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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랴맨(@ryria_hq)님께서 신청하셨던 유료 리퀘스트 ~ 한 잔의 커피입니다.
킹스레이드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는 가정 하에 쓰여졌습니다.
로이가 웃는 가면단 시절 클라우스의 동료를 죽인 적이 있고, 클라우스가 로이의 얼굴을 아는 상태로 만났단 설정입니다.
카셀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눈앞에서 클라우스와 로이가 뭔가 언쟁을 벌였던 것도 같은데, 아니, 일방적인 분노였을지도 모른다. 서슬퍼런 칼날들이 맞부딪히는 소음과 하얗게 튀는 불꽃에서 찰나의 장면들은 소실되었으나, 저 멀리로 튕겨나간 누군가의 모습만은 선명했다.
“클라우스 오빠!!”
“로이!!”
프레이와 클레오의 외침이 비명처럼 따라붙었다. 로이가 비틀거리며 간신히 땅을 딛고 섰다. 턱을 타고 흘러내리다 맺힌 핏방울이 발치에 낙수마냥 떨어져 내렸다. 로이가 찢어진 입술을 짓이기듯 눌러닦았다. 한 마디의 불만도 억울함도 호소하지 않는 그가 카셀은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당장 그에게 달려가지 못한 까닭도, 클라우스를 급히 말리지 못한 연유도 그 익숙함이 원인이었다. 카셀은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클라우스가 밟아서 깨트린 조각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클라우스 오빠, 제발……!!”
“물러나, 프레이. 카셀, 프레이를 데려가. 저 여자애도.”
클라우스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씩씩하게 격려해주던 클라우스는 이곳에 없었다. 카셀은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클라우스, 형. 그를 부르는 저의 목소리도 억지로 쥐어짠 양 어색하고 낯설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다짜고짜 공격이라니 형답지 않아.”
“맞아!! 왜 로이를 괴롭히는 거야!? 더 다가오기만 해봐! 프레이의 오빠고 뭐고 다 새카맣게 태워버릴 거니까!!”
악에 받쳐 고래고래 외치는 클레오의 뺨은 벌써 눈물범벅이었다. 프레이도 클라우스의 팔을 잡고 호소하듯 매달리고 있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은 카셀이 뭔가 밟히는 감각에 고개를 내렸다. 아까 봤던 파편들이었다. 발바닥이 유리에 베인 듯이 아파왔다. 고작 가면 부스러기일 뿐인, 이미 잘게 으스러진 조각들로는 신발에 박힐 수조차 없을 텐데.
“저자는 네가 감싸줄 정도의 위인이 아니야.”
“그걸 왜 네가 멋대로 정해!? 왜! 로이가 뭘 잘못했는데……!”
클레오가 숨을 들이켰다. 이번엔 카셀도 반사적으로 몸이 튕겨나갔다. 클라우스가 노린 건 클레오가 아니었다. 로이와 클라우스, 그 둘이 격돌하기 직전의 틈을 파고든 카셀이 가까스로 클라우스의 검을 막아냈다. 발이 뒤로 길게 밀리며 바닥을 요란하게 긁었다. 이를 악물고 검을 밀어낸 카셀이 다시금 외쳤다.
“형! 말 좀 들어줘! 로이는…”
“카셀. 내겐 지금 그럴 여유가 없어. 비켜야 하는 건 너야. 제발, 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씹어내뱉는 듯한 호소가 처절하게 갈라졌다. 카셀은 숨을 삼켰다. 클라우스도, 카셀이 언젠가 보았던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처음으로 동료를 잃었던 날, 방패에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새겨넣으며 오열하던 그 뒷모습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말았는데.
“……카셀. 물러나…”
그러나, 하지만. 카셀은 역시 물러날 수 없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비틀거리면서도 숨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앞에 그가 설 때까지도. 카셀은 로이의 저 눈 또한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에게 당신 역시 기만자라며 외쳤을 때, 그리고 그 스스로가 자신을 쓰레기라 부르며 자학했을 때. 그것은 겸허하고, 슬프고, 담담하고…… 지독한 자기혐오에 휩싸인 눈이었다.
“…내가 뿌린, 죄다.”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쾅, 방패가 땅에 칼날처럼 내리꽂혔다.
“잘 알고 있군. 난 아직도 그날 당신이 죽인 전우들의 이름을 기억해.”
안색이 새파래진 프레이가 입을 가렸다. 이번엔 클레오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막을 수 있는 건 카셀뿐이었지만. 멍한 시선으로 둘을 번갈아보던 카셀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로이가 떨어트린 다른 가면의 반쪽이었다. 웃는 가면단의 표식. 그가 영원히 외면할 수 없는 과거.
평생을 살아도 부정하지 못할 죄업.
“그런데 이번엔 감히… 내 동생들을… 또, 내 소중한 사람들을!!”
“클라우스 형, 안 돼!”
다급히 외치며 달려나가던 카셀이 갑자기 뒤로 휘청였다. 그를 밀어낸 로이가 단검을 휘두르는 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시야를 느리게 지나갔다. 공격을 위한 검이 아니다. 클라우스처럼, 오래도록 가슴에 곪아온 분노를 품은 살기가 아니었다. 아마도 그 또한, 죄를 내려놓지 못하는 자의 침통한 속죄.
“로이!!”
차라리 그날 자신이 로이와 길을 달리했더라면, 그래서 클라우스와 그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까. 뒤늦은 후회가 누군가의 것인지 알 수 없는 붉음으로 뒤덮였다. 모든 것은 늘 늦은 뒤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