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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슌유토)soothing kiss
Caption 5기 100화까지 본 이후에 쓴 글입니다. 100화 이후 나온 스토리 및 캐릭터 설정과 충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슌." 벽에 기대어 있던 슌이 몸을 일으켰다. 멀리서 검은 망토가 소리도 없이 느리게 펄럭거렸다. 익숙한 인영이었다. 눈가를 가릴 듯 흔들거리던 보랏빛의 머리칼은 슌의 앞에 그가 걸어와서야 겨우 멈추었다. 슌이 발을 돌려 그의 곁에 다가섰다. 유토 역시 고개를 들었다. 웃지 않는 입술이 꾹 닫혀 있었다.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하는 눈동자가 어두웠다. "들었어?" 유토는 대답하지 않았다. 슌이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아프도록 쥐어진 유토의 주먹이 떨리는 모양이 해가 진 어둠 속에서도 또렷했다. 슌의 미간이 착잡하게 좁혀졌다. "……." 유토는 울지 않았다. 동료가 끌려갔다거나, 카드가 되어버렸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다. 분노와 울분을 아카데미아를 향한 증오로 불태우던 슌과는 달랐다. 차라리 미워하고, 혐오하고, 갚은 대로 되갚아주겠단 심정으로 쏟아내고 나면 편할 텐데도. 그렇게 하겠다고 외치면서도, 결국 그렇게 남을 편히 미워하지 못하는 이가 유토였다. 그런 이들에게 또 동료를 잃어도, 복수심보단 또 빼앗긴 슬픔이 아파서 제대로 울지조차 못하는. "유토." "……." "…아니다. 좀 쉬어둬. 내일 또 전투가 벌어질 지도…." "슌." 슌과 유토의 시선이 맞닿았다. 울 것처럼 찡그려졌던 마른 눈가가 이내 쓴웃음을 띠었다. "키스할래?" 슌은 말을 멈추었다. 지금이 그럴 상황이냐고 묻기엔 유토의 표정이 무섭도록 슬펐다. 힘이 없던 어조가 반복되며 더 간절해졌다. "…아니. 하자. 해줘, 슌. 부탁이야." 유토가 두 팔을 벌렸다. 파고들었던 손톱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손바닥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말없이 서 있던 슌이, 걸음을 앞으로 한 발 옮기며 고개를 숙였다. 기다렸다는 듯 포개어진 입술에서 얇은 떨림이 부서졌다. 등을 강하게 끌어안는 팔을 느끼며, 그의 머리를 감싼 슌이 그를 안은 채 몸을 돌렸다. 유토의 등이 벽에 부드럽게 닿았다. 드리워진 벽의 그늘이 슌의 그림자 끝까지 가려 숨겼다. "음… 응…." 달콤한 숨이 섞이는 타액에 녹아 서로의 입을 적셨다. 빈틈없이 맞물린 입술은 뜨겁고 부드러웠다. 가는 신음을 흘린 유토가 등을 끌어안은 손을 옮겨 슌의 목을 끌어당겼다. 거부도 없이 밀착하며 슌이 유토의 혀를 제 혀로 휘감듯 얽어왔다. 가만히 그의 애무를 받고 있던 유토의 입맞춤이 매달리듯 집요해졌다. 좀 더 해줘. 더. 서로의 고개가 미미하게 틀어지며 코끝이 비벼지다 스쳐갔다. 애타는 숨이 막힌 입 안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유토의 머리를 감싼 슌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위로가 필요했던 건 분명 유토 혼자만은 아니었다. "응, 응… 읍…" 주르륵, 미끄러지듯 자리에 주저앉은 유토의 위에 올라탄 슌이 마저 키스를 퍼부었다. 치열, 입천장, 저 안쪽의 부드럽고 연한 살점까지 어르고 쓸어내리는 움직임이 농밀했다. 전신을 바르르 떤 유토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숨을 몰아쉬며 슌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젖은 입술로 마찬가지로 달뜬 호흡을 고르며, 저를 비추는 황금빛의 눈동자를 응시하던 유토가 문득 그를 꼭 끌어안았다. 저항 없이 끌려온 슌도 이윽고 유토를 마주안았다. 빠르게 뛰는 박동이 포개어졌다. 곁에 있는 이의 가장 확실한 증명. 다시금 찡그려지는 눈을 유토가 힘껏 내리감았다. "슌." "…듣고 있어." "난 어디도 가지 않아. 반드시 네 곁으로 돌아올 거야. 앞으로 몇 명을 더 잃는다고 해도. 그러니까." 등을 감싼 손이 떨렸다. 이어지는 목소리마저 구슬피 떨리고 있는 것을, 슌은 놓치지도 않고 듣고 있었다. "그러니 너도 그래야 해." "……." "내가 나를 잡을 수 있게, 언제든 이곳으로 돌아와 키스해줘."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자신이 먼저 외치고 싶었던 부탁이었다. 늘 이렇게, 그를 위로하는 것으로 위로받고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울지도, 마음껏 쏟아내지도 못하는 너에게서. 그의 품에 안겨, 가만히 마음만을 곱씹던 슌이 유토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리다 고개를 들었다. 다시 뜨인 회색의 눈은 동요를 겨우 삭인 눈빛으로 슌을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쯤이면 네게 온전히 줄 수 있을까. 달래줄 수 있을까. 흔들리면서까지 내 의지처가 되는 너를. 가만히 유토의 눈가를 손으로 쓸어보다, 슌은 희미하게 웃었다. 나이는 더 먹었다곤 하나 그 역시 어른은 아니었다. 타인의 감정을 대신 덜어주는 법은 몰랐다. 다만. "그게 네게 필요하다면. 난 당연히 그럴 거야. 유토." 미약하게나마 줄 수 있는 것을 전부 건네줄 줄은 알았다. "그러니 너도 마찬가지야. 반드시, 살아서 내 곁으로 돌아와." 위로의 키스는 한 명이서는 이뤄질 수 없으니. 고개를 좀 더 숙인 슌이 다시 입을 맞춰왔다. 유토도 마찬가지였다. 한 층 더 애틋하게 이어지는 입맞춤을 이어가며, 슌은 눈을 느리게 내리감았다. 키스가 오래도록 필요할 것 같은 밤이었다.
태그 : #앜파 #유토 #슌 #리버시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