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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 나의 신부
시온 x 알바피카
즈믄의 시간을 오로지 그대를 기다리며 내 숨을 깎아 참았건만,
만남을 목전에 둔 지금 어이하여 불타는 양 가슴이 아리는가.
하늘을 멀거니 바라보던 시온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초봄의 밤에 닿은 입김이 하얗게 물들다 흩어져내렸다. 날이 아직 차다며 염려하던 테네오의 얼굴이 언뜻 스쳐갔지만, 시온은 법의만 조금 정돈했을 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백양궁과 조금 떨어진 곳, 매년 이 시간이 되면 시온이 그를 기다리는 자리였다.
'알바피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했고, 지금까지도 흠모해 마지않는 그의 이름을 읊조리며 시온은 눈을 감았다 떴다. 성전에서 삼거두 중 하나인 미노스와 결전을 벌여, 끝내 목숨을 잃은 연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수십 갈래로 찢어지고 바스라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까지 한 송이 꽃처럼 고고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제 향을 퍼트리고 간 나의 정인. 그럼에도 그런 그다움을 사랑했었기에, 시온은 한 줌의 원망조차 품을 수 없었다. 지금 이렇듯, 저와 그에게 주어진 잠깐의 유예마저 한없이 감사할 만큼. 시온이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그 자리에 마냥 못박혀 있을 것 같던 별들이 느리게나마 옆으로 흘러가 있었다.
'곧. 이제 곧이다.'
태양이 피스케스의 마지막 꼬리를 지나 양의 뿔에 입맞추는 시간. 그 시기가 되면, 저승과 이승의 경계에서 단 한 명의 영혼만이 피어올랐다. 성전에서 제일 먼저 싸운 공을 인정받아, 일 년 간 세 분기의 생을 쥔 알바피카였다. 메마른 겨울이 되면 다시 차디찬 코큐토스에 떨어질 그의 운명을 생각하면 시온은 한없이 서러웠으나, 그를 정작 만나고 나면 적어도 반 년이 넘는 시간을 저와 보낼 수 있음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그를 다시 보듬을 수 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를 처음으로 만났을 적엔, 그 사실에 너무 감격하여 온종일 알바피카를 끌어안고 울기도 했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시온에겐 그저 축복이었다.
"─아."
문득 낮은 탄식을 터트린 시온이 한걸음 내딛었다. 그의 바로 앞, 거짓말처럼 돋아난 줄기에서 자란 봉오리가 점차 크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가 두르던 짙은 장미향이 아찔하게 코를 맴돌았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을 욱여삼키며 시온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방울처럼 여리게 터진 봉오리 안에서 점차 퍼지는 붉은 꽃잎들이 광채가 서린 듯 눈부시게 밝았다. 하나, 둘, 놀랍도록 빠르게 개화하는 그 안에서 비단처럼 매끄러지며 흘러내리는 연하늘의 머리칼. 웅크린 몸을 감싸고 있다가 느리게 풀어지는 단단한 두 팔. 시온이 지켜보는 동안, 이윽고 만개한 꽃 아래로 내려앉는 몸이 여신의 것처럼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시온이 눈물을 애써 참으며 그의 손을 끌어와, 조심히 입술에 갖다대었다.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이아가 화하듯, 서서히 퍼지기 시작한 온기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나의 알바피카."
조금 떨리는 음색이 천천히 멎고, 알바피카가 이윽고 눈을 떴다. 눈물점이 자리한 눈가가 시온과 같은 모양으로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나의 시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