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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데젤)감기
Caption 카르디아와 데젤은 서로 사귀고 있단 설정입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감기 카르디아 x 데젤 "푸엣취-" 하품을 하다 멈춘 카르디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보고 들어보았을 그 소리가 그렇게도 신기했던지, 어지럽게 깜빡거리는 눈이 반만 열린 입보다 배로 시끄러웠다. 재채기를 한 상대가 오만상을 쓰며 코 밑을 꾹꾹 문질렀다. 한기로 발갛게 물든 코 끝이 성난 손에 더 붉게 물들었다. "뭘 그런 눈으로 보나. 재채기 좀 한 것 가지고…." "정말 네가 한 거야, 데젤? 정말로?" "…질문을 이해할 수가 없다만, 카르디아. 나는 재채기하면 안 된단… 엣취!" 우렁찬 소리와 함께 데젤의 뺨이 코 못지 않게 씨뻘개졌다. 풉 터지는 웃음을 숨기지도 않은 카르디아가 놀리듯이 입을 가렸다. 붉은 양 푸른 양, 두 가지 색이 오묘하게 섞인 그 눈엔 누가 봐도 적나라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 콧물을 훌쩍인 데젤이 카르디아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비웃지 마라!" "푸흡, 미안! 그래도 역시 웃기잖아? 얼음을 다루는 골드세인트님이 감기라니!! 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했는데… 풉!!" "웃지 말라고 했─ 푸엣취!" 다시금 요란하게 재채기를 한 데젤이 귀까지 새빨개져선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데젤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없는 노릇이었다.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땅에서 나고 자란, 거기에 특기가 빙결이기까지 한 자신이 감기라니. 부끄럽다 못해 어디로든 숨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와중에 카르디아는 위로는 못해줄 망정 바닥이라도 구를 것처럼 웃어대고 있으니, 데젤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저것도 애인이라고. 속으로 씨근거리던 데젤이 또 한 번 재채기를 하곤 급히 코를 훔쳤다. 멈추지도 않고 흐르는 콧물이 생각보다 훨씬 성가셨다. "아, 다 웃었다. 오랜만에 진짜 재밌었어." "그거 참 다행이군…. 다 웃었으면 시녀들에게 약이나 받아와주지 그러나." "어이쿠. 약만으로 되겠어? 아주 단단히 걸린 것 같은데." 카르디아는 아직도 놀리는 어투였다. 삐뚜름하게 날이 서 있던 데젤의 눈초리가 더 사나워졌다. 양 입꼬리를 쭉 말아올린 카르디아가 훌쩍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그가 향하는 곳은 출입문이 아닌 침실의 안쪽이었다. 안 도와줄 거면 놀리지나 말든가. 낮게 한숨을 쉰 데젤이 다시금 어린애처럼 코를 훌쩍였다. 속절없이 흐르는 콧물이 귀찮다 못해 야속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더러워진 손수건을 내던지듯 내려놓은 데젤이 우울한 시선을 책으로 돌렸다. 반도 못 읽은 페이지에 어두운 그늘이 한 겹 덧씌워졌다. "감기엔 약보다 이게 제일이거든!" 문득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데젤의 머리와 어깨 위로 떨어져내렸다. 폭신하고 따뜻한, 그럼에도 제법 묵직하게 몸에 감겨오는 감촉에 데젤은 눈을 깜빡거렸다. 책에 드리워졌던 그늘이 없어진 걸 깨달은 건 그 다음의 일이었다. 그를 이불째로 꼬옥 끌어안은 카르디아가 씨익 웃었다.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맞춘 데젤이 기가 막히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까 안으로 들어간 게 설마 이걸 가지러…" "당연하지. 처음 감기에 걸려봤으니 알 리가 없겠지만, 약보다 이게 훨씬 낫다고? 따뜻하게 푹 자는 거 말이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르디아가 데젤의 손에서 책을 넘겨받았다. 그 동작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데젤은 딴지를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태연하게 책을 덮어 내려놓은 카르디아가 이어 데젤을 이불 째로 덥썩 안아들었다. 도통 사고가 따라갈 수 없는 행동의 연속에 데젤이 급하게 카르디아의 어깨를 붙들었다. "잠깐! 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대로 재울 셈인가 카르디아!?" "응. 이럴 작정으로 이불 들고 온 건데? 아무려면 환자를 책상에 앉혀서 재울까." "안 졸리다! 그리고 그 정도로 심하지도 않아! 고작 콧물 좀 나오는 정도로…!" "네, 네. 틈만 나면 뭐 해라 하지 마라 하고 잔소리하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닙죠?" "너랑 나는 경우가 다르잖아!!" 데젤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침실에 도착한 카르디아가 그를 침대에 툭 내려놓았다. 부드럽지만은 않은 착지에 데젤이 눈을 찡그렸으나, 카르디아가 이불을 어깨까지 꾹 눌러덮는 바람에 일어날 수도 없었다. 옆의 의자에 털썩 앉은 카르디아가 씨익 웃으며 한 손으로 턱을 받쳤다. "감기라는 게 처음에만 가벼워보이지, 나중에 심해지면 엄청 성가시다고. 고집 부리지 말고 좀 쉬어둬." "…그러게 고작 코감기라는데도." "그렇게 방심하다가 심해진다니까? 거 좀 계속 말하면 들어줘라." 더 항변할 듯하던 데젤이 결국 포기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카르디아가 데젤의 재채기에 반응했을 때부터 이미 나 있던 승부였다. 긴장을 풀고 편히 누운 데젤이 카르디아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이럴 때만 과보호한다니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 키득거린 카르디아가 데젤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종종 뜨겁게까지 느껴지던 손이 오늘은 유독 서늘했다. 나 열도 있었던 건가. 멍하니 생각한 데젤이 카르디아를 재차 마주보았다. 어느새 몸을 숙여 그의 얼굴을 살피는 눈이 다정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악동처럼 짓궂었던 기색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결국 느리게 웃고 만 데젤이 편안히 눈을 내리감았다. 여전히 코는 간질거렸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참을 수 있을 듯했다. "알았다. 이번만큼은 얌전히 당해주지. 다음에는 각오해둬라." "잔소리는 평소에도 원 없이 하고 있으면서 또 하려고? 너무하네." 너머에서 키득거리던 카르디아가 이마를 가볍게 쓸어주었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 잔소리를 하든, 뭘 하든. 그러니까 일단은 감기부터 다 나은 뒤에. 자장가라도 불러주듯, 한참을 소근거리는 카르디아의 목소리가 낮고 잔잔했다. 따뜻하고 다정한 손이 아직도 데젤의 이마에 얹혀 있었다. 감기,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묘하게도 조금씩 밀려오는 잠에 의식을 맡기며 데젤은 조용히 생각했다. 분명 썩 괜찮은 어리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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