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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엘)첫키스
Caption 파이널판타지14 기반 자컾입니다.

첫키스 카발란 x 엘시디온 “눈… 감아줄래?” 좀 더 멋진 말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한참을 앓다 터트린 말엔 멋도 분위기도 센스도 없어서, 카발란은 습관처럼 이마를 두드릴 뻔했다. 짧게 파닥거리는 귀 끝을 쫓는 체하던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도 지금은 어려웠다. 타는 목에 침을 삼키며 카발란은 엘시디온을 내려보았다. 저보다 얇은 입술이 부드럽게 휘었다. 그 아름다운 곡선에 심장이 깊게 베이는 듯했다. “자. 이제 됐어?” 느릿하게 감긴 눈두덩 위엔 화장이 짙었다. 얇은 살갗 안, 붉고 선연한 색채를 에워싸듯 그려진 문신에 손 끝이 조심스레 닿았다. 긴장한 어린애처럼 참았다 내뱉는 숨이 길고 더웠다. 이내 땀이 엷게 배인 손바닥이 흰 뺨을 감싸안았다. 한쪽 귀에 걸린 길다란 장식이 최면처럼 흔들거렸다. 이대로 그의 얼굴을 감상만 해도 행복할 터였다.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빼앗겼던 형상이다. 처연한듯 날카로운 눈빛에 거짓말처럼 씌워지는 개구지고 장난기 가득한 웃음까지, 어느 것 하나 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신이 벼린 창날. 심장을 찔려도 기꺼이 내어줄 나의 사랑아. 떨리는 입술로 읊조리며, 카발란은 의식을 치르듯 경건히 그를 향해 고개를 내렸다. 기적처럼 포개어진 살갗은 조금 거칠고 메말라 있었으며, 그럼에도 무르고 따뜻하였다. “…” 겹쳐진 곳부터 섞이는 숨결이 떨렸다. 긴장을 뛰어넘는 충만한 무언가가 가슴 어딘가에서 벅차올랐다. 바보처럼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지금 엘과, 키스를 하고 있는 거야. 질끈 감은 눈 너머에서 흑백이 번갈아 번득거렸다. 서서히 그의 입이 열렸다. 혀가 뒤엉키는 감촉이, 온도가, 현실감을 서서히 지우며 저들끼리 섞여 녹아내렸다. 마법처럼 손이 움직였다. 그의 머리를, 허리를 각각 끌어안은 팔이 힘주어 엘을 당겨안았다. 서로의 고개가 기울며 떨어질 듯하던 입술이 빈틈없이 포개어졌다. 엘의 안은 뜨겁고 젖어 있었다. 그 역시 저와의 키스에 반응하고 있음은 두 말할 것도 없었다. 머리를 감싸쥔 손이 잘게 떨리다 멎었다. 숨을 어떻게 쉬고 있는지,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 주변에 누군가는 없는지. 사고들이 연달아 머릿속에서 지워지며 질척한 잡음으로 변해갔다. 등이 덥고 간지러웠다. 발끝이 심하게 저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거칠어진 호흡을 이어진 깊은 곳에 풀어놓으며 카발란은 여즉 엘을 탐했다. 등을 헤매던 감각이 어깨로 옮겨갔으나 멈출 여유는 없었다. 아랫 입술이 따끔거렸다. 혀에 뾰족한 무언가가 걸리듯 스쳤다. 아픔마저 희열이 되고 미묘한 만족감이 되는 감각에 눈이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엘… 엘, 시디온,” 그를 겨우 놓은 입술은 아직도 엘을 갈망하고 있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연거푸 불리는 호흡 같은 고백을 엘이 먹어치우듯 삼켰다. 말로도 다 흩어놓을 수 없는 감정에 심장이 터질 듯 부풀어올랐다. 엘시디온, 엘, 나의 엘. 찔려죽어도 좋을 사람아. 영혼의 마지막 한 줌까지 내어주고픈 사랑아. 얽히는 혀가 급하고 탐욕스러워졌다. 키스를 가장한 무언의 고백을 받아내며 엘시디온은 느리게 어깨를 떨었다. 아마도 저와 같을 거라 카발란은 믿고 싶었다. 광기처럼 휘몰아치는 애정에 그도 함께 휩쓸려가고 있노라고. 그 안에서 저와 그만이 이어져 있는 이 감각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리라고. “……ㅡ” 절정처럼 시야가 물들었다. 품 안에 오릇한 그만이 카발란에게 남겨진 마지막 온기였다. 그는 더 망설이지 않고 그를 끌어안았다. 맞대어 겹친 입술에서는 아직도 숨이 얽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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