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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와 유토와 루리가 슌을 소중히 하는 내용입니다
반전요소가 있습니다
레이지는 연애 감정, 유토는 우정, 루리는 가족애지만 모두 슌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뺨을 스치는 바람이 부드러웠다. 구름 두어 조각이 평화롭게 떠다니는 하늘과 어울리는 미풍이었다. 장난기어린 숨결에 사락사락 흔들리던 검푸른 머리칼이 잠잠해졌다. 그 아래로 덮인 매끈한 이마는 도자기 인형의 것인 양 고운 흰빛이었다. 예쁘게 내리감겨 있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 느리게 위로 말려올라갔다. 특유의 날카로움이 채 누그러들지 않은 금빛의 눈동자가 잠에 취해 몽롱했다.
"깼어?"
품에 안긴 온기가 부드러운 울림을 내었다. 잠들기 전부터 죽, 그의 한 팔에 꼭 안겨 있던 이의 무게가 지금도 선연했다. 뒤척이는 소리와 함께 다른 팔에 의지하고 있던 이가 슌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작은 어리광에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이 슌의 손가락에 거짓말처럼 또렷이 감겼다.
"왜 벌써 깼어… 좀 더 자자…"
왼편에서 들린 음색은 처음의 질문보다 더 여리고 높았다. 슌과 마찬가지로 잠에 절어, 발음이 좀 불분명한 듯도 했다. 그게 사랑스러우면서도 가슴이 아려, 슌은 루리를 좀 더 꼭 끌어안았다. 좋아하던 원피스를 벗어던지고 투항의 스카프를 둘러매었어도, 그녀는 여전히 슌에겐 마냥 감싸주고만 싶은 어린 동생이었다. 쿡쿡, 반대쪽에서 낮은 웃음이 들려왔다. 오랜만에 듣는 친우의 웃음 소리가 귓가에 쓰도록 달았다.
"어리광이 늘었잖아, 루리."
"그게 뭐? 유토도 그러면서."
슬쩍 한쪽 눈만 뜬 루리가 맞은편의 유토를 보았다. 말없이, 천연덕스럽게 어깨만 으쓱인 유토가 슌을 올려다보다가 소리도 없이 웃었다. 검은 망토를 둘렀음에도 유토의 미소는 예전의 빛깔 그대로였다. 그가 사랑하고, 아끼고, 더없이 소중히 여기는 아이들. 슌은 느리게 눈을 감았다. 유토와 루리를 안은 팔에 살며시 힘이 들어갔다. 모두 그의 품에 있었다. 찾아 헤맸던 나날들이 마치 한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둘다 일어나기 싫은 것 같은데. 좀 더 잘까."
슌의 중얼거림에, 시선을 교환하던 유토와 루리가 조그맣게 웃었다. 그리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그를 꼭 끌어안았다. 서로의 아늑한 온기에 기댄 셋 위로 바람이 봄담요처럼 살랑이며 내려앉았다. 다시금 잠을 청하는 슌의 귓가에 달콤한 인사가 자장가처럼 흘렀다. 안식을 부르는 속삭임이었다.
"잘 자, 슌."
"좋은 꿈꿔. 오빠."
사랑해. 좋아해. 우리가 정말로 아끼는 사람. 슬픔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행복한 꿈이 깃들기를. 말이 아닌 포옹으로 와닿는 마음이 마법처럼 온전했다. 이미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걸. 너희만 있다면. 고요했던 슌의 입술이 둥근 호선을 그리며 휘었다. 그들을 안은 품도, 닿아 있지 않은 등과 머리마저도 따스했다. 마치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도 그를 꼭 안아주고 있는 것처럼. 쓰다듬을 받는 듯한 포근함에 슌은 만족스럽게 잠에 빠져들었다. 모든 것이 충만했다.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역시 웃는 게 제일 예쁘군."
중얼거리며, 레이지는 그의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슌은 여즉 자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소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을 꾸고 있었다. 레이지는 조심스럽게 그를 당겨 가는 몸을 끌어안았다. 슌의 고개가 기울며 평온한 숨결이 레이지의 뺨을 간지럽혔다. 앞으로도 슌은 눈을 뜨지 않을 터였다. 레이지가 그것을 바라고, 슌이 그것을 원하기에.
"너는 앞으로 계속 행복할 거야. 쿠로사키."
뇌사에 가까운 수면 상태. 인공호흡기를 달지 않고도 슌이 지금의 오랜 잠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레이지가 차원 전쟁이 끝나갈 무렵부터 매달린 연구의 성과였다. 유일무이한 친구를, 인생의 전부와 같았던 여동생을 잃은 연인을 향한 배려이기도 했다. 네 육신을 위한 모든 것은 내가 다 할 테니, 너는 그곳에서 아름다운 평온으로 웃어주기를. 매일 바라는 염원을 재차 읊으며 레이지는 잠든 연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슌은 아직도 더없이 맑게 웃고 있었다.
"오늘도 좋은 밤이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