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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토니)역천逆天의 안타레스 .05
Caption 원고 마감을 위해 연재를 강행합니다. 페이트 기반 지크프리트(단테님 자캐) x 파에톤(눙님 자캐)의 2차 창작입니다. 창공의 폴라리스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창공의 폴라리스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역천逆天의 폴라리스 지크프리트 x 파에톤? 파에톤이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다. 그 때 다른 태양신이 나타나 그의 아버지에게 항변하였다. "태양마차를 어찌 아무에게나 맡긴단 말인가! 위대한 티탄도 하물며 제우스의 자식도 아닌 자에게 마차의 고삐를 쥐어줄 수는 없으니, 이를 강력히 번개의 주인에게 고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태양신도 또한 크게 분노하며 신전에서 자신의 위용을 드러내었다. "내가 곧 제우스의 아들이요, 이 신전과 마차의 주인이니 누구도 나의 결정에 반박할 수 없다! 이는 모든 신들의 아버지께서도 인정한 나의 권능이니, 감히 그대가 침범할 것이 아니오!" "이리도 오만할 수가! 그대의 오만함은 필히 대가를 치를 것이며 그 무게는 감히 마차를 탐낸 인간도 벗어날 수 없으리라!" 두 개의 태양이 격렬히 타오르고 끝내 한 태양이 그 그늘 아래에 집어삼켜졌으나, 뜨겁게 달궈진 차륜과 마차에 불씨가 남았음을 누구도 짐작치 못했다. 아스프로스와 마브로스를 달래주며 자신을 부탁하던 파에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순수한 열의를 품고 출발할 준비를 했다. 두 천마는 파에톤의 지휘에 충실하게 따랐다. 발굽이 허공을 짚듯이 날렵하게 달리는 동안 지크프리트는 떨어지지 않도록 아스프로스의 등에 달라붙어 있어야 했다. 눈도 뜨기 어려운 강풍 속에서도 지크프리트는 잿가루처럼 흩날리는 흰 머리카락에서 눈을 떼지 않으려 노력했다. 흉측하게 피부가 녹아 있던 파에톤의 왼팔도 마음에 걸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로서는 상상도 못할, 어쩌면 지크프리트가 아는 '파에톤'조차도 가늠하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다. 한참을 달린 천마들은 제법 시간이 흐른 뒤에야 멈춰서며 긴 모가지를 마구 흔들었다. 엉망으로 흩어진 갈기가 고삐를 쥔 지크프리트의 손등을 아프게 때려왔다. 말에서 훌쩍 뛰어내린 지크프리트가 급하게 파에톤에게 다가왔다. "토니! 괜찮은 건가?!" "조금 긁힌 것뿐이야." 반대편으로 뛰어내린 파에톤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의 말마따나 얕게 베인 상처는 어느새 아물어 붉고 미세한 금만 남아 있었다. 이미 심각한 화상을 입은 팔을 제외한다면. 그러나 도로 다물린 입술엔 힘이 너무 들어가 하얗게 질렸고, 왼팔을 감싼 손은 미약하게 떨리는 듯했다. 지크프리트가 더 말을 붙일 걸 예상했는지 파에톤은 더욱 빠르게 걸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망설이던 지크프리트가 이어서 안으로 향했다. "아까 그 녀석이 쫓아온다면," "달의 연인은 훌륭한 사냥꾼이지. 하지만 여기는 괜찮아." 딱딱한 어조에 비해 그는 크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지크프리트가 의심의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작게 한숨을 내쉰 파에톤이 천장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정신 없어서 못봤겠지만, 이 동굴 위엔 우리 어머니가 계셔. ......지금은 나무 모습이지만." "......" "오리온이 설령 여기로 온다고 해도, 어머니의 가호가 있는 한 우리를 찾지 못해. 불효자에게도 지나치게 상냥하시지. 나의 어머니는." 어깨를 으쓱인 파에톤이 모닥불에 앉았다. 시간을 적지 않게 비웠음에도 아직 기세가 좋은 불꽃이 둘을 반기듯 일렁거렸다. 지크프리트가 그제야 다가와 그의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어머니의 일은 유감이다." "사과 들으려고 한 말 아니야." "...너는 괜찮은 건가. 어머니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손을 떠는 것 같았는데." 파에톤이 불에 장작을 던져넣었다. "옛날 생각이 잠깐 났을 뿐이야. 신경 안 쓰면 괜찮아져." 지크프리트는 자신의 파에톤이 조잘조잘 늘어놓았던 이야기를 기억해냈다. "하늘에서 길을 잃었을 때의 이야기인가. 전갈의 꼬리에 찔릴 뻔했다고." 나뭇가지를 집어들던 파에톤이 우뚝 멈춰섰다. 잠시나마 경계가 누그러졌던 푸른 눈에 경계심이 깃들었다. 지크프리트는 경솔한 발언을 후회했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어설프게 거짓말을 둘러댈 말솜씨는 슬프게도 그의 재능이 아니었다.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당신 정말 누구야? 나를 죽이러 온 게 아니어도 수상해." "......" "나도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어. 제우스께서 보내신 게 아니라면 설마 도둑을 돕는 안내자께서 오셨다든가. 하지만 그랬다면 오리온과 소모전을 벌이시진 않았을 테지. 그렇다고 평범한 인간이라 하기엔 기묘한 힘이 깃들어 있는 데다가 실력도 만만찮아. 정말 정체가 뭐야?" 파에톤이 그를 쏘아보며 따박따박 말을 이었다. 지크프리트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설령 그를 납득시키지 못하더라도 거짓을 말할 수는 없었다. 가늠조차 안 되는 그의 신뢰와 호감을 바닥도 아닌 마이너스부터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너를 알아. 정확하게는 하늘에서 떨어져서 죽을 뻔했던 '파에톤'을 안다." "......" 파에톤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지크프리트는 그를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자신이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그는 어째서인지 마지막 순간 내가 살던 세계에 떨어졌어. 이유는 나도 그도 알지 못한다. 내가 어쩌다 이 세계에 왔는지, 왜 내가 아는 파에톤과 다른 운명을 지닌 너를 만나게 됐는지도 모르겠어. 중요한 건 내게 토니... 파에톤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뿐이다. 그래서 너에 대한 것도 모른 척하기가 어려워. 아니, 모른 척하고 싶지 않다." "......" "내 말을 전부 믿지 않아도 돼. 하지만 너를 돕고 싶다는 마음은 진심이야. 이것만은 알아주었으면 한다." 파에톤의 고운 금빛 눈썹이 생각을 거듭하듯 찌푸려졌다가 펴지기를 반복했다. 꾹 다문 입술은 마치 소리없는 말을 곱씹는 것처럼 연신 우물거렸다. 파에톤이 고민에 빠질 때 종종 나오던 버릇이었다. 그를 잠자코 바라보던 지크프리트가 문득 그의 오른손에 시선을 주었다. 다행히도 이제 떨림은 멎어 있었다. "……그렇구나. 그쪽은………았던 모양이지." "뭐라고?" 불분명한 중얼거림에 지크프리트가 반문했으나 파에톤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지도 몰랐다. 난해한 표정으로 어두운 천장을 올려다보던 파에톤이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지크프리트가 초조하게 설명을 기다렸다. 그러나 파에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의 상상 밖의 이야기였다. "이제야 이해가 되네. 당신 말하는 게 내 어릴 적 말투랑 비슷해. 얼굴이랑 전혀 안 어울리게 말이야. 말을 가르친 사람이 '나'여서 그랬던 거군." "......그건 몰랐다." 파에톤의 어릴 적 말투라니. 지금의 파에톤이 듣기엔 유치하게 들린다는 뜻으로 들려 지크프리트는 귓바퀴가 좀 뜨거워졌다. "이름보다 토니라는 애칭이 먼저 나온 것도 그 때문일 거고.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절대로 그렇게 부르지 마. 아까도 몇 번 들렸는데 말이야. 당신이 아는 '토니'랑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확실하게 구분해둬." 파에톤이 힘주어 말하며 질색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크프리트는 낮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에서 헷갈리지 않으려면 정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애칭으로 부르니 징그럽고 끔찍하다는 시선을 파에톤에게서 받는 것은 조금 괴로웠다. "그리고 정정해두고 싶은 게 있는데. 토니는 전갈의 꼬리에 찔릴 뻔했다고 했지." "...그래." "나는 찔린 쪽이야. 왼팔이 이렇게 된 것도 안타레스의 저주 때문이고." 평온하게 이어진 말에 지크프리트는 귀를 의심했다. 파에톤이 옷자락을 걷으며 왼쪽 어깨를 드러냈다. 화상의 흉터 탓에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어깨와 목덜미의 중간에 검붉은 피멍이 혈관의 형태를 따라 아래로 번져 있었다. 지크프리트는 이 세계에 온 이래 처음으로 머리가 새하얘지는 걸 느꼈다. 뇌리에서 울려퍼지는 토니의 목소리가 천둥의 메아리처럼 멀게 들렸다. '전갈은 정말 무서웠어요. 사냥꾼 오리온을 죽게 만든 독꼬리가 코앞까지 다가왔거든요. 그 섬뜩한 붉은 빛... 괜히 전쟁의 신 아레스의 대적자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는 죽였지만, 독은 해제하지 못했어. 게다가 별자리를 죽일 때마다 조금씩 통증이 심해져. 아마 죽어가는 별자리들의 사념에 반응하는 것 같아." "......" "내가 왜 방해가 된다고 했는지 알겠어?" 지크프리트는 오리온의 앞을 막아서던 파에톤을 떠올렸다. 사정을 몰랐으니 어쩔 수 없었다지만, 만약 그 일로 파에톤의 상태가 안 좋아졌더라면 지크프리트는 제 손목을 가차없이 잘랐을 것이다. 다시 옷자락을 내린 파에톤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쪽의 토니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확실히 영웅도 군자도 아니야. 차라리 귀찮아서 저들을 전부 없애버리고 싶을 때도 있어. 방해되잖아. 미움 받는 것도 싫고." 지크프리트는 마지막에 덧붙인 말이 더 진심에 가까울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파에톤이 동굴 너머의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머리카락처럼 불에 그을린 듯한 허망하고 쓸쓸한 색채였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으니까. 저주에 짓눌려서 죽을 순 없어." "......마차를 완성하는 일 말인가." "그래. 그러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저 별자리들도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겠지. 저 태양의 차륜을 하늘에서 걷어낼 수 있다면... 이 세계에 밤이 찾아오고 뜨겁게 달아오른 하늘도 식을 테니까." 지크프리트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주어진 것들이 너무 버거워 보인다고, 섣불리 화내거나 위로를 하기엔 아직 파에톤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았다. 모닥불 근처에 놓여 있던 모피를 집어들어 소매에 대충 덧대던 파에톤이 말했다. "그래도 아까 나 대신 화내준 건 고맙게 생각해." 지크프리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파에톤이 무심하게 덧붙였다. "오리온을 죽였다면 욕했겠지만. 아직은 당신이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종잡을 수가 없네." "……." "다음부터는 행동하기 전에 먼저 말하는 게 어때? 그럼 욕할지 안할지 나도 준비할 수 있으니까." 지크프리트가 픽 웃었다. "그런 부분은 토니가 맞군." "아니라고." "그래. 자기랑 의견이 다르면 무조건 고집 부리는 점이." "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건 당신이 처음이야." "토니도 나한테만 까칠했지. 너도 참 알기 쉽군." 콧방귀를 뀐 파에톤이 등을 돌려 뭔가를 뒤적거렸다. 이내 짐더미에서 그가 꺼내어 던진 것은, 다 식어버린 구운 고기였다. "당신이 안 오는 동안 다 식어버렸지만. 여기선 구할 게 이거밖에 없어. 아니면 쟤들이랑 같이 탄 건초라도 씹든가." 마브로스가 발굽을 탁 굴렀다. 제 밥을 뺏어먹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눈초리를 담담히 바라보며 지크프리트가 고기를 한 점 찢어먹었다. 질긴 고기에서는 잿가루맛이 났지만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의 연장선이다만, 네가 마차를 고쳐서 저주를 풀 수 있다면 나도 돕겠다." 파에톤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진심이야?" "당장 있는다고 할 일도 없지 않나. 다른 세계로 돌아갈 단서가 있는 것도 아니니...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면 너를 돕는 쪽을 택하고 싶군." 유일한 단서는 팔찌지만 그것을 작동하는 법을 지크프리트가 알 리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파에톤의 곁에 머물며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게 제일 나아보였다. 게다가 그와 멀어지면 누가 찾아오는지 오늘 여실히 겪지 않았던가. 차라리 파에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행동을 같이 하는 것이 좋았다. "...그건, 토니가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어서야?" 지크프리트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왜 되묻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그래." 파에톤은 잠시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제 왼쪽 소매로 시선을 옮겼다. 대강 꼬매놓은 천과 가죽이 마치 지금 둘의 모습 같았다. "마음대로 해." 그렇게 두 사람의 동맹이 결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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