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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마감을 위해 연재를 강행합니다.
페이트 기반 지크프리트(단테님 자캐) x 파에톤(눙님 자캐)의 2차 창작입니다.
창공의 폴라리스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창공의 폴라리스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천逆天의 폴라리스
지크프리트 x 파에톤?
신전에서 모욕을 당한 태양신은 그 길로 곧장 모든 신의 아버지를 찾아갔다.
"모든 신의 아버지시여, 위대한 제우스여! 태양신이 오만하게 태양 마차를 자신이 아닌 그 아들에게 끌게 하였나이다. 마차가 한 번 길을 잃으면 지상과 하늘은 물론이요 바다까지 큰 피해를 입게 되거늘, 이 중대한 사항을 홀로 결정한 것은 마차를 끄는 권능을 내린 당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청컨대 태양신에게 벌을 내리소서!"
제우스는 고민에 빠졌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으나, 당장 닥치지 않은 일로 그의 아들이 마차를 끈 것을 벌할 수는 없었다. 위대한 번개의 주인은 결정을 내렸다.
"만일 그 자가 마차를 무사히 이끌고 돌아오지 못한다면 벌을 내리겠다."
그리고 그때, 새벽의 여신 아우로라가 치맛자락을 걷어내며 아침을 알렸다. 파에톤은 아버지의 배웅을 받으며 힘차게 마차를 출발시켰다.
지크프리트는 파에톤과 함께 지내며 부서진 마차 조각을 주워왔다. 지리에 익숙해지자 부서진 민가를 뒤져 식재료를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지크프리트는 오리온과 라돈 외에도 많은 별자리들을 마주쳤다. 비늘이 전부 타버린 바다뱀 히드라, 검은 깃털이 희게 새어버린 까마귀 코르부스... 그들은 하나 같이 파에톤을 증오했고 악담을 퍼부었다. 지크프리트가 파에톤이 마차를 고쳐서 하늘을 원래대로 되돌릴 것이라 말해도 듣지 않았다.
"그러게 말했잖아. 소용 없다고."
지크프리트가 다섯 번째로 설득에 실패한 날이었다. 초췌하게 돌아온 지크프리트에게 파에톤이 한심하다는 듯 핀잔을 주었다. 그를 딱하다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엔 동정마저 느껴졌다. 지크프리트가 그를 쏘아보았다.
"남 일처럼 말하는군."
"남 일이지. 그럼 당신이 하는 일이 내 일이겠어?"
"......관두자. 대화가 안 통하는군."
"이제 알았어? 난 진작 알았는데."
마브로스의 코웃음이 들려왔다. 아스프로스가 마브로스를 머리로 툭 들이받는 소리도 함께였다. 신이 키운 명마라 했던가. 가끔 지크프리트는 그들이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이 동굴이 네 배는 더 시끄러웠을 거란 확신에 가까운 가정을 하곤 했다. 실제로, 마브로스가 참견처럼 발굽으로 바닥을 두드리거나 콧김을 내뿜는 건 사실상 인간의 하는 참견과 다를 바 없었다.
설득보다 더 어려운 건 파에톤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까칠하고, 사나웠다. 그리고 지크프리트가 자신을 토니와 비교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토니에 대해 궁금해했고, 지크프리트가 그의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토니와 지크프리트가 연인이 되었다는 이야기만 제외하고서.
"그쪽 세계의 토니는 안목이 없는 게 분명해."
파에톤이 장작을 던지듯 내려놓으며 투덜거렸다. 속이 썩어 있던 나무토막이 마른 울음을 내며 두 갈래로 쪼개졌다.
"얼굴만 잘생겼지 나머지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잖아. 섬세하지도 않고, 다정한 것도 아니고, 켄타로우스도 당신보단 덜 투박할 거야. 그리고 조각을 뽑다가 동강냈다고? 당신이 망치의 절름발이 주인이야?"
"넌 토니보다 잔소리는 더 많이하는군."
"당신이 못해서 그렇잖아. 정말 날 도와주려고 하는 게 맞긴 해?"
파에톤이 짜증을 있는대로 부리며 풀과 나무껍질을 낡아빠진 솥에 풀을 찢어넣었다. 지크프리트는 할 말이 없어졌다. 요리, 빨래, 청소, 무엇이든 자신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무엇도 도움이 되지 앟았다. 부서진 마차의 조각을 붙이기 위해 풀을 개는 법, 잿더미 속에서 눈부신 태양 조각을 찾아내는 법, 적을 죽이지 않고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는 법 따위, 지크프리트와는 평생 연이 없는 것들이었다. 이번엔 살려보내주지만 다음번엔 반드시 죽이겠다는 경고라면 모를까.
지크프리트에게서 시선을 거둔 파에톤이 솥 안에 든 것을 젓기 시작했다. 잠시 고장난 것처럼 서 있던 지크프리트도 슬금슬금 다가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어느덧 제법 익숙해진 자리 배치였다.
"......알려주면 잘 할 수 있다."
"뭘? 사고치는 걸?"
"지금 네가 하는 것 말이다. 그러니까... 조각을... 달라붙게 하는 것."
"접착제."
"그래. 그걸 만드는 법 말이다."
파에톤이 들으라는 듯이 코웃음쳤다.
"차라리 마브로스에게 가르치는 게 더 빠르겠다."
"......"
"토니가 참 존경스럽긴 해. 어떻게 말을 가르친 거지? 유치한 말투나 쓰길래 그쪽의 토니가 참 얼빠진 녀석이구나 했는데, 그냥 당신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됐나 봐."
토니의 이름이 불려나오자 지크프리트가 무릎에 올려두었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내가 부족한 거지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러게 잘하지 그랬어?"
"나에 대해서 빈정거리든 욕을 하든 상관 없다만, 토니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건 자제해줬음 좋겠군."
파에톤이 손을 멈추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줄곧 함께 보냈지만, 지크프리트가 그에게 대놓고 거북한 티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말 웃기고 이상한 사내다. 자기에 대해서 말할 때는 따박따박 말대꾸는 할지언정 짜증은 안 냈으면서, '토니'의 일에서는 이리 예민하게 반응하다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파에톤도 불쑥 이유 모를 화가 치밀었다. 자신에 대해 안다는 듯이 참견하고, 끼어들고,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토니와 비교하듯 말하는 것도 그는 나름 관대하게 참아주고 있었다. 게다가 토니가 어쩌니 마니 했지만 결국 그의 흉을 본 것인데, 왜 자신이 이런 터무니없는 말을 받아줘야 한단 말인가. 삐죽삐죽 모가 난 마음이 저도 놀랄 만큼 거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신이 잘했으면 걔 얘기가 나올 일도 없었겠지? 걔는 참 좋겠다. 난 뭐 아는 것도 없는데 애인인지 누군지가 먼저 나서서 말이 많네. 걔랑 있을 때도 그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참견하고, 수발도 들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그만해라. 듣기 거북하군."
"나한테는 인내심이 발휘가 잘 안 되나 봐. 난 걔가 아니라 파에톤이라 그런가 봐? 구실이 참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네. 토니 같으니까 도와줬다. 토니 같지만 듣기 싫다. 내가 진심으로 충고하는 데 육아는 절대 하지 마. 애 성격 다 버릴 거 같으니까."
빈정거리는 어조가 이어질수록 지크프리트의 손등에 핏줄이 터질 듯이 꿈틀거렸다. 파에톤이 사납게 웃었다.
"아, 그런 성격이라서 걔랑 잘 놀았나? 나도 예전엔 유치하게 굴고 어리광도 많이 부렸지. 이해해. 더군다나 이런 마음씨 착하고 멍청한 보호자가 있으니 지금도 얼마나 경우 없이 굴까?"
"......"
"분수도 모르고 마차를 몰아놓고, 그것 때문에 피해가 얼마나 컸는데 아무 죄도 없다는 듯 시시덕대면서ㅡ"
쾅!!!
말이 뚝 끊겼다. 파에톤을 눈을 커다랗게 뜨고 앞을 주시했다. 손이 완전히 파묻힐 만큼 세게 내리꽂힌 지크프리트의 주먹이 땅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두 마리의 천마도 숨을 죽신 순간, 지크프리트가 느리게 손을 털며 고개를 들었다. 맞을지도 모르겠다. 파에톤은 땅에 떨어진 이래 처음으로 긴장했다. 분명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음에도 그의 눈은 마치 사나운 용처럼 서늘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
지크프리트가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고는 파에톤이 부를 새도 없이 저벅저벅 걸어나가 동굴 밖으로 사라졌다. 정적이 길어지던 때, 아스프로스가 땅을 두어 번 발굽으로 두드렸다. 누군가를 향한 질책이 여실히 담긴 울림이었다.
"나도 알아."
파에톤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솥 안의 풀은 이미 시커멓게 타서 바닥에 늘러붙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