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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쿠가미)모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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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알면서 모른 척해?" 모쿠바는 돌려 말할 줄을 모른다. 적어도 자기 감정을 말할 때는 그랬다. 협박도, 꾐도 능수능란하게 해보일 때는 세상 물정 다 본 사람처럼 굴면서. 아이가미는 눈을 찡그리며 그에게 잡힌 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와 똑같은 눈높이로 자란 모쿠바는, 키뿐만 아니라 악력도 부쩍 늘었다. 그것이 아이가미는 못내 귀찮고 싫었다. 그를 점점 뿌리칠 수 없게 된다는 걸, 지금의 아이가미로선 인정할 수 없었다. "몰라." "내가 아이가미를 좋아해. 아주 많이. 이미 알고 있잖아." "모른다고 했어, 모쿠바. 덩치도 컸으면서 애처럼 굴지 마." 평소보다 더 날카롭게 답하며, 아이가미는 그에게 틀어잡힌 손목을 뿌리치려 팔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모쿠바도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쿵, 삽시간에 밀려 벽에 부딪힌 등이 저릿했다. 너 이 자식, 억지로나마 참고 있던 험한 말이 아이가미의 목까지 차올랐을 때였다. 그의 손목을 벽에 꾹 눌러붙인 모쿠바가 얼굴을 가까이 했다. "네가 정말로 싫어하면 이런 짓 안 해." "......" "싫다고 하면, 내가 정말 지독하게 싫어서 얼굴 보기도 끔찍하다고 하면 이렇게 안 한다고. 하지만 아니잖아." 아이가미는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일순 차올랐던 울분은 당혹스러움에 녹아버린지 오래였다.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한 모쿠바의 눈은, 그 당돌한 선언과 달리 가늘게 떨고 있었다. 알고 있으면서. 사실은 너도 나와 같으면서. 단호한 말보다 그 눈빛이 가슴을 후벼파는 듯해, 아이가미는 저도 모르게 그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도망치는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러다간 결국 막다른 골목에 몰려, 그에게서 영영 벗어나지 못하게 될 거라는 것도. 그럼에도, 아이가미는 여전히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난 몰라. 너도 잠깐의 감정을 착각해 휘둘리고 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네 착각을 내게도 강요하지 마. 모쿠바." 손목을 쥔 모쿠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분명 내일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손자국이 벌겋게 새겨질 테지.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그의 뜨끈한 온도와 함께. 하지만 결국엔 사라질 것이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지금의 그가 품은 감정도 그러할 것이라고, 아이가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지금 그에게 쏟아내는 독한 말들에 도리어 따끔거리는 제 통증조차도, 분명 지금을 넘기면 미래엔 없던 일이 될 거라고. 아이가미는 다시금 힘주어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그래, 지금의 난 옳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ㅡ네 사랑 따위 난 몰라." ...그런데 어째서, 입은 이토록 아리게 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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