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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분 리퀘스트로 작성하였습니다.
주인공 명칭은 소가주로 작성되었습니다.
중천을 지난 해가 조금씩 기울며 우거진 그림자를 땅에 그렸다. 오전부터 쉬지 않고 일하던 쟁기가 비로소 땅에 머리를 꽂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강안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구름이 한 조각 떠 있는 쾌청한 하늘을 제비 한 마리가 시원하게 가로질렀다. 더러워진 소매를 탁탁 턴 강안이 다시금 콧잔등에 맺힌 땀방울을 훔쳤다. 바람이라도 불면 좋으련만. 저멀리서 몰려오는 구름이 조만간 비를 시원하게 퍼부어줄 듯했으나, 그는 무거운 몸집을 자랑하듯 내일 오후에야 도착할 것처럼 늑장을 부리고 있었다.
“강숙!”
강안이 고개를 돌렸다. 반 시진 전부터 씨앗 바구니를 쓸쓸히 내팽개쳐둔 괘씸한 소가주가 아닌가. 그리 생각하면서도 강숙은 입꼬리를 올려 피식 웃고 말았다. 머리에 묵직해 보이는 소쿠리를 얹고서도 그는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 달려오고 있었다.
“새참 먹고 하세요!”
강안에게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밭일이 힘들어서 쉬러 갔다 해도 눈감아줬을 텐데 어찌 이런 끔찍… 깜찍한 짓을. 강안은 휘청거리듯 한 걸음을 옮겼다. 울창한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은 소년이 실없이 웃었다. 강안이 옆에 앉기를 기다려, 그가 소쿠리를 덮은 천을 치우자 뽀얀 만두 대여섯 개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만들었느냐.”
“그럼요! 강숙이 드시는 거니까요!”
효심이 철철 넘치는 말에 강안은 실날같던 희망마저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소가주는 강안을 정말 좋아했다. 강안이 모종의 이유로 떠났다 돌아왔을 땐 사흘밤낮을 쉬지 않고 우느라 목에서 쇳소리가 날 정도였다. 강숙. 다시는 절 떠나지 마세요. 강숙, 강숙… 포대기에 파묻혀 비를 맞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아이가 금방 숨이 넘어갈 것처럼 우는 것에 강안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더랬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누구도 찾지 않는 산속에 자리를 잡은 뒤, 소가주는 아이와 어른 사이를 오가며 강안의 모든 걸 챙기려 애썼다. 그것이 대견하면서도 딱하고, 한편으로는 그저 사랑스러워 강안은 굳이 말을 얹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그가 해주는 것은 무엇이든 싫지 않았다. 그렇다, 어떤 것이든 강안은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거절한 적도 없었다.
설령 지금처럼, 허약한 사람이 먹으면 그대로 즉사했을 끔찍한 요리를 해오더라도 말이다.
“어제 잡은 토끼 고기를 넣었어요.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
“그렇구나. 그것 참………”
차마 먹음직스럽다는 거짓말은 할 수 없었던 강안은 말을 삼키며 만두를 하나 집어들었다. 강안은 이미 여러 번, 소가주에게 요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 행여나 그가 상처를 받을까봐 부드럽고 상냥한 어조로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강안을 너무나 사랑하는 소년은, 자신이 이제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숙부가 아직도 자신을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당신을 챙길 만큼 잘 자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틈틈이 요리를 해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큼 큰 불효가 또 있을까.
“잘 먹으마.”
강안은 자신이 그에게 지나치게 유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훈련을 이미 엄하게 하는데 그에게 더 못된 말을 할 수 있을까? 강안은 그런 점에선 확실히 물렀다. 소가주가 아무리 잘 자라도, 설령 거위 떼를 검 한 자루로 물리칠 무공의 강자라 해도 마냥 조심스럽게 대할 것이다. 그는 언제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보물이었으므로.
결국 강안은 그가 해준 만두를 입에 넣었다. 혹시 모른다. 이번에는 모양만큼이나 안도 멀쩡한 걸 만들었을지도. 그러나 강안은 멀쩡한 얼굴로 그것을 씹어삼키는 데에 살아온 생애만큼의 고뇌와 필사를 다했다. 일부러 독을 넣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가주는 어쩌면 천부적인 독극물 제조의 재능이 있을지도 몰랐다.
“……정말, 맛있구나.”
“오늘 저녁도 제가 할까요?”
“아니.”
나를 정말 죽일 셈이냐.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삼킨 뒤에도 소가주는 그저 소년처럼 말갛게 웃고 있었다. 강안은 경련이 오기 시작한 손을 슬쩍 무릎 옆으로 숨기며 자세를 조금 바꾸었다. 전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소년은 그의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며 단단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같이 있으니 정말 좋아요, 강숙.”
진심이 담뿍 묻어나는 목소리가 일순 흐려질 듯하던 강안의 정신을 붙잡아주었다.
“그래. 나쁘지 않구나.”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어주세요. 어딘가로 갈 때는 꼭 데려가주세요. 저는 정말 강숙이……”
조금씩 빨라지던 말이 작아졌다. 잠이 들었나 싶었던 순간, 강안은 그의 흑발 사이로 드러난 붉은 귀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말을 꺼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른 체하려는 건 아니었다. 소년이 몇 번이고 뺨을 붉히고, 눈을 마주치고, 함께 떠나서 농사를 짓자고 말하던 때까지도 차마 형태로 꺼내지 못한 말을 아직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강안은 자신의 유일한 치졸함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가 단 한 걸음, 자신에게 다가와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마 양육자에겐 어울리지 않을 감정이라는 것도.
“그래. 늘 곁에 있으마.”
“지금처럼요?”
“그래. 지금처럼.”
나도 너를 떠날 일이 없기를, 네게 돌아온 그 순간부터 빌고 있었으니. 썩은 모래 같은 고기를 꼭꼭 씹어삼키고, 강안은 조용하게 웃었다. 어느샌가 맞잡은 손은 이제 강안과 같은 크기까지 커져 있었다. 종일 기다렸던 바람이 느리게 불어 두 사람을 스쳐갔다.








