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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야미)Sere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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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템…. 어디 있지?" 침대 밖으로 막 다리를 내려놓던 아템이 고개를 돌렸다.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던 카이바의 손이 매끄러운 천 위를 헤매고 있었다. 소리 없이 웃은 아템이 그의 손을 가볍게 감싸쥐며 상체를 틀었다. 아직 감겨 있던 눈꺼풀이 서서히 말려 올라가며 청명한 푸른 빛을 드러냈다. "어딜 가려고 했나." "잠시 바람 좀 쐬려고 했었지. 나 때문에 깼어?" "당연하지. 허전해서 잘 수가 있나." 카이바가 아템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힘이었지만, 아템은 거부하지 않고 순순히 그에게 파고들었다. 옛적부터 그의 자리였던 양 꼭 들어맞는 품이 아늑하고 따뜻했다. 둥지를 찾은 새끼새처럼 잠시 이마를 기대고 있던 아템이 고개를 들었다. 잠이 완전히 가신 그의 눈동자가 아템을 가둘 듯이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작은 웃음을 방울처럼 터트리며 아템이 손을 들어 카이바의 볼을 쓰다듬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잠시도 떨어지는 걸 못 견뎌서 어떡해. 정말 어딜 가지를 못하겠다니까." "그간 날 혼자 내버려뒀으니 다시 만났을 때 이 정도는 각오했어야지." "어련하시겠어. 나중에 화장실도 쫓아오겠다고 하는 건 아닌가 몰라." 고개를 흔들긴 했지만, 아템은 정말로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카이바는 그를 다시 끌어안은 걸로도 만족스러웠는지, 얌전히 눈을 내리감고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그를 달래듯 결 좋은 머리칼을 가볍게 쓰다듬어주던 아템의 손이 점차 느려졌다. 어리광이라면 어리광, 집착이라면 집착일 그의 행동은 아템의 기억으로는 일전엔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잠깐이라도 떨어지면 영영 못 볼 것처럼, 아니면 일순의 허전함이 아프고 쓰라려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카이바는 아템에게서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한 침대에서 자도 손을 놓치거나 거리가 벌어지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잠깐의 이별이 그에게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기라도 한 것일까. 그에게 못할 짓을 한 죄책감이 뒤늦게 밀려와, 아템이 그의 머리를 살짝 끌어당겼다. 저를 꼭 감싸안은 품은 그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지만, 어쩐지 닿는 온기는 한 손으로도 다 담길 듯 작게 느껴졌다. "카이바." "왜 부르나?" "나랑 떨어져 있을 땐 도대체 어떻게 살았어? 지금 모습만 봐서는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데." 고개를 든 카이바가 아템과 시선을 맞추었다. 심해를 잘라 넣은 양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오롯이 마주하고서, 아템은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뭔가를 고민하듯 눈썹을 약간 모으고 있던 카이바가,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선이 날카롭지만 지금은 부드럽게 누그러든 눈매서부터, 초콜릿색으로 물든 탄탄한 뺨, 오똑하게 솟은 콧대를 지나 도톰한 입술까지 내려오는 손가락이 사뭇 진지하고 섬세했다. 카이바? 아템이 재차 부른 그의 이름이 단단한 손가락에 걸려 부드럽게 흐물어졌다. "이 순간을." "응?" "이 순간을 그리며 살았다. 너를 다시 만지고, 끌어안고… 네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될 시간을 떠올리지 않고선 미쳐버릴 것 같았으니까." "……." "상상이라도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눈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어. 아템 너를, 나를 두고 간 잔인하고도 사랑스러운 영혼을." 말문이 막힌 아템이 침묵을 지키다가, 조심스레 제 뺨에 얹힌 그의 손등에 손을 포개었다. 따뜻한 온기가 여전히 저보다 큰 듯이 작았다. "…나 역시 네가 보고 싶었지만, 그 정도로 네가 버거워할 줄은 몰랐어. 힘들어도 잘 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흥. 날 너무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 내가 보고 싶다는 걸 고작 참는 걸로 끝낼 줄 알았나." 말은 투박했지만 카이바의 어조는 부드러웠다. 그의 얼굴을 살짝 당겨와 입을 맞추는 따뜻한 감촉도 상냥하고 애틋하기만 했다. 아템이 금방 멀어지는 입술을 쫓듯 그의 이마에 제 이마를 대었다. 그를 따라 가만히 살을 맞대고 있던 카이바가 눈을 감았다. "그러니 이젠 안 놓아줄 거다." "……."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할 거고, 그냥 옆이 아닌 손이 닿는 곳에 둘 거다. 그걸 위해 이곳까지 널 찾아온 거니까. 날 두고서 또 다른 곳으로 가는 건 꿈도 꾸지 마라." 카이바의 말은 흡사 선언 같았다. 질식할 것 같은 푸른빛이 제 전신을 휘도는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아템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이 집착이, 나를 매어두는 온기가 나의 상실이 비롯한 고독에서 오는 것이었다면. 내 존재가 너의 비어버린 시간을 채워주는 보상이 될 수 있다면. 내 사랑이 홀로 힘들었을 네 상흔을 보듬을 수 있다면. 아템이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술에 키스했다. 살며시 닿았다 떨어지는 몸짓이 맹세라도 하듯 경건했다. "떠나지 않아. 이젠 언제까지고 곁에 있겠어. 나에게도 괴로웠고, 너에게도 아팠던 이별이었지. 두 번은 하지 않아. 영원히, 순간의 끝날까지 함께야. 카이바." "…그래. 그거면 됐다." 카이바가 다시금 아템을 끌어안았다. 이미 빈틈없이 맞닿았음에도 녹아들 것처럼 가까워진 체온이 따스했다. 눈물이 나올 듯한 아림을 참아 누르며, 아템이 다시금 카이바의 입술을 찾았다. 재회 후 수 번을 나누고도 달콤한 키스가 서로의 숨결을 얽으며 소리도 없이 짙어졌다. 영겁을 동행할 자의 집착을 달게 마시는 시간이 황홀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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