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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월프리)너를 기억해
Caption 개인 날조 설정이 다소 섞여 있습니다. 은월 시나리오 초반부 스포가 들어 있습니다. 쓴 날짜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된 재업물입니다. "은월? 멋진 이름이네." 책에서 눈을 떼며 프리드가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머리카락처럼 곱게 구부러진 눈매가 요정의 손톱처럼 둥글었다. 은월이 중얼거렸다. "네가 지어준 이름보다는 아니야." "에이. 그런 말하면 이름 지어준 애가 섭섭해한다? 이름은 모두 소중히 해야지." 프리드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려는 듯 장난기가 가득 담긴 손가락이 흑발 사이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은월은 평소처럼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굳게 다물린 입술 위를 밤바람이 차갑게 얼리며 스쳐갔다. 마냥 사람 좋은 웃음을 걸고 있던 프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차츰 옅어졌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그런 것 없어." "흐음. 이 드래곤 마스터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 꽁해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이는데." 프리드가 바위에서 훌쩍 뛰어내려 그를 향해 다가왔다. 무심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던 은월이 처음으로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렸다. 그를 올려다보며 프리드가 부드럽게 웃었다. 다시금 불어온 미풍이 무심하게 그의 머리칼을 흩트렸다. 금방이라도 녹을 듯 가느다랗고 얇은 색이었다. "나에게 말해줘. 응?" 은월의 아랫입술에 이가 아리게 파고들었다. 고작 일 년 사이에 그가 이렇게 잔인해진 이유는, 그가 자신이 보내지 않은 수백 년을 보냈기 때문일까. "...네가 없어." 심장을 찢고 튀어나온 말이 비통하게 울렸다. "네가 이 세상에 없어, 프리드." 프리드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졌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사라졌어. 내 삶의 의미가 없어졌어. 내 인생의 이유가 지워졌어. 그 모든 것이었던 네가 없어. 프리드." 은월의 손이 제 가슴을 부여잡았다.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슬픔이 그 안에서 오열하며 날뛰고 있었다. 차라리 정령의 환상 따위로 그를 불러내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리움이 부른 선택이, 이젠 가시나무처럼 그를 감싸고 조여오고 있었다. 은월이 눈을 질끈 내려감았다. "수백 년이 지났어도 너는 여전하구나." 은월이 퍼뜩 앞을 보았다. 프리드가 어느새 코끝에 닿을 듯 가까워져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 열 살 배기 어린아이 같은 짓궂은 웃음을 지은 프리드가 그의 손등에 제 손을 겹쳤다. "나에게 의미를 부여해주는 건 기뻐. 정말로." "프리드..." "하지만, 난 네가 너 자신의 가치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는걸. 너 역시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를 아끼는 만큼 너도 너를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건 힘들까?" 프리드가 다른 손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허상일 뿐인 반투명한 손이 아플 만큼 따스했다.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하지 말고. 응?" "......예나 지금이나 넌 참 못됐어. 프리드." 잘게 흔들리는 목소리가 힘겹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신음처럼 흘렀다. 그러나 은월도, 이제 한없이 그에게 매달리려 하는 철부지는 아니었다. 잡히지 않는 온기를, 한 손으로 가볍게 모아쥔 은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볼게. 네가 준 애정 만큼, 나도 나를 사랑하려고 애써볼게. 살아보려고, 힘내볼게." "응. 고마워." 프리드가 환하게 웃었다. 애써 그를 따라 웃으며, 은월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응시했다. 점차 그의 몸이 흐려져 가고 있었지만, 은월은 구태여 힘을 불어넣지 않았다. 그를 부르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랑해. 나의 반쪽. 앞으로도 계속 살아줘. 난 언제나 네 안에 있을 테니까. 그걸 잊지 말아줘......" 아련하게 말을 흩트리는 프리드의 손이 안으로 스미어들듯 사라졌다. 남은 것은 아직도 눈에 아로새겨진 것처럼 남은 그의 잔상뿐이었다. 차분하게, 그가 있던 곳을 바라보던 은월이 자신의 손을 꼭 감싸쥐었다. 그곳에는 아직 있었다. 그가 사랑했던, 앞으로도 사랑할 사람의 온도였다. "나도 사랑해, 프리드." 달이 유독 밝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