까요. 불법 생체 실험실. 침대 대신 쇠창살. 지독한 방부제 냄새와 약 냄새. 눈이 돌아버릴 정도로 새하얀 벽들. 그리고 안에 갇혀 있는, 살아 있는 청년. 지크프리트는 총책임자의 얼굴을 온 힘을 다해 후려갈겼습니다. 결국 실험실에서 바로 쫓겨났지만, 그들은 지크프리트를 당장 놓아줄 생각이 없어보였습니다. “난 정부 소속의 연구자요!! 내가 이꼴을 보고도 그냥 둘 것 같았소? 이 연구는 전부 폐기야!! ” “성급하게 굴지 마십시오. 저희도 나름 정부 소속이니까요. ” “……뭐라고……? ” 그들은 말했습니다. 겔릭타의 완성을 바라는 분들이 계시다고. 그래요, 루세른도 마냥 깨끗한 나라는 아니었습니다. 지크프리트가 속한 연구실에 찬성하는 세력이 있는가하면, 새로운 약물을 개발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 불법 실험을 눈감아주는 자들. 그리고 겔릭타를 통해서, 뮤턴트들을 제어할 수 있는 강화 병기로 만들고 싶어하는 자들. 지크프리트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의사를 할 때가 나았을까요. 그들은 힐다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이 연구를 바깥에 알려봤자 좋을 게 없을 거라고 협박했습니다. 힐다 - 그가 만난 희망. 소중한 가족. 뭐든지 다 들어주고 싶은 소중한 딸. 우습게도, 그들이 이름을 꺼낸 순간 지크프리트는 결심했던 겁니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하자고. 딸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지크프리트는 대답을 미루며 연구소를 계속 드나들었습니다. 실험실에 남은 마지막 실험체 - 클라우스에 대한 정보도 얻었습니다. 그의 두 동생은 겔릭타의 실험에 희생되었다는 것도. 그들은 살리지 못했지만 저 청년은 살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지크프리트는 조금씩 겔릭타를 소분하여 빼돌렸습니다. 그리고 자신만 아는 비밀 연구소에 몰래 겔릭타와 이 연구실에 관한 자료들을 백업해두었습니다. 겔릭타화되어버린 클라우스는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가? 지크프리트는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클라우스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지크프리트도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면 죽일 작정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는 인간이었는데 후천적 에리스인이고 겔릭타화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인과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 “분류를 위해 후천적 에리스인이라고 명시했습니다만, 사실은 제 3의 뮤턴트라고 봐야 할 겁니다. 당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약물 융합에 용이하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강화인간을 만들려고 했죠.” “………” “크흠.주먹은 쥐지 마시죠, 박사. 당신의 연구가 이뤄낸 성과 아닙니까… 겔릭타를 주사하여 융합이 잘 되는 것까진 확인했습니다만, 저희가 생각한 것과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른 억제제는 전혀 듣지 않고 겔릭타에만 반응하는 것. 겔릭타에 대한 부작용은 없지만 그것이 없으면 신체 내에 남은 겔릭타가 자신의 세포를 파괴하는 경향이 있는 것. ” “뭐라고…? ” “쓸모없게 된 부위를 버려 생존을 올리는 것이지요. 생물학에서는 자주 있는 현상 아닙니까. ” “………그리고 마지막엔 그것도 죽거나 다른 기생체로 옮겨가는 것도 흔한 일이죠. ” “그것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겔릭타 농도만 유지해주면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을 뇌가 느꼈을 때 겔릭타가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거지요. 통상 아레스 인의 발작기보다 세 배는 높은 수치입니다. ” “겔릭타의 농도만 유지되면 그가 죽을 일은 없다... 입니까. ”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좀 더 쉽게 강화 인간을 얻거나 만드는 것. 그리고 생산량을 늘리는 거지요. 그리고 지금은 이성을 잃고 피아구분을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한 그 모든 게 끝나면 겔릭타가 얼마나 강해질지도 계산해서…” “잠깐. 겔릭타를 보완하는 게 아니라… 더 강화하겠다고? ” “저희의 목적은 강화인간을 만드는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 쓰레기 새끼들. 지크프리트는 눈으로 욕하는 데에 천부적인 재질이 있었습니다. 겔릭타를 일부 빼돌리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지크프리트가 만든 ‘이노센트’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고, 그것을 갖고 싶어했습니다. 겔릭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할 거라면서요. 이대로는 힐다까지 말려드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지크프리트는 비웃듯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가둬놓고 실험하셔야겠군요. 제 연구에 사용한 실험체는 저니까요. ” “………” “저는 보기보다 유명해서 바로 없어지기는 어려울 겁니다. 당신들 만큼이나 든든한 사람들이 뒤에 있다는 거죠. 물론…” 지크프리트는 고민하는 척했습니다. “강화인간까지는 아니더라도 겔릭타를 보완하는 건 저도 슬슬 흥미가 생기네요. 어쩌면 제가 여러분의 실험체가 되어드릴 수도 있겠지요. ” “그건 반가운 일이군요. ”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저 청년을 풀어주십시오. 그러면 연구에 동참하도록 하죠. ” “저 청년은 겔릭타의 마지막 실험체입니다. 풀어줄 수 없습니다. ” 겔릭타의 실험체 중 둘은 죽었다. 그리고 지크프리트를 완전히 신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클라우스를 풀어줄 수는 없다. 지크프리트는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라우스를 빼돌릴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빼돌린 겔릭타의 양은 너무 적습니다. 클라우스의 목숨을 연장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지크프리트는 비밀 연구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피를 뽑아 겔릭타에 섞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겔릭타는 바라던 것처럼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체에서만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죠. 지크프리트는 조금 고민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자신의 몸에 겔릭타를 주사하고 이노센트를 주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가며 스스로의 몸 상태를 체크했습니다. 그는 클라우스처럼 강화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겔릭타는 몸에서 극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피를 토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몸의 통증을 줄여주는 건 이노센트였습니다. 이노센트가 겔릭타와 합쳐지면서 상쇄 반응을 일으켜준 것이었어요. 지크프리트는 스스로의 육신이 깎여가는 걸 알면서도 연구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클라우스를,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가족인 힐다를 위해. 연락이 닿은 건 그때였습니다.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지크프리트는 뛰어갔습니다. 이미 모두가 죽어버린 연구소에서 클라우스는 혼자 미친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의 몸에 있는 겔릭타의 위력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도. 이런 청년이 희생당하면서까지 만들어져야 했을 위대한 연구도 아니었으며. 그저 생명을 경시한 과욕이 만들어낸 거대한 비극이 도래했음을. 지크프리트는 그를 와락 안아주었습니다. “미안하다. 일이 이렇게 되기 전에 왔어야 했어. 너를 좀 더 일찍 꺼냈어야 했는데. ” “아직 늦지 않았어. 이곳을 벗어나렴. 살아야해. 마지막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 ” “……싫어… 싫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요. 난. 난 살 가치도 없어. 죽고 싶어. 죽고 싶다고. ” “억울하게 죽어간 동생들을 생각해!! 그들의 죽음까지 묻히게 할 작정이니!! ” 클라우스에게 못할 말인 걸 알면서도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를 살려야 했습니다. “잔인한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포기하면 안 돼. 너의 희망은 아직 남아 있어. 난 그걸 알려주기 위해서 널 만나러 온 거야. ” 지크프리트는 그를 잡아끌며 피투성이가 된 그의 손에 비밀 연구소의 장소와 자료가 담긴 메모리파일을 건네주었습니다. “암호는 ‘여명을 가르는 창’이야. 난 여기를 처리하고 갈 테니 먼저 떠나거라. 열흘 뒤 만나자. 장소는 이 안에 적어뒀어. ” “하…지만, 박사님 혼자서는, ” “꾸물거릴 시간 없어!” 열흘을 말하면서도 그는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자신은 죽을 거라고. 연구소가 이렇게 된 걸 그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클라우스가 도망치는 동안의 시간은 벌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연구소 컴퓨터로 돌아갈 때, 지크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지크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말했습니다. “…만약. 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 “힐다를… 내 딸을 지켜주렴. 부탁한다. ” ……그것이, 그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습니다. 그는 연구소의 자료를 해킹하고 기록을 전부 망가뜨렸습니다. 전부 빼돌릴 시간이 없다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마지막 정보만큼은 없앨 수 없어서, 지크프리트는 메모리파일로 만든 뒤 삼켰습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지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다면. 그는 진정 필사적이었습니다. 피로 얼룩진 세상이다. 윤리를 잃고 망가져버린 세상이다. 하지만 다음 세대는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딸이 살아갈. 그 아이가 열어갈 시대의 보탬이 되고 싶다. 지크프리트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도중에 죽었습니다. “장례식 정도는 치르게 해줘. 어차피 화장되기 전에만 바꾸면 그만이니까.” “연구는 어디서 진행할까요? ” “제 2연구소. 귀한 샘플이니 중요한 데서 다뤄야지. ” 오가는 말들. 지크프리트가 들은 건 그것뿐이었습니다. 우스운 말이었습니다. 그는 한낱 인간일 뿐인데.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사람 하나도 제대로 구하지 못한. 그것이 그의 의식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지크프리트의 운명은, 기구하다는 말로 설명이 될까요. 그가 몸에 주사했던 약물이 아이러니하게도, 지크프리트의 거짓말을 진실로 입증하는 셈이 되어 죽은 채로 혹사당하게 되었습니다. 의식이 없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둠이 내린 그의 삶에 여명은 찾아올까요. 그가 뿌린 희망의 씨앗은 잘 자라났을지요. 그렇기에, 그의 일기는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이것을 언젠가 찾아올 행복을 기다리는 기록이라 부릅니다. 삽입곡_ https://www.youtube.com/watch?v=8uZ0y_lFg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