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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로이)가정
Caption 10챕터 나오기 전에 날조합니다 9.5챕터, 마리아와 헤어진 클라우스와 현자의 탑으로 돌아갔던 로이가 다시 만났을 거라는 뇌피셜을 기반으로 합니다. 클레오와 현자의 탑에 돌아온 후에도 로이는 좀처럼 차분하질 못했다. 클레오마저도 쉬이 말을 붙이지 못할 만큼. 로이는 자신의 상태를 무어라 정의할 수가 없었다. 불안, 고통, 아픔, 슬픔, 미안함… 혹은 죄책감. 프레이가 악에 받쳐 울부짖었던 말들로 로이는 전에 없이 위태로웠다. 찢긴 천을 얼기설기 꿰어놓은 양 너덜거리는 심신에 종종 정신을 놓을 때도 많았다. 몽유병을 꾸는 듯 꿈뻑, 꿈뻑 바뀌는 시야 속엔 종종 프레이도 있었고, 카셀도 있었으며,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종용하는 웃는 가면단 간부도 있었다. 로이는 왼눈을 긁어내렸다. 그럴 리 없음을 알면서도 옛 흉터가 곪아가는 양 쓰라렸다. 그러다 그 고통이 극에 달할 즈음에, 무심코, 우습게도. 그 사내를 떠올리고 마는 것이었다. ‘카셀과 프레이를 잘 부탁합니다.’ 헤어진 후부터 다시 만나기까지, 내내 올곧고 한결 같던 사내. 카셀과 프레이를 끔찍이 사랑하던, 또한 사랑받던 수호의 기사. 로이는 저도 모르게 목에 손톱을 박았다. 이유 모를 괴로움이 안에서부터 부풀어올라 그를 짓누르고 있었다. ‘클라우스.’ ‘하하! 기억해줬나? 천재 대마법사님의 호위 로이! 맞지?’ ‘…그냥 로이로 충분하다.’ 우스운 일이다. 정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다. 다정한 말. 사적인 대화. 이상의 토론. 그 어떤 것도 로이는 그와 나눠본 적이 없었다. 다만 카셀을 도닥여주는 그의 등을 보았다. 제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안심하던 미소를 보았다. 그곳까지 상념이 질주하고 나면, 녹은 진흙덩이처럼 꾸덕히 무너져내리는 자신이 있었다. 그는, 알지도 못할 일일 텐데도. 결국 로이는 쫓기듯 왕국으로 돌아왔다. 제게 무슨 자격이 있겠는가. 마왕과 맞붙었던 수호 기사 중 한 명이 그와 친분이 깊었던 자였더란 소식은 일찍이 들었다. 별달리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그가 카셀을 마주했을 때의 기분이 어땠을지. 무엇을 느꼈을지. 자신을 만났을 때 무어라 말할지… 답지 않게 꾹 말아쥔 손등에 마디와 힘줄이 두드러졌다. 나는 그에게 뭘 기대하고 온 것인가. 왜 카셀을 지키지 못했느냐는 비난? 질책? 냉대? 분노? 로이는 자신이 타인의 처벌에 매달릴 만큼 망가져 있음을 이번만큼은 인정해야 했다. 자신에겐 그가 필요했다. 확실히. 설령 그것이 그의 손에 죽는 결말이 될지라도. …그런 걸, 바랐더랬다. 버려지듯 세계수 앞에 자리한 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클…라우스.” 목소리가 떨린 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그에게 다가가는 발걸음이 무너질듯 비틀거렸다. 사내가 고개를 들고, 저를 텅 빈 눈으로 볼 때는 뭔가에 세차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눈물자국 가득한 뺨, 생채기와 피, 먼지로 얼룩이 된, 그 모든 것들 사이에 절망으로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이런, 이런 모습을 기대하지 않았어. 나는. 나는 정말. 비틀거리던 로이가 기어이 풀썩 주저앉았다. 제 안에 겹겹이 쌓인 감정들이 저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로이.” 그의 목소리도 탁했다. 저를 알아봤음에 놀랄 새도 없었다. 로이는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눈이 뜨겁고 금세 시야가 뿌얘졌다. 목줄이 매인 개처럼 무릎으로 기어 그에게 다가갔다. 그에게선 죽음 어귀에서 돌아온 서늘한 내음과 지독한 환멸의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제야 그가 상처투성이라는 걸 깨달은 것처럼 로이는 클라우스에게 더 바짝 붙었다. “몸은… 괜찮은 건가? 치료는…” “……변하지… 않았구나.” “…뭐?” 돌연 억센 팔이 그의 허리를 감아당겼다. 부상자의 몸이라곤 상상치 못할 힘이었다. 불가항력으로 끌려간 로이의 눈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클라우스,” “너마저 변했으면,” “……” “그랬으면… 나 혼자서, 어떻게… 내가…” 끊기던 목소리가 흐느낌으로 변했다. 갑옷의 파편이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다 떨어져내렸다. 붕괴하고 있었다. 모두를 지키던 기사가. 지키지 못하여. 떠나보낸 둘을 견디지 못하여. 로이는 툭 손을 늘어뜨렸다. 바라던 결말은 아니다. 이런 말을 듣기엔 저는 자격 미달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데. 그들을 되돌리지도 설득하지도 못했는데. 어깨까지 겨우 올라간 손이 위태롭게 바들거렸다. 차라리 욕을 해, 나는, 내게는, 그럴 자격이…… “이 고독을, 누구와 나눌 수 있겠어……”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무언가가 사방으로 내리꽂혔다. 그제야 현자의 탑에서 들었던 내용들이 떠올랐다. 스칼렛 공주도 마왕과 전면전을 선포했다. 리카르도와 루아 교단도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펜테오니아 역시 마족으로부터 땅을 지키려하고, 제국도 가만 있지 않겠지. 천족들마저 이 땅에 내려온 상황이다. 인간이, 한낱 인간이 마왕을 소중한 이라고 감싼다면. 그리고 마왕조차 그를 못 알아보는 상황이라면. 이를, ‘고독함’ 외에 무엇으로 이름 붙이랴. 로이는 클라우스의 등을 느리게 끌어안았다. 악몽이 무서운 어린 아이처럼 클라우스는 저보다 작은 품에 파고들며 꺽꺽거렸다. 눈가가 여전히 뿌옇고 제 몸보다 안긴 이의 움직임이 더 뚜렷했다. 그랬나. 내가 원했던 건 체벌이나 질책이 아닌, 이런 조그만 감정의 공유와 위로. 어린 클레오에겐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묵직한 마음의 토로. “다행이야……” “……” “…다행이야, 정말로…” 로이는 그를 더 힘껏 끌어안았다. 어느덧 그의 목소리에도 울음이 묻어나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날 클라우스와 로이는 밤새 울었다. 모두가 등을 돌린 카셀과 프레이를 생각하며. 그리고 그들을 지키지 못한 자신들을 탓하며. 서로가 있어서 털어놓을 수 있었던 감정이, 다른 방향으로 발화하는 건 실로 찰나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