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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가카리 캠페인 소녀가 불타는 잉걸불의 CPC4 캐릭터 로그 모음입니다.
추후 추가 예정입니다.
02.
"자. 무르 씨도."
마사야가 당고가 꿰인 꼬챙이를 내밀었다. 쥐기 좋게 내밀어진 그것을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살피던 무르무르가 뒤늦게 받아들었다. 앞서 당고를 받았던 칸지가 떡 하나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꼬치까지 씹어먹는 건 아닌가보군. 그를 흘깃거리던 무르무르가 그제야 입에 넣고 떡을 물었다.
"맛있습니다. 마사야 씨는 음식도 잘 만드시네요."
"하하. 소스만 뿌렸을 뿐인걸. 무르 씨는 어떠세요? 입에 맞으신가요?"
"으음~..."
질겅질겅. 쭈욱쭈욱. 마치 개구리 창자를 씹는 듯한 식감이다. 어린 시절 스승한테 속아서 고무나무 수액을 먹었을 때의 느낌 같기도. 그래도 끝에 달라붙는 소스의 단맛이 나쁘지 않아, 무르무르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 이게 일본 주식?"
"하하. 이걸로는 배가 안 차죠. 간식입니다."
"무르 씨는 웨일스가 고향이라고 하셨죠. 이런 음식은 그곳에도 없습니까?"
"응. 뭐, 나야 맨날 야채 수프만 만들어 먹고 살아서 다른 음식도 잘 모르긴 해."
무르무르가 나머지 경단을 입에 넣었다. 마사야가 온화한 미소를 띠며 무르무르를 돌아보았다.
"입에 맞으시다면 다음에도 해드리겠습니다."
"평소에도 이것저것 해주잖아. 그걸로 충분해."
그 사이 당고를 다 먹어치운 칸지가 그를 보았다.
"그러고보니 유이 양은요?"
"아빠보다 친구들이 더 좋을 나이잖아. 친구들하고 따로 놀러갔어."
"그도 그렇군요."
마사야가 무르무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무르 씨는 가족이 안 보고 싶으십니까?"
"딱히? 마지막으로 본 지도 엄청 오래 됐고, 우리는 서로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 주의거든."
마지막으로 스승 푸르푸르와 대화한 것도 벌써 몇 십 년 전이다. 양친은 생사도 모르며 얼굴조차 기억이 안 난다. 마술사로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무르무르는 인간의 음식에 대해서는 몰라도, 이런 얘기를 했다간 이상한 동정심을 사거나 귀찮은 설명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따로 얘기가 나오기 전에 그럴듯한 거짓말을 먼저 늘어놓았다.
"누나는 방랑벽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얼굴을 잘 못 봤어. 부모님도 그렇고. 그래도 다들 건강하시고 가끔 편지도 주고받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편지입니까. 부모님께서 굉장히 감성적인 분들이신가 봅니다."
무르무르는 칸지가 말한 감성의 영역이 양피지에 식물의 즙으로 글씨를 적어 보내는 수준이라고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마사야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맞은편에서 유카타를 입은 아이 둘이 불이 붙은 막대를 흔들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보다 형제가 있으셨군요. 누님분도 무르 씨처럼 사람을 잘 도와주는 성격이신가요? 한 번 뵙고 싶네요."
무르무르의 머릿속에 순간 박장대소하는 푸르푸르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인간을 돕는 푸르푸르라. 차라리 대천사 푸르푸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터였다. 고개를 흔들어 시끄러운 웃음소리를 떨쳐낸 무르무르가 떡이 하나 남은 꼬치를 까닥까닥 흔들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아이들은 불꽃이 별처럼 튀는 모양을 구경하느라 한껏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내가? 사람을 도와준다고?"
"그렇지 않습니까. 일이 없을 때도 사소한 것도 잘 거들어주시잖아요."
"도와줌의 기준이 너무 낮은 거 아냐?"
"하하하. 무르 씨가 너무 겸손한 것 아닐까요. 왜 이전에도......"
순간, 그들의 옆을 스쳐지나가던 아이의 발이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렸다. 바닥에 불꽃이 붙은 막대가 굴러가고,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아이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모두가 반응하기 전에 무르무르가 먼저 움직였다. 아이의 몸이 무르무르의 팔에 걸려 멈추었을 땐 아이의 이마와 불꽃이 금방이라도 맞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일으켜세운 무르무르가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았다.
"괜찮아?"
"네... 네에."
"앞을 잘 보고 걸어야지~ 그리고 불꽃 놀이는 이따 밤에 보는 게 더 좋을 거야! 엄청 큰 게 터진대."
무르무르가 씩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모두가 놀라고 경황없는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무르무르만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겨우 고개를 꾸벅 숙인 아이가 곁으로 다가온 친구의 손을 잡았다. 아까보다 조심조심 걷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무르무르가 몸을 일으키다가 문득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당고 꼬치도 저멀리 떨어져 있었다.
"......바로 지금 같은 때 말이에요."
마사야가 한 박자 늦게 입을 열었다. 무르무르가 둘을 돌아보았다.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 칸지가 그에게 맞장구쳤다.
"카미가카리가 아니었다면 경찰을 하셔도 좋았을 겁니다. 정말로."
"그런가?"
"예. 보기보다 몸도 튼튼하시잖습니까."
"보기보다? 보기보다아?"
무르무르가 칸지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푹 찔렀다. 마사야가 웃음을 터트렸다. 칸지가 어색하게 아픈 척을 하며 한 걸음 물러서자, 그제야 픽 웃은 무르무르가 깍지를 껴서 제 뒷머리를 받쳤다.
"장담컨대 내가 여기서 제일 단단할걸. 신체 한정이지만."
"신체... 한정은 뭡니까?"
"인간들은 마음이 단단하잖아. 너희 둘도 그렇지만, 살아 있는 것들은 다 튼튼해."
무르무르가 시선을 옮겼다. 이미 불씨가 꺼진 막대를 아쉬운 듯 돌아보면서도, 아이는 친구와 손을 꼭 잡고 열심히 걷고 있었다.
"찰나의 반짝임, 오래 가지 않는 허상에 잠깐 정신이 팔리더라도, 그래서 넘어지거나 흔들리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걸어나가잖아. 때로는 옆에 주저앉은 자들을 일으켜주기도 하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바람이 불더라도 손을 잡고 이겨내고..."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의 등을 바라보던 무르무르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참 보기 좋아서, 자꾸 손을 얹게 된단 말이야. 나 스스로는 꽤 안 좋은 버릇이라고 생각하는데...... 뭐야? 왜 다 그런 표정인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단 표정을 짓고 있던 칸지가 난처하게 뺨을 긁적였다.
"......그런 철학적인 답변이 나올지는 몰랐지 말입니다."
"그래? 너희는 이런 거 생각...... 아아. 안 하겠구나. 그럼 그냥 잊어버려. 난 선 채로 꿈을 잘 꾸거든."
"하하. 그래도 무르 씨가 인류애가 넘치는 분인 게 느껴져서 듣기 좋았습니다."
웃음을 터트린 마사야가 발을 떼었다. 나란히 걷는 세 사람의 그림자가 집으로 향하는 길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그래도 참 신기합니다. 가끔 무르 씨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에이전트는 전부 그런가요?"
"하하하. 글쎄. 어떤 것 같아?"
"음... 저는 무르 씨가 좀 특이한 거라고 생각합니... 윽. 농담입니다."
무르무르에게 또 팔꿈치로 찔린 칸지가 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무르무르가 사악해 보이는 웃음을 만면에 띄웠다.
"이치노세는 보이는 것만큼 튼튼하니까 좀 더 찔러도 되지 않을까나~ 아, 그나저나 당고 다 못 먹었네. 하나 남아 있었는데."
"집에 들러서 받아가실래요? 집에 오셔도 좋고요. 마침 유이도 돌아올 시간이니까요."
"그럼 그 김에 저녁도 얻어먹고 갈까? 이치노세도 같이!"
끝없이 길어질듯 하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지며 희미해졌다. 세 사람의 발걸음을 배웅하는 가로등 불빛마저 옅어졌을 무렵, 사람들도 사라진 곳엔 미처 삼키지 못한 당고 꼬치만이 쓸쓸하게 버려져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